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공무원시험 준비생 25만 명 넘어…만만찮은 시간·돈 들여도 10%만 합격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5월 경제활동 인구 조사'에 따르면 15~29세 취업 준비생 65만 2000명 가운데 약 40%에 해당하는 25만 6000명이 일반직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이른바 '공시생(公試生)'으로 집계됐다. 반면 일반 기업체 취업 준비생은 14만 명 수준이었다. 한마디로 대한민국에는 공무원 시험 광풍이 불고 있다.

지난 6월 18일 필기시험을 친 '2016년도 경남도 지방공무원(8·9급) 신규 임용 시험'에 1만 7133명이 응시해 평균 15.4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올해 선발 인원은 1110명이다. 응시 인원은 지난해 1만 4814명보다 2319명이 더 늘어났다. 모두 12명을 선발하는 보건 9급에 565명이 응시해 무려 47.1 대 1이라는 경쟁률을 기록했다. 가장 많은 인원(555명)을 뽑는 행정 9급 일반직은 1만 40명이 몰려 18.1 대 1이었으며, 159명을 선발하는 창원시에는 4770명이 응시했다.

극소수를 제외하곤 모두 대졸자나 대학 재학생(휴학생 포함)이다. 경남의 사례는 아니지만 지난달 광주광역시 지방공무원 9급 임용시험에 사법연수원 출신 변호사가 지원했다는 언론 보도가 관심을 끌었다.

이처럼 많은 청년 취업 준비생이 공무원 시험에 목을 매는 이유는 뭘까. '안정된 직업'이 주된 이유다. 정년 보장과 그에 상응하는 수입이 매력적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공무원 시험 합격 후 정년까지 30년간 근무한 사람과 중견기업에 25년을 다닌 사람의 수입을 시뮬레이션한 결과, 정년까지 근무한 공무원이 더 많다는 자료도 있다. 민간기업의 불확실성까지 더하면 공무원에 대한 메리트는 더 커진다. 여기에 학벌이나 스펙이 아닌 실력으로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아 취업할 수 있는 방법은 오직 공무원 시험뿐이라는 생각도 한몫한다.

안정된 직업을 갖고자 하는 취업 준비생에게 뭐라고 할 생각은 없다. 다만, 세상에 수많은 직업 가운데 유독 공무원만 고집하는 것은 짧은 청춘이 아깝다는 것이다. 대학을 휴학하거나, 아니면 졸업 후 몇 년씩 고시원과 학원을 전전하는 것이 과연 합리적인가를 고민할 대목이다. 특별히 수입이 없으니 합격 때까지 수천만 원의 경비를 부모님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다는 점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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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을 이기는 부모 없다'는 옛말이 있다. 부모는 경제적 부담을 감수하면서 자식 뒷바라지에 모든 것을 바친다. 이 글을 쓰는 기자도 자식문제에 뚜렷한 해답이 없다. 경험하지 못한 미래의 일을 과거의 경험만으로 자식을 이해시키고 설득하는 것이 벅차다. 하지만 어떻게 사는 것이 좀 더 보람되고 의미 있는 것인가에 대해서는 이야기할 수 있다.

혹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거나 뜻이 있는 자식이 있다면 '왜 공무원이 되려고 하는지', '국가와 국민을 위해 봉사하겠다'는 소명의식이 있는지 부모님이 먼저 나서 토론의 시간을 만들어보자. 우리가 사는 세상, 앞으로 우리 자식이 살아갈 세상에는 공무원보다 더 나은 직업이 많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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