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관광 중심 시정에 본청·구청 '실적 부담'급증…행정 편향·시민 괴리 우려

경남 창원시 홍보 중심이 관광과 문화예술특별시에 쏠리는 분위기다. 담당 부서, 공보관, 본청, 구청 가리지 않는다. 안상수 창원시장이 핵심 시정으로 내세우는 분야다. 업무 부서를 향한 주문은 점점 정교해지고 있다. 고스란히 실적 부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단기간 실적이 드러날 수 없는 분야인 만큼 압박은 더욱 크다.

여름휴가 기간을 앞두고 창원시는 지역 관광자원 홍보에 힘을 쏟고 있다. 일단 최근 선보인 시설을 앞세우는 게 눈에 띈다. '단감테마파크'(의창구 동읍), '주기철 목사 기념관'(진해구 남문동) 등이다.

일정 기간 방문객 수치를 실적으로 내세우면서 시설을 알리는 효과도 기대하는 홍보다. 농업정책과와 공보관 등 관광이 주요 업무라고 보기 어려운 부서까지 움직이고 있다. 예전에는 '묶음 상품'으로 홍보했을 만한 내용인데 지금은 각각 포장을 따로 하는 느낌이다.

창원 성산구 상남동 분수광장에서 열리는 프린지 공연. /창원시

전담 부서는 아예 거리로 나섰다. 관광과 직원과 관광업계 관계자, 기관 단체, 5개 구청 직원 등은 지난 19일 '여름휴가 홍보 캠페인'을 진행했다. 김충관 제2부시장을 비롯해 창원시 직원만 300여 명이 참여했다.

본청만 움직이는 게 아니다. 마산회원구는 최근 지역 내 관광 자원을 소개하는 홍보 자료를 따로 냈다. 이미 잘 알려진 장소지만 굳이 따로 정리해 홍보를 거들었다. 관광 자원이 마산회원구에만 쏠린 게 아닌 만큼 5개 구가 홍보 경쟁(?)을 할 수밖에 없다.

'관광'이 주는 압박은 시정 홍보 곳곳에서 엿보인다. 우스갯소리로 도로 확장조차 마무리는 '관광 창원을 위한 사업'으로 정리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창원시 행정 중심을 관광에 두자는 주문을 따르는 모습이기는 하다.

창원시 관계자는 "시장이 관광을 강조하는 만큼 직원들 사이에서 관광과 진행 사업을 연결하려는 노력이 확실히 보인다"고 말했다.

7월부터는 관광과 더불어 '문화예술특별시'까지 한 자리를 차지했다. '선포식'까지 한 만큼 드러나는 성과가 없으면 민망할 수밖에 없다.

당장 지난 20일 '문화예술특별시' 후속 조치부터 홍보했다.

투입 예산 규모와 행정 전략·과제는 지난 1일 선포식 당시 밝힌 내용이지만 다시 정리했다. 지난 8~9일 선보인 오페라 <마술피리>, '문화예술특별주간' 운영, '수요음악회' 등 야외 공연 일정도 소개했다. 5개 구청에서 선보일 '1080 창원동네방네 합창단', 각종 전시 일정도 빼놓지 않았다.

문화예술과는 창원·마산·진해지역 예총이 주관하는 '큰창원 한마음 예술제'를 예고했다. 오는 26일부터 다음 달 31일까지 이어지는 합동 순회 공연·전시회다. 이 역시 '문화예술특별시' 이름값을 의식한 행사다.

안 시장은 최근 간부회의에서 지역 예술인과 아마추어 동호인에게 창작 공간 제공, 지역 예술인과 시민이 함께 어울리는 체계 마련 등을 주문하기도 했다. 이 같은 주문은 시간이 흐를수록 정교해지고 그만큼 실적을 요구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관광, 문화·예술이 단기간 실적을 확인하기 어려운 분야라는 점이다. 이 때문에 시정 후반기 시작부터 관련 분야 홍보에 행정력이 몰릴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다. 정작 관광과 문화·예술을 즐길 주체면서 수혜자인 시민과 거리감이 생길 수 있는 지점이다. 창원시 공무원만 숨 가쁘고 시민은 모를 수도 있다는 걱정이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