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주군민 여론 대부분 '결사 반대', 정부 무책임한 결정에 분개…사드 배치 이후 인구 감소 우려, 군민 단합 강조

지난 13일 국방부는 경상북도 성주군 성산포대에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설치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그 과정에서 성주군 주민과 어떤 협의나 토론은 없었다. 이에 성주군 주민들이 상경투쟁과 촛불집회를 열고 강력히 반발하자 국방부는 부랴부랴 기자들을 사드 레이더 기지에 데려가 전자파 논란을 잠재우려 했다. 그리고 뒤늦게 성주군민들과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과연 지금 성주는 어떤 모습일까? 주민들은 정부의 말을 신뢰하고 있을까? 기자는 7월 24일 오전 직접 성주군으로 향했다.

▲ 7월 24일 저녁 7시, 제12차 사드 배치 반대 촛불문화제를 앞두고 성주군민들이 군청 앞마당으로 속속 모여들고 있다./임종금 기자

◇가깝고도 먼 성주 = 창원에서 성주군청까지 생각보다 가까웠다. 승용차로 불과 1시간 10분 남짓한 거리였다. 이 정도면 하동이나 거창, 함양보다 성주가 더 가까운 셈이다. 성주군은 인구 4만 6509명(2014년 말)이 살고 있으며 사드가 설치될 성주읍이 군청소재지이자 최대 인구(1만 4092명)가 살고 있다. 또한 행정구역상으로 경남과 접해 있다. 성주군 남단 수륜면과 가천면은 합천군, 거창군과 접해 있다. 성주군 수륜면사무소 부면장은 "가야산을 경계로 합천과 접해 있고, 합천 해인사와 불과 10킬로미터 정도 밖에 안 떨어져 있다"고 말했다.

성주군은 우리나라 참외의 주산지이다. 성주군청 농정과 관계자는 "전국 참외 재배면적의 약 70%, 참외 생산량의 80%가 성주 참외"라면서 "참외로만 매년 4000억 원 이상 매출을 거둔다. 또한 참외 뿐 아니라 기타 과일, 축산까지 합하면 매년 1조 2000억 원에서 1조 3000억 원 정도 매출을 거둔다"고 말했다. 그러니까 우리는 성주군에서 난 참외나 농산물을 한 번 이상은 먹어 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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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주군 초전면 한 참외 단지. 참외 재배용 비닐하우스가 끝없이 늘어서 있다. 비닐하우스 상단에 검은색 환풍구가 달려 있어 비닐하우스 온도가 높아지면 자동으로 작동된다./임종금 기자

그러나 성주는 신문지상에 이름을 올린 일이 거의 없다. 2000년대 이후에도 그렇고 2000년 이전 신문을 검색해 봐도 성주에 대한 기사는 거의 없었다. 동아일보에 '성주군'으로 검색하면 1920년대부터 1999년까지 719건의 기사가 검색된다. 그러나 대부분 단신이나 동정, 선거구로 언급되는 수준에 불과했다. 큰 사건이나 재난이 일어난 적도 없었다. 국방부 차관이 성주를 '상주'라고 실수로 호명할 정도로 성주는 낯선 곳이었다.

◇"우리나라가 공산주의 독재국가입니까" = 성주군에 들어서자 예상대로 사드 반대 현수막을 수없이 볼 수 있었다. 특히 성주군청이 있는 성주읍에는 물리적으로 현수막을 걸 수 있는 곳은 모두 다 걸어 놓았다. 이 뿐만이 아니었다. 성주읍 한 통신사 대리점에서는 자체적으로 세로식 현수막을 내걸었으며, 공중 화장실, 심지어 오토바이 배달부조차 '사드 반대'라는 깃발을 꽂고 다녔다. 성주읍을 벗어나도 국도나 지방도에 수없이 현수막이 붙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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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반대 현수막을 걸어 놓은 통신사 대리점./임종금 기자

기자는 성주읍을 벗어나 초전면, 선남면, 대가면, 용암면, 수륜면 등을 살펴봤다. 역시 면소재지에는 어김없이 수십 장의 반대 현수막이 붙어 있었고 길을 가다가도 개인이나 자생단체에서 붙인 현수막이 적지 않았다. 현수막을 붙인 주체는 다양했다. 관변단체는 물론이고 동창회, 동기회, 주민회, 직능단체 등 자생단체와 기업체, 상가 업주, 그리고 개인이 건 현수막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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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주읍에서는 상단 현수막 외에도 좌우 인도에도 현수막이 수없이 붙어 있다./임종금 기자

그러면 '현수막 민심'과 '밑바닥 민심'은 차이가 있을까? 먼저 성주군청에 공무원에게 물어봤다. 당직 공무원은 "(사드 배치에) 아무래도 신경이 쓰이죠"라고 짤막하게 답했다. 군청 농정과 관계자에게도 물었더니 이렇게 답했다. "사드가 우리나라 어딘가에 있기는 있어야 하겠지만 여기는 아닙니다. 특히 느닷없이 이렇게 됐기 때문에 군민들 반발이 극심합니다. 당분간 가라앉지 않을 것입니다."

성주군청 인근 중화요리를 운영하는 어르신도 "(사드가 배치되면)안 좋지예"라고 짤막하게 대답했다. 성주읍 성산3리에 사는 어르신은 "내가 손에 일이 안 잡혀. 혹시 좋은 소식 있을까봐 여기(촛불문화제)에 올 수 밖에 없어"라고 하는 등 성주읍 주민들의 반응은 대체로 비슷했다.

성주읍을 벗어나 다른 지역은 어떨까. 초전면 대장리에서 만난 유 모(65) 씨는 마침 서울로 가는 참외박스를 13톤 트럭에 싣고 있었다. 그는 "사드는 성주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어디에도 안 와야 한다. 다른 데 가면 거기가 또 난리가 날 거 아니냐?"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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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주군 초전면 대장리에서 유씨 일가족이 참외 박스를 트럭에 싣고 있다./임종금 기자

성주군 선남면 관화리 선남공인중개사에서 만난 두 어르신도 반발하긴 마찬가지였다. ㄱ 어르신은 "한 번도 얘기를 안 하고 덜렁 이러니까 불만이 많다. 그래도 국책사업이니 밀어붙이면 되기야 될 거다"고 했으며, ㄴ 어르신은 "이게 공산주의 국가지. 독재하고 북한하고 똑같은 거 아이가. 민주국가에서 이럴 수 있나. 우리나라에서 사드는 필요 없어, 대신 핵무기를 만들어야 해"라고 했다. 이에 ㄱ 어르신은 "독재국가는 무슨, 찍어준 사람이 문제지. 지금이라도 새누리당 달고 나오면 다 찍어줄 거면서. 위에서 보면 2만 명이 사람 목숨으로 안 보이지"라고 했다. ㄴ 어르신은 "내 부터 (이제는) 안 찍는다. 사드 반대하는 사람들 이번에는 목숨 걸고 할 겁니다. 잘 두고 보이소"라고 장담했다.

성주군 용암면은 성주읍과는 반대 방향으로 사드의 영향을 안 받는 지역이다. 그러나 이곳도 비슷했다. 성주군 용암면 용정리 용암반점 주인은 "사드 때문에 성주가 난리가 났다. 용암면에서도 주민들이 계속 촛불문화제 하러 가고 있다. 나도 갔다 왔다"고 했다. 같은 마을에서 삼거리할인마트를 운영하는 어르신은 "정부가 발표할 때 성주가 민가가 적다고 했다. 내가 들어도 마음이 섭섭하더라"라고 했다. 이어 "하려면 전문가들 불러서 전국적으로 이게 문제가 없다고 다 이해시킨 다음에 해야지. 그리고 성주읍 보다 훨씬 인구 적고 빈 산이 천지빼까린데 거기 인가 없는 곳에 개발하면 되지"라며 울분을 토했다.

정말 사드를 찬성하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을까? 사드 배치 예정지인 성산포대 진입로를 찾다 우연히 딱 한 명 찬성하는 어르신을 만날 수 있었다. 성주읍 성산6리에 사는 한 어르신은 "이게(사드) 휴전선에도 있다는 그거죠? 이거 하면 북한에서 미사일 쏘는 거 다 알 수 있다고 뉴스에서 봤다"고 했다. 기자가 현수막을 가리키며 '사람들 반발이 심하다'고 하자 "(반대 사람들)미친 거 아닙니까. 여기 오면 관광지로 하면 잘 되겠구만"이라고 색다른 답변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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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드 배치 예정지인 성산포대 진입로. 사진에 나오지는 않지만 좌측 초소에 군 부대가 막고 있어 더는 올라갈 수 없었다./임종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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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배치 현수막 중 우리나라(한반도) 어디에도 사드가 필요 없다는 현수막./임종금 기자

◇여전한 성역 '박근혜' = 성주군민들이 이렇게 반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단 전혀 협의가 없었다. 성주군 공무원과 주민들 말을 종합해 본 결과 성주군수도 사전에 알지 못할 정도로 성주 주민들은 그야말로 '날벼락'을 맞은 셈이었다. 또한 성주에서 가장 인구가 밀집된 성주읍, 선남면 등이 사드 레이더 영향권에 포함된 것이 큰 것 같았다. 이 지역에만 성주 인구의 절반이 살고 있고 성주군청도 성산포대로부터 약 1.5킬로미터 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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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배치 예정지인 성산포대 바로 아래에서 본 성주읍 시가지. 멀리 아파트가 보인다./임종금 기자

경제적인 문제도 있었다. 성주군청 농정과 관계자는 "성주 참외 이미지가 한 번 떨어지면 다시 만회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으며 초전면 대장리에서 만난 유 모 씨도 "올해 참외 값이 떨어져 10집 중 6~7집은 작년보다 매출이 줄었는데 또 이래가지고 (걱정이다)"고 했다. 선남면 관화리에서 만난 ㄱ 어르신도 "안 그래도 아들(학생들)이 계속 빠져나가고 있는데 사드를 학교 밀집 지역에 해 버렸으니 걱정이다. 게다가 여기 성주에 은퇴하면 오려고 땅 사놓은 사람들이 많은데 그 사람들이 오겠느냐?"라고 했다. 용암면 용정리 삼거리마트를 운영하는 어르신도 "성주 곳곳에 빌라 같은 게 많이 지어져 있다. 그 사람들이 다 대출 받아서 지은 건데, 이제 그 사람들 다 망했다. 누가 여기 와서 살려고 하겠냐? 지금 성주 사람들 힘이 빠져 가지고 일할 맛도 안 난다. 어디 높은 데 좀 알려달라"고 했다.

▲ 성주군청에서 본 성산포대(사드 배치 예정지) 모습. 붉은 원이 사드 배치 예정지다./임종금 기자

이렇게 반발이 심하지만 언급되지 않는 인물이 있었다. 기자가 본 수천 장의 현수막 그 어디에서도 '박근혜', '대통령'이라는 단어는 아예 보이지 않았다. 한민구 국방장관을 비판한 현수막도 많이 보였고, 성산포대 진입로 바닥에는 붉은 글씨로 한민구 국방장관에 대한 욕설을 퍼붓는 문구도 있었지만 박근혜 대통령이라는 단어는 정말 듣기 힘들었다. 이에 대해 사드배치철회 성주군투쟁위원회(이하 투쟁위) 관계자는 "성주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지 누군가를 비판하는 게 핵심이 아니다"라고 대답했다.

성주 주민을 다수 인터뷰하면서 박 대통령에 대해 질문을 던졌지만 대답을 하는 이는 거의 없었다. 심기가 불편한 듯 입을 꾹 다물거나 아예 딴 소리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다만 성주읍에 사는 이호형 씨는 "아버지(박정희)는 지대공 미사일, 딸내미는 요격 미사일. 참 잘하는 짓이다"라고 했다. 성주읍 성산3리에 사는 한 어르신도 촛불문화제에 참석하면서 박 대통령에게 욕설을 퍼붓고는 "잡아 갈 테면 잡아 가라!"고 외쳤다. 촛불문화제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대통령을 직접 언급하기 보다는 '청와대에 계신 그 분이 쉽게 바뀔 분이 아닙니다'는 식으로 에둘러 비판했다.

◇성주의 투쟁 방식 = 24일 밤 8시 성주군청 앞마당에 약 15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사드배치 반대 제12차 촛불문화제가 열렸다. 촛불문화제 기획, 준비, 진행 전 과정을 꼼꼼하게 살폈지만 외부단체가 개입된 정황은 확인할 수 없었다. 또한 성주군청 인근 주차장을 샅샅이 뒤졌지만 대형 밴이나 버스로 '동원'한 흔적도 없었다. 공무원과 주민들 말 대로 자발적인 집회가 분명했다.

성주에서 열린 촛불문화제에서는 특이한 점이 있었다. 성주 투쟁위는 '파란 리본'을 상징으로 정했다. 아직 완전히 배포되지 않은 듯 파란 리본을 단 사람은 많이 보이질 않았다. 그러나 구호 타올, 머리띠는 파란색으로 통일된 듯 보였다. 그리고 속칭 민중가요도 전혀 틀지 않았다. 트로트, 대중가요를 틀면서 흥을 돋았다. 또한 성주 촛불문화제는 어르신이 집회 인원의 1/3을 차지했으며, 어린이와 30~40대도 대거 참여해 명실상부한 전 연령층이 참여하는 집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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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주군청 앞마당에 설치된 새누리당 탈당계 작성 부스./임종금 기자

이들은 정파적으로 접근하지도 않았다. 더불어민주당 김현권 국회의원(비례대표)이 발언할 때나, 투쟁위원장이 새누리당에서 이런 저런 관심을 표하고 있다는 것을 말할 때나 마찬가지로 박수를 보냈다. 김관용 경상북도지사(새누리당)가 보내온 메시지에도 박수를 보냈다. 무소속 홍의락 국회의원(대구 북구 을)이 투쟁위를 방문했을 때에도 굉장히 반가워했다. 성주군민은 그저 관심을 받는 그 자체에서 희망을 얻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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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주군을 방문한 무소속 홍의락 국회의원./임종금 기자

그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뭘까? 촛불문화제 때 만난 여러 사람이 기자에게 '절대 우리는 보상을 원하는 거 아니다, 그런 식으로 쓰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촛불문화제에서 구호를 외칠 때도 항상 "우리 땅(대한민국) 어디에도 사드배치 반대한다"는 구호를 맨 앞에 내세워 '님비 현상'이 아님을 강조했다. 이를 반증하듯 현수막 중에서도 "대한민국(한반도) 어디에도 사드배치 최적지는 없다"는 내용이 많았다. 상당수의 주민은 성주 혹은 대한민국에 사드가 들어오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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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 24일 밤 성주군청 앞마당에서 열린 제12차 사드배치 반대 촛불문화제에서 성주군민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임종금 기자

성주군민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무엇일까? 바로 분열과 고립이었다. 2시간 남짓한 촛불문화제 중에서 가장 많이 들은 단어가 '군민 모두 힘을 합쳐, 똘똘 뭉쳐, 끝까지, 함께' 같은 것이었다. 또한 언론에 의해 타 지역 주민들과 고립되고 있다는 걱정을 하기 시작했다. 성주읍 성산3리에 사는 어르신은 "광주 사람들 심정을 알겠더라고. 우리 전부 다 광주 사람들 빨갱이로 안 알았나. 고립돼 가지고 언론에서 그래 써서 그런 줄도 모르고 빨갱이로 다 안 알았나. 아무리 사진 찍어 가도 방송에 한 줄도 안 나오고 엉뚱한 소리만 나오고 피를 토할 심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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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문화제 행사에서 '사드 배치 결사 반대' 응원 타올을 펼쳐 보이는 성주군민들./임종금 기자

투쟁위에 따르면 오는 26일 새누리당 주요 당직자와 정부 실무단이 성주에 방문한다고 했다. 그러나 그들이 어떤 '당근'을 가져온다고 하더라도 성주군민을 납득시키기는 어려울 듯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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