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려·예의 없는 막말 공직자·정치인 한국사회 더 거칠고 피곤하게 만들어

고위공직자들의 거친 언행은 공직사회는 물론 한국사회를 살벌하게 만든다. 정치지도자들의 정제되지 못한 막말 퍼레이드는 새삼스러울 것이 없지만 한국사회의 품격을 저급한 수준으로 추락시키기 때문에 유권자들의 질타가 필요하다.

국민을 '개돼지' 취급한 교육부 고위공직자는 파면을 당했지만, 그의 생각에는 변함이 없을 것 같다. 그런데 정치권은 막말 면죄부를 받은 것처럼 여야 가릴 것 없이 함부로 '개돼지급 발언'을 이어가고 있어 듣는 국민은 괴롭다.

이번에는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가 새누리당 당권 주자들에게 "'개나 소'나 막 나온다"는 식의 발언을 했다. 새누리당 박명재 사무총장은 이에 "농담이라고 하기엔 너무 고약하고, 농담의 수준이 제1야당 원내대표라는 분의 정치적 상식과 수준을 의심케 한다"고 비판했다. 옳은 지적이다. 여당의 국회의원들이 나름의 비전을 갖고 대표에 출마하겠다는데, 야당 원내대표라는 사람의 '개나 소나 막 나온다'는 식의 폭언은 상대에 대한 배려나 존중은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는 것이다.

박 사무총장은 "우 원내대표의 막말은 귀를 의심케 하는 아연실색한 표현"이라며 "아무리 정치권이라도 할 말이 있고 못할 말이 있다. 상대 당 후보들을 격려하고 축하하지는 못할망정 우리 후보들의 인격과 품위를 송두리째 폄훼함으로써 최소한 지켜야 할 정치인의 도를 벗어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사무총장의 이런 지적에 대해 우 원내대표는 당사자들에게 사과하는 것은 물론 제1당을 만들어준 유권자들에게도 사과를 해야 할 것이다. 오만한 생각과 태도는 말로 표현되는 법이다. 박 사무총장에게 똑같은 원칙을 새누리당 홍준표 경남도지사에게도 적용해달라는 당부를 하고자 한다. 경남도민들은 홍 지사의 거듭된 폭언, 막말에 주민소환에까지 나설 정도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홍 지사는 최근 단식농성 중이던 정의당 여영국 도의원을 향해 "쓰레기가 단식한다고 해서 되는 게 아냐. 2년간 단식해봐. 2년 후에는 나갈 테니까"라고 말했다. 이뿐이 아니다. 그는 이어서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간다"며 여 의원을 향해 확인사살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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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 12일 오후 경남도의회 앞에서 홍준표 경남도지사 사퇴촉구 농성을 하고 있던 여영국 경남도의회 의원이 본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도착하고 있는 홍준표 지사에게 "지사님 이제 결단하시죠" 라고 말하자 홍지사는 "2년간 단식해봐, 2년. 2년 후에는 나갈테니. 쓰레기가 단식한다"고 했다. / 김구연 기자

야당 도의원을 향해 '쓰레기' '개'에 비유할 정도로 홍 지사의 언행에는 절제가 없다. 홍 지사는 이어 자신의 페이스북에 "극히 일부 의원은 의원이라기보다 깜도 안 되는 무뢰배에 가깝습니다. 더는 이러한 무뢰배의 행동을 묵과할 수가 없습니다"라고 썼다. 홍 지사는 또 "의원답지 않은 쓰레기 같은 행동을 하는 의원에게 쓰레기라고 비유하는 것은 막말이 아니고 참말입니다"라고 덧붙였다.

홍 지사가 화가 많이 났다 하더라도 반복적으로 '쓰레기' '무뢰배' 등을 들먹이며 상대를 거칠게 몰아가는 것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박 사무총장이 주장한 것처럼 "최소한 지켜야 할 정치인의 도를 벗어난 것"이 아닐까.

홍 지사에게 저급한 표현과 막말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1년 7월 자신에게 민감한 질문을 던진 여기자에게 "너 진짜 맞는 수가 있다. 버릇없게"라고 말한 적이 있다. 기자는 어떤 민감한 질문을 누구에게라도 해야 하는 직업이다. 자기 맘에 들지 않는다고 '맞는 수가 있다'니 깡패사회도 아니고, 겁박하는 말투는 언론에 대한 부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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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한 종편 시사프로그램에 출연하려고 방송국에 들어가려다 입구에서 제지하는 경비원을 향해 홍 지사는 "넌 또 뭐야? 니들 면상 보러 온 거 아니다. 네까짓 게"라는 발언으로 구설에 오른 적도 있다고 한다.

공직자, 정치인들의 품격을 저버린 언행이 한국사회를 더욱 거칠고 피곤하게 만들고 있다. 경남도지사가 경남인들을 존중한다면 그 대상이 누구든 '배려와 예의'를 갖추는 게 도리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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