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 정도 벌어 좋은 거 사자" 입단 동기 문우람 제의 수락 '첫 회 볼넷' 등 성공률 50%…2000만 원 받아 생활비 등 써

NC 이태양이 프로야구 입단 동기 문우람 제의를 받아들여 '승부조작'에 가담한 것으로 드러났다.

창원지검 특수부(김경수 부장검사)는 프로야구 승부조작에 가담한 혐의(국민체육진흥법 위반죄)로 NC다이노스 투수 이태양(23)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21일 밝혔다.

또한 같은 혐의로 조사받은 넥센(현 상무) 외야수 문우람(24)을 군 검찰에 넘겼다. 아울러 브로커 ㄱ(36)씨를 구속기소, 베팅사무실 운영자 ㄴ(36)씨를 불구속 기소했다.

◇승부조작 4번 시도해 2번 성공 =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해 이태양이 선발 등판한 4경기에서 승부조작을 시도했다. 5월 29일, 7월 31일, 8월 6일, 9월 15일 경기다. 불법 도박베팅은 단순 승·무·패가 아닌 세분화된 방식으로 진행됐다. 5월 경기에서는 '첫 회 1실점 이상'이 조건이었다. 실제 이태양은 이날 KIA전에서 첫 회 2실점했다. 또한 8월 경기에서는 '첫 회 볼넷'을 내줘야 했다. 이날 롯데전에서 이태양은 볼넷 두 개를 허용했다.

이태양은 이 두 경기 승부조작 성공 대가로 문우람으로부터 2000만 원을 전달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문우람은 명품 시계·의류 등 1000만 원 상당 물품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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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태양 선수./경남도민일보DB

◇이태양, 동기 문우람 제의 수락 = 검찰에 따르면 이번 승부조작을 제의한 이는 문우람이었다.

먼저 2014년 11월께 브로커 ㄱ 씨가 등장한다. 스포츠 에이전시를 준비 중이라며 이태양·문우람에게 접근했다. 특히 ㄱ씨와 문우람은 술·식사 등을 하며 가깝게 지냈다. 6개월 후 문우람이 먼저 ㄱ씨에게 승부조작 얘길 꺼냈다. 그리고 문우람이 ㄱ씨와 있는 술자리에 이태양을 불러내 동참 뜻을 확인했다. 이후 다시 한 번 모여 구체적 계획을 세운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 승부조작 때는 문우람이 이태양에게 연락해 마지막 점검을 하는 식이었다.

이태양·문우람은 2010년 넥센에 함께 입단한 동기다. 검찰은 문우람 제의를 이태양이 받아들인 배경에 대해 "'1억 원 정도 벌어 좋은 것도 사고 하자'는 말이 오갔던 것 같다"며 "실제 이태양은 승부조작으로 받은 2000만 원을 생활비·유흥비에 썼다"고 전했다. 이태양의 올해 연봉은 1억 원이다. 또한 검찰은 "이태양이 4번 가운데 2번은 실패하면서 베팅방 운영자로부터 험한 말을 듣는 등 약간의 고초를 겪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태양 혐의 모두 시인 = 검찰은 이태양이 지난 6월 28일 자수했다고 밝혔다. 검찰이 내사 단계에 들어갔고, 프로야구계에도 소문이 돌면서 구단이 이태양에게 자수를 권유했다는 게 검찰 설명이다.

문우람은 '대가성 없는 금품'이라고 주장하는 등 혐의 사실을 전면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검찰은 통화 내역 등 증거자료를 확보했다며 군 검찰이 기소하는 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창원지검 박근범 차장검사는 "다른 건과 달리 선수가 먼저 승부조작을 제의했다는 점에서 더 충격적인 사건"이라고 덧붙였다. 김경수 특수부장은 "현재로서는 다른 선수들에 대한 단서는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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