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공업, 조선해양서 대금 못받아 회생 절차 신청…건설, 우발채무 위험 늘어 재매각 본입찰도 유찰

지난 22일은 창원에 본사를 둔 옛 STX그룹 계열사 수난일로 기록될 만하다.

7월 말 유동성 위기를 맞을 것으로 예상했던 STX중공업이 결국 이날 법원에 기업 회생 절차(옛 법정관리) 신청을 했고, 같은 날 이뤄진 STX건설 재매각 본입찰에는 아무도 응하지 않아 유찰됐다.

◇STX중공업 기업회생 절차 개시 신청 = STX중공업은 지난 22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기업 회생 절차 개시를 신청했고, 서울중앙지법은 파산 4부(김정만 수석부장판사)에 이를 배당했다.

STX중공업은 2013년 9월 산업은행을 주채권은행으로 한 채권단과 경영정상화를 위한 자율협약을 체결하고서 채권단 공동 관리를 받아왔지만 최근 유동성 악화로 결국 기업 회생 절차를 신청했다.

플랜트와 선박 엔진과 기자재(덱하우스와 선박 블록)를 주로 생산하는 이 회사는 저유가 장기화에 따른 플랜트 공사 발주 취소·지연과 신규 발주 감소, 선박 발주량 급감에 따른 선박 엔진과 기자재 주문 물량 감소에다가 그나마 선박 부문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했던 STX조선해양에 최근 몇 개월간 공급한 기자재 물품 대금을 받지 못하자 결국 이날 회생 절차를 신청했다.

STX중공업 협력업체들에 따르면 STX조선해양으로부터 못 받은 물품 대금은 700억 원에 이르러 유동성 위기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STX중공업에 납품하는 1차 협력업체는 40여 개사로 이들 업체가 이번 회생 절차 신청으로 22일 이전 채무와 채권이 동결됨에 따라 어느 정도 납품 대금을 못 받게 될지 등 지역 경제계에 미칠 영향을 창원시와 창원상의 등이 파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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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X조선해양 전경. /경남도민일보DB
◇STX건설 매각 또 불발 = STX건설은 지난해에 이어 새 주인 찾기에 또 실패했다.

한때 STX건설 매각이 순조롭게 진행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옛 STX그룹 계열사는 주식시장에서 일제히 상승세를 타기도 했지만 지난 22일 진행된 STX건설 본입찰에는 단 한 곳도 참여하지 않았다.

앞서 예비입찰에는 8곳이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하면서 본입찰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실제 응찰로 이어지지 않았다. 지난 연말 본입찰에서는 응찰 가격이 낮다는 이유로 무산됐었다.

지난 2005년 설립한 STX건설은 한때 전국 시공능력 평가액 순위 30위권에 오를 만큼 성장했지만 2013년 STX그룹 해체로 어려움을 겪다가 그해 4월 법원에 기업 회생 절차를 신청했다.

회생 절차를 마무리하고자 매각이 진행되고 있다. 세 번째 매각 추진 여부는 이르면 다음 달 중 검토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본입찰 무산은 예비실사에서 확인된 우발채무 등 위험도가 더 늘어난 게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우발채무란 장래에 일정한 조건이 발생했을 때 채무가 되는 것을 말한다.

본입찰 하루 전날인 지난 21일 세환그룹 계열사인 ㈜동진씨앤씨, ㈜신일유토빌건설, 사단법인 한국도시정책학회 등으로 구성된 세환컨소시엄은 "예비실사에서 추가로 확인된 우발채무 등 리스크가 있어 인수대금 산정에 시간이 더 필요하다"며 법원에 입찰 시한 연기 진정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아울러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마친 여러 중견건설사가 매물로 나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인수 의지가 있는 기업으로서는 여러 매물 가운데 더 나은 것을 골라야 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인수합병(M&A) 시장에서 눈치 싸움을 펼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따라 금융권과 M&A 시장 일각에서는 법원(서울중앙지법 파산3부)이 현재 200억 원 수준인 매각 대금을 더 낮추고 두 차례 매각 무산에 따른 부담감으로 공개 입찰이 아닌 우선협상대상자를 정해 매각을 추진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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