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재판 내내 침통한 표정을 지었다. 고개를 제대로 들지도 못했다. 그리고 결심공판에서는 이렇게 말했다. "상사 지시였기에 거부하기가 어려웠다. (핵심 주도자를 제외한 연루자들도) 나와 같은 심정이었을 것이다." '박종훈 교육감 주민소환 허위서명'에 연루된 경남도청 한 공무원 얘기다. 공직사회 생리에 비춰본다면 결코 변명만으로 들리지는 않는다. 그는 박권범 당시 복지보건국장 지시로 개인정보를 빼오는 일을 했다. 증인으로 출석한 동료 직원은 "이번 일로 매우 괴로워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결국 그는 유죄를 선고받았다. 다만 집행유예였다. 또 다른 경남도청 공무원 2명은 각각 벌금을 내게 됐다.

이들에게는 씻을 수 없는 오점이 될 것이다. 누구를 위한 일이었는가를 생각해 보면, 물론 이 일을 해서 전공을 세우겠다는 본인 욕심도 전혀 없지는 않았겠지만, 결국엔 경남도청 수장인 홍준표 도지사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홍 지사는 "어쩌겠는가, 지들이 알아서 해야지"라며 당연한 희생으로 치부하고 있다. 그리고 그들 상처는 외면한 채 오로지 중앙정치권을 향한 구애를 이어가고 있다. 페이스북에 미 대선 공화당 후보인 트럼프, 새누리당 전당대회 등 자신의 향후 행보와 관련한 내용을 연일 언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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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이런 글을 올렸다. '난세에는 요리조리 빠져나가는 만유가 필요한 것이 아니고 난세를 평정할 장수가 필요하다.' '만유(기름장어)'는 자신을 위해 일하던 이들이 상처 입든 말든, 자신의 정치적 행보에만 시선을 두고 있는 홍 지사 스스로에게 더 어울릴 법하다. 그리고 그가 '장수'는 될 수 있을지언정 '유능한 장수'는 되지 못할 것 또한 분명해 보인다. 부하를 버리는 장수를 어느 누가 따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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