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발전연구원 김용철 원장의 사퇴는 그 뒷 배경이 석연치 않아 의구심을 키운다. 김 원장은 처음에는 스스로 원해서 한 행동이라며 뒷말을 차단하는 모양새를 취했으나 도중하차에 따른 부담감이 컸던지 사표를 내라니까 냈다는 다소 격앙기가 풍기는 반응을 보였다. 그의 말을 신뢰하지 못할 객관적 사유가 마땅치 않으므로 타의 쪽에 무게중심을 두는 것은 무리가 없을 것이다.

도가 밝힌 해명자료에 의하면 (원장이)개인적으로 현장 업무와 맞지 않은 부분이 많아 연구원의 더 큰 발전을 위해 사직처리도 됐음을 알리고 있다. 김 원장은 공모과정을 거쳐 기용된 교수 출신 학자다. 당시 도는 직무 적합성과 청렴성을 두고 내부검증과 도민의견을 수렴하여 적임자로 판정한 것인데 불과 3개월 만에 그때의 평점을 완전히 뒤엎는 역설적 결론을 내렸으니 별안간에 능력과 품성이 증발되기라도 했다는 건가. 도의 논증대로라면 자가당착이 아닐 수 없다.

그의 사퇴가 홍준표 지사 주민소환의 맞불 소재로 보수단체가 추진한 박종훈 교육감 주민소환 불법서명 작업과 무관치 않다는 추정은 그래서 설득력을 얻는다고 할 것이다. 알다시피 경남도 직할 공공기관인 경남개발공사와 경남프로축구단의 대표자가 불법서명을 주도했다가 고발당해 실형을 언도받은 게 엊그제다. 경남발전연구원은 반대로 불법서명에 가담한 혐의를 받은 간부 공무원들을 자체징계했고 그게 사퇴의 주 배경일 가능성이 점쳐진다. 만일 그 같은 추측이 실재한다면 김 원장의 사퇴는 억울할 수밖에 없는 반면 도가 제시한 사퇴 이유서는 명분이 떨어진다.

경남발전연구원은 지역개발에 필요한 각종 연구프로젝트를 수행키 위한 싱크탱크로서 도와 시군이 출자해 설립한 공익 목적의 연구 전담기관이다. 원장은 권위를 갖춘 학계 원로가 맡는 것이 상식처럼 돼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정치색이 개입되면서 그 정체성이 흐려졌음을 부인할 수 없다. 홍 지사가 취임한 후 3년반 동안 세 명의 원장이 교체됐다. 그중 두 명이 정치권 출신으로 선거 잿밥에 더 관심이 많았던 것이 결정적 원인이었음은 자타가 인정하는 바다. 직무의 연속성과 직책에 대한 책임감이 단절되는 현상은 그러므로 피할 수 없다. 경남발전연구원장의 이번 사퇴가 혹시라도 정치적 셈법에 의한 것이거나 괘씸죄가 적용된 것이라면 후유증은 개인을 넘어 지역사회로 전이될 것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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