[정치 vocabulary] (7) dog, pig and trash - deal - sunset

한 달에 영어 단어 세 개 정도 익히자고 정치 이야기를 너저분하게 늘어놓는 '정치 vocabulary' 일곱 번째 시간입니다. 팟캐스트 <우리가 남이가>에서는 '보카치오'라는 제목으로 방송합니다. 거듭 강조합니다만 영어가 메인(main)이고 정치는 양념이니 '교육방송'을 표방합니다. 지난 22일 녹음했습니다.

◇<경남도민일보>-<우리가 남이가> 공동기획방송 '보카치오'를 들으려면

- 웹 주소 www.podbbang.com/ch/8406

- 포털 검색창에 '우리가 남이가 시즌2 보카치오'

- 팟캐스트 포털 '팟빵'에서 '우리가 남이가' 검색

dog, pig and trash(도그, 피그 앤드 트래시) 개, 돼지 그리고 쓰레기

애청자(?) 사연부터 시작합니다. 진행자 흙장난은 이제 '징하다'고 표현하는 '망의(亡醫)'입니다. 갈수록 그 사연이 만만찮습니다.

이번에는 이른바 '민중은 개돼지' 발언으로 파면당한 전직 교육부 고위 공무원 이야기부터 시작합니다.

간단하게 정리하면 해직된 공무원 역시 '희생자'가 아니었을까 하는 의문에서 시작합니다. 의문은 행위가 아니라 사람에 따라 처벌이 달라지는 사회 시스템에 대한 의심으로 이어집니다. 최근 홍준표 경남도지사 발언은 의문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제시됩니다. 퇴진을 요구하는 여영국(정의당·창원5) 경남도의원 앞에서 '쓰레기', '개가 짖어도' 같은 말을 한 홍 지사에 대한 여론, 징계는 무엇이었나요?

이쯤 되면 저를 비롯해 진행자인 '청보리'와 '흙장난'도 생각이 복잡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늘 그렇듯 답을 내놓기보다 답을 향해 가는 과정에서 고려할 점을 짚는 쪽으로 이야기를 풀었습니다. 먼저 고위 공무원이 뱉은 '민중은 개돼지' 발언에 유난히 사람들이 공분한 까닭을 생각했습니다.

흙장난은 "사실인 것을 확인받을 때,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것을 건드렸을 때"라고 말했습니다.

여기에 첫 번째 지점이 있다고 봅니다. 많은 사람이 실제 현실이 개돼지 같다는 생각을 한다는 것입니다. 차별을 받는다, 공정하지 않다, 그런데도 참고 사는데 누가 감히 대놓고 그런 얘기를 합니다. 게다가 그 말을 한 당사자가 교육행정을 책임지는 고위직 공무원입니다. 이에 대한 분노에는 진영이나 경계가 없었을 것입니다.

청보리는 "영화 <내부자들>에서 나온 이야기가 실제 그럴 수 있다는 생각에 당황스러웠다"고 말했습니다.

두 번째 지점입니다. 온갖 특혜와 부정 논란에 휩싸인 청와대 수석, 부동산 업자 같은 검사 등 이른바 1%가 터뜨리는 사건·사고에 사회적 피로가 높다는 것입니다. 최근에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성매매 의혹을 제기한 <뉴스타파> 보도까지 있었습니다. 우리 사회가 견딜 수 있는 스트레스 강도가 임계점을 넘지 않았을까요? 그 순간 '개돼지' 발언이 화약고에 불을 던진 역할을 한 게 아닐까요?

이야기는 홍준표 지사 발언으로 번집니다. '민중은 개돼지' 발언과 차이점을 먼저 짚었습니다. '민중은 개돼지' 발언이 거의 예외 없는 공분을 샀다면 홍 지사 발언에는 진영 논리가 작동합니다. 홍 지사 사퇴를 요구하는 여영국 경남도의원에게 공감하고 홍 지사 발언에 분노하는 쪽이 있다면, 여 의원 주장이 불편하고 홍 지사 발언이 통쾌한 쪽도 있습니다. 또 파면된 고위 공무원을 징계한 주체는 바로 교육부였습니다. 홍 지사를 징계할 수 있는 주체는 무엇인가요? 네, 바로 유권자입니다.

다시 되짚어도 어려운 주제였습니다.

deal(딜) 거래, 흥정

7월부터 후반기 지방의회가 시작됐습니다. 경남도의원을 비롯해 시·군의원 임기가 절반을 지난 셈입니다. 지방의회는 전·후반기로 나눠 의장단을 선출합니다. 의회 의장을 비롯해 상임위원장을 '물갈이' 합니다.

그런데 시·군의회 후반기 의장단 선출 과정이 아주 가관입니다. 다음 의장 선출을 약속하는 '혈서' 논란을 비롯해 '돈 봉투', '성추문' 구설 등 지방의회 안팎에서 잡음이 끊이질 않았습니다. 대부분 전반기에 너를 밀어준 대신 후반기에는 나를 밀어줘야 한다는 '거래'가 깨지면서 생긴 잡음입니다. 이러다 후반기 초반을 자리다툼으로 날릴 모양새입니다. 그 과정에서 유권자에 대한 고려는 없습니다.

그나저나 혹시 우리 지방의회 의장이 누구인지는 아십니까? 2년마다 한 번씩 의장이 바뀌었을 텐데 몇 명 정도 기억하시나요? 진행자인 청보리는 한 명도 떠올리지 못했고, 흙장난은 예전 창원시의회 의장과 경남도의회 의장 이름을 언급하는 대견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어쨌든 지방자치단체 행정을 견제·감시하라고 뽑은 의원들이 이처럼 자기들 싸움에 전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정작 유권자는 누가 의장이 되든 신경 쓰지 않을 텐데 말입니다.

지방의회 의장은 의전에서 지방자치단체장과 동급입니다. 또 지방의회 운영에서 회의 개최, 조례 제정 과정 등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의회 안에 별도 공간을 배정받고 관용차량을 이용할 수 있는 특권(?)도 있군요. 이런 특혜가 탐났을 뿐일까요?

의장은 대부분 3선 이상 다선 의원이 맡습니다. 즉 해당 자치단체에서 기초의원으로서 할 것은 다 했다(유권자 처지에서는 다르겠지만)고 여기는 의원들이 의장 선거에 나섭니다. 여기에는 기초의원 이후에 대한 설계가 깔려 있습니다. 경남도의원, 더 나아가서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까지.

이 정도면 의장 자리 효용성을 대충 가늠할 수 있습니다. 의장은 언론 노출도가 상대적으로 높습니다. 앞서 언급했지만 자치단체장급 의전으로 자연스럽게 유권자 접촉 기회도 훨씬 잦습니다. 의장 자격으로 생색낼 기회도 많습니다. 지방의회 성과는 결국 의장 성과로 수렴할 수 있으니 말입니다. 어쨌든 그들끼리는 처절한 다툼 속에 유권자가 없다는 게 안타까울 뿐입니다.

sunset(선셋) 일몰

스포츠가 때로는 드라마나 영화보다 감동을 줄 수 있는 이유는 '불확실성' 때문입니다. 결과가 이미 정해진 스포츠에 어떤 감정을 이입할 수 있을까요? 그런 점에서 최근 프로야구에 드리우는 승부조작 그늘은 매우 안타깝습니다. 더군다나 이태양 선수가 먼저 언급됐다는 점에서 NC다이노스 팬들이 느끼는 실망은 더 클 것입니다. 비록 이태양 선수 이름 때문에 '일몰'이라는 단어를 선정했습니다만 그를 비난하는 시간을 마련하자는 뜻은 아니었습니다. 이번 일이 프로야구가 체질 개선을 확실하게 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아울러 앞으로 프로야구에서 보기는 어렵겠지만 이태양 선수가 사회에서 더 떳떳한 모습으로 재기했으면 좋겠습니다.

방송에서 주로 언급한 것은 이번 사태에 대응하는 NC 구단 자세였습니다. 보도 내용을 참고하면 이태양 선수 자수를 권한 것부터 사태 발생 즉시 이어진 대표이사 사과 성명, 수사 협조, 재발 방지 대책 등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오히려 어떤 점에서 낯설기까지 했습니다.

청와대, 정부, 정당, 검찰과 경찰, 대기업 등 이른바 우리 사회 권력층에서 사고를 치고 이처럼 반성하는 모습을 보인 주체가 있었나요? 최근 몇 년 동안을 대충 훑어도 기억에 남는 장면이 없습니다. 그런 적 없다고 우기고, 침묵으로 일관하고, 도망치다가 꼬리 자르고, 도저히 빠져나갈 구멍이 없으면 기껏 어르듯 '유감'이라고 하는 정도 아니었나요?

그런 점에서 NC 대응은 남달랐다고 생각합니다. 사고에 대한 책임을 명확하게 규정하고 사과하고 대책을 제시하는 모습을 야구 구단에서 봤다는 게 신선하고 그만큼 안타까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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