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지역 해수욕장 역사…마산 월포·가포 등 잇따라 폐장, 구산해수욕장 조성사업도 무산

'마산 월포해수욕장은 남조선지방에서도 물이 맑고 모래가 하얘 풍광이 명미하기로 이름이 높아 여관업자들은 이때 한몫을 보게된다고 한다.'

(동아일보 1934년 7월 5일 자 기사)

마산만은 예부터 물이 좋기로는 으뜸이었다. 옛 마산 지명 앞에는 으레 '수향(물의 고장)'이 따라 붙었다. 그래서일까. 경남 창원에는 꽤 많은 해수욕장이 있었다. '매립'과 '오염'으로 사라지기 전까지는 말이다.

◇매립의 역사 = 1935년까지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청 인근~중앙부두 인근에 월포해수욕장이 있었다. 전국적으로 유명해 여름철이면 서울에서 마산까지 특별 피서열차가 운행될 정도였다고 한다.

월포해수욕장이라는 이름이 붙게된 시기는 확실하지 않다. 추정은 가능하다. 1905년 일본군은 군사 목적으로 마산만을 최초로 매립했다. 이후 일본인들이 서서히 옛 마산으로 들어왔다. 월포해수욕장 태생은 이즈음인 1910년 전후로 가늠할 수 있다.

이후에도 일본인의 마산만 매립은 꾸준히 진행됐다. 지난 2011년 발행된 <마산시사>를 보면, 1935년 10월 마산합포구 신포동 일대 약 21만 4876㎡가 매립된다. 비슷한 시기 부두를 조성할 목적으로 마산부 개간사업 등이 이뤄졌다. 월포해수욕장은 중앙부두 건설이 시작된 1936년쯤 매립을 이유로 사라지게 된다.

1938년에는 마산합포구 해운동에 근위빈해수욕장이 새로 생겼다. 해수욕장은 근위빈해양공원 안에 있었다. 당시 이곳에서 마산체육협회 주최로 수영 강습회가 열렸다는 기사도 있다. 하지만 근위빈해수욕장도 해방 직전인 1944년 한 일본인이 일대 약 4만 479㎡를 매립하면서 문을 닫게 됐다.

◇오염의 역사 = 1960~70년대 옛 마산을 기억하는 이들은 해수욕장 하면 단연 '가포해수욕장'을 꼽는다. 물론 이때까지는 마산만 수질이 좋아 굳이 해수욕장을 찾지 않고도 해수욕을 즐길 수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1975년 수질오염을 원인으로 가포해수욕장 수영이 금지됐다. 가포해수욕장 폐쇄 전 마산만은 서서히 자정능력을 잃고 있었던 듯하다. 창원시 성산구 귀산동 인근에 있었다고 전해지는 해수욕장도 비슷한 시기 존재감을 상실했다.

가포해수욕장을 대신해 1976년 마산합포구 진동면 인근에 해수욕장이 조성됐다. 당시 옛 마산시는 시비 1060만 원을 들여 약 6600㎡ 터에 광암해수욕장을 만들었다. 기존 모래밭에 모래를 다시 깔았다. 하지만 광암해수욕장도 지난 2002년 수질 악화로 문을 닫았다. 이때 마산만을 낀 이 지역 해수욕장 역사가 단절됐다.

◇꿈꿨지만 제자리 = 최근 창원시는 진동면 광암해수욕장 재개장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이전에도 해수욕장을 조성하려는 시도는 있었다. 옛 마산시는 지난 1997년 수질오염으로 논란이 되던 광암해수욕장을 폐쇄하고 민자 유치로 구산면 석곡리에 새 해수욕장을 조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사업자가 나타나지 않는 등 문제로 흐지부지됐다.

창원시 통합 이후 2011년부터 진해구 명동 우도에 해수욕장 조성사업이 추진되기도 했다. 이때는 '규모'가 발목을 잡았다. 시 관계자는 "지난 2014년 '해수욕장의 이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 만들어졌다. 이전에 없던 법이 생긴 것이다. 이에 모래사장 길이 100m, 폭 20m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다. 이에 해수욕장 대신 친수공간을 조성하는 것으로 대신했다"고 무산 이유를 설명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