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사회서도 존경 받은 참교사, 마지막 수업에 후배·제자·주민도 모여 아이들 창작곡 발표회 함께해

지난 22일 오전 11시 창원 삼계초등학교 음악실. 수업을 앞두고 조용하던 음악실이 갑자기 많은 사람으로 북적대기 시작했다. 교실 뒤편에는 '선생님, 영원히 가슴속에 새기겠습니다'라는 플래카드도 내걸렸다. 이날은 그동안 평교사로 교단을 지키다 오는 8월 31일 자로 정년퇴임을 하는 송인세(62) 교사의 마지막 수업이 있는 날이었다. 송 교사의 마지막 수업 소식이 전해지자 학생들 이외에도 동료교사, 제자, 지역주민 등 100여 명이 몰려 교실은 인산인해를 이뤘다.

후배 교사인 신종규 도교육청 장학사는 "선배님께서는 조용한 퇴임을 원하셨지만 후배 교사들이 뜻을 모아 공개수업에 많은 분을 초대했다"라며 "딱딱하고 지루한 관행의 퇴임식보다 평상시처럼 수업을 진행하고 선배님과 인연이 닿은 분들이 마지막 수업을 함께 듣는 게 좋을 것 같아 이런 행사를 기획했다"고 했다.

이날 행사는 마지막 수업임에도 평소와 다름없이 진행됐다. 수업은 6학년 학생들이 직접 가사를 쓰고 곡을 붙여 부른 음악 동영상 발표회였다.

창원삼계초 송인세 교사가 22일 마지막 수업을 하는 모습. 41년간의 교직생활을 돌아보는 듯 잠시 회상에 잠기기도 했다. /주찬우 기자

송 교사를 떠올리며 만든 곡도 있어 눈길을 끌었다.

'점심시간에 밥을 먹는데 송인세 선생님이 보였다. 너무 반짝거려서 빤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송인세 선생님의 점심·이정민)

'반짝반짝 선생님 대머리 눈이 작은 맹꽁이 선생님, 통통텅 탱탱탱 선생님 똥뱃살 선생님 스타일은 할아버지 죄송합니다.'(선생님·정다경)

'송인세 선생님 뱃살은 똥배 머리는 반짝반짝 너무 잘 생겼다. 그리고 한복패션은 오진다.'(송인세 선생님·김경환)

자신의 친근한 외모를 보고 학생들이 만든 노래가 모니터를 통해 흘러나오자 송 교사도 잠시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했다.

지난 1975년 거제 장목면에 있던 송진초등학교(지금은 폐교)에서 첫 발령을 받아 40여 년간 교사로서의 삶을 살았던 그는 그동안의 인생을 회고하듯 잠시 눈을 감고 회상에 잠기는 모습도 내비쳤다.

평소 음악교육에 열의를 보였던 송인세 교사. 22일 열린 그의 마지막 수업도 음악시간이었다. /주찬우 기자

그는 "마지막 수업이지만 오늘과 내일이 큰 차이는 없을 것 같다"는 담담한 소감을 밝혔다.

송 교사는 담임과 음악전담교사의 길을 오갔고, 특히 음악교육에 열의를 보였다. 이날 진행한 마지막 수업도 학생들이 직접 만든 곡을 함께 듣는 시간으로 진행이 됐다. 송 교사는 "동요는 아이들이 부르는 노래인데, 그동안 어른들이 만들어 아이들에게 전해주다 보니 고향이나 추억 같은 아이들 정서에 맞지 않은 부분이 있었다"면서 "아이들이 직접 노래를 만들어 부르게 하면 어떨까 싶어 음악 만들기 수업을 진행했는데 반응도 괜찮았다"고 설명했다.

본업은 교사였지만 그는 사회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참교육을 외치며 전교조 활동도 했고, 내서 지역에 자리를 잡고서는 푸른내서주민회에서 활동하다 회장직을 맡기도 했다.

그는 "조직은 떠나면 잊히지만 지역은 그렇지 않다. 하루하루 얼굴 보고 살아야 하는 지역공동체인 푸른내서주민회가 설립됐다는 얘기를 듣고 회원으로 활동하다 나이가 많아서 그런지 회장까지 맡았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창원시의회 송순호 의원은 '지역의 어르신'으로 송 교사를 치켜세웠다. 송 의원은 "학교에서는 훌륭한 선생님이셨지만, 지역사회가 마을공동체를 구성하는 데도 힘을 보태셨다. 원칙주의자인 송 선생님이야말로 우리 마을의 존경을 받는 어르신"이라고 말했다.

이날 송 교사의 마지막 수업에는 도내 각지에서 그에게 배움을 받았던 제자들도 다수 참석을 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담임과 제자로 만나 여태껏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는 허정숙(41) 씨는 "당시에도 선생님의 수업은 파격 그 자체였다. 학생들에게 다양한 경험을 전해주고자 김덕수 사물놀이패 공연을 단체 관람하기도 했고, 직접 돈도 벌어봐야 한다며 신문배달을 권하기도 했다"며 "한 반에 학생이 66명이나 됐는데 누구 하나 차별 없이 모두 자식처럼 대해주신 진정한 스승이셨다"고 회고했다.

박종훈 교육감도 이날 후배교사 자격으로 참석해 그의 마지막 수업을 경청하며 '만년필'을 선물했고, 송영기 전교조 경남지부장은 교육민주화를 위해 노력한 송 선생에게 조합원의 마음을 담아 참교육의 상징인 전교조 금배지를 가슴에 달아주기도 했다.

그는 "이제 교사 옷을 벗었으니 오히려 홀가분하게 올바른 교육에 대해 깊이 있게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학교나 가정에서 아이들을 위한다는 이유로 많은 것을 해주지만, 실제로는 아이들보다 어른들 위주의 가치관이 많이 반영되죠. 아이들은 '키운다'라는 개념보다는 '키워 보낸다'라는 개념으로 접근을 해야 해요. 아이들의 관점으로 그들이 진정으로 원하고 요구하는 걸 주는 게 교육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의 눈으로 학교 현장을 누비는 교사가 많아졌으면 하는 게 바람이죠."

4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아이들을 가르친 노(老) 교사의 소박한 당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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