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문에서 꺼낸 이야기]과실 없으면 배상 책임은 없어
재판부 "빠르게 번갈아 치는 공, 앞벽에만 맞는 건 불가능"

창원에 사는 ㄱ 씨는 스쿼시 재미에 조금씩 빠져들었다. 그러던 지난 2015년 1월, ㄴ 씨와 함께 2인 스쿼시를 했다.

ㄱ 씨는 앞에서 공을 치고 난 후 몸을 돌려 ㄴ 씨 모습을 지켜보려 했다. 그 순간 ㄴ 씨가 친 공에 왼쪽 눈을 맞았다.

고글 없이 안경만 끼고 있던 터였다. 안경이 부서지면서 각막 열상 및 황반성 변성 등의 부상을 당했다.

이에 ㄱ 씨는 ㄴ 씨가 든 보험회사 두 곳을 상대로 각 1억 원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ㄴ 씨가 '일상생활에서 우연한 사고로 타인에게 손해배상책임을 지게 될 경우 1억 원 범위에서 보험금을 지급하기로 한다'는 내용의 보험에 가입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창원지방법원 민사재판부는 ㄱ 씨 청구를 기각했다고 26일 밝혔다. 핵심 쟁점은 'ㄴ 씨의 과실' 여부였다.

우선 재판부는 "한 영역에서 신체적 접촉을 하며 승부하는 운동경기는 내재된 부상 위험이 있다. 또한 예상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위험을 어느 정도 감수하고 경기에 참여한다"며 "그 참여자가 주의의무를 다하였는지는 해당 경기 종류, 위험성, 당시 진행 상황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해야 한다"고 전제했다.

이를 바탕으로 이번 사건은 "스쿼시 운동 또한 좁은 공간에서 비교적 속도가 빠른 공을 번갈아 치는 운동이다. 어느 일방이 친 공이 반드시 앞쪽 벽면에만 맞는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때로는 상대 선수나 바닥, 옆 벽면에 맞을 확률이 매우 높다"고 봤다.

이에 "사고 당시 ㄴ 씨가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스쿼시 경기규칙을 위반하거나, 과실로 사고를 예상하지 못하거나, 사회적 범위를 벗어난 잘못된 행동으로 ㄱ 씨에게 공을 맞혔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ㄴ 씨 잘못이라고 보기 어렵기에 보험금 지급 의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