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의 문화예술계가 심상치 않다.

갑자기 재단법인 경남문화예술진흥원이 합천군 덕곡면 학리의 폐교된 학남초등학교 터로 옮긴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시대착오적이라는 성토가 이어지고 있다.

알다시피 경남문화예술진흥원은 홍준표 지사가 취임하면서 2013년 7월 기존 경남문화재단, 경남문화콘텐츠진흥원, 경남영상위원회 등 3개 기관을 업무 효율성과 전문성 향상을 이유로 통합한 것이다.

그래서 아직 정량적, 정성적 평가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다른 지역에 이런 사례가 없고, 더욱이 문화재단들이 모두 도청 소재지에 있는 지금 왜 경남은 인구 1000명도 살지 않는 합천군 덕곡면의 외진 곳으로 옮겨야 하는지, 문화행정서비스를 받아야 하는 민원인 불편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리고 왜 하필 옮기는 곳이 폐교된 홍 지사의 모교인지, 또 무엇보다 진흥원에서 부담하는 40억 원은 써도 되는 돈인지, 문화예술 지원 목적 외 기금 사용을 금지했던 조례를 지난해 11월 슬그머니 개정한 이유가 이전을 위한 준비였는지, 그래서 진흥원 이전 같은 업무에도 이 돈을 사용할 수 있게 만든 점과 의회 보고 없이 이사회를 열어 이전을 결정한 것은 조직적으로 치밀하게 이뤄진 행위가 아닌지 하는 비난이 쏟아지는 것이다.

모든 결정을 해놓고 도의회에 사후보고하면 의회 기능은 무슨 소용이 있느냐고 박춘식(남해) 의원은 질타했다. 그리고 "지난해 12월 15일 진흥원 설립조례를 개정할 당시 사전 승인과 협의를 거치겠다고 해놓고 이사회에서 모든 결정을 내린 후 의회에 통보하는 것은 홍준표 도정의 일방통행이다"고 지적했다. 경남도는 지난해 11월 전현숙 의원이 진흥원 이전설과 관련한 내용 확인을 요청했을 때 계획이 없다고 답변한 바 있다.

도의회에 대한 보고였을까? 아니면 통보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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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전인 지난해 11월 14일 홍 지사가 합천 밤마리오광대 축제 축사에서 이미 경남문화예술진흥원을 합천 덕곡으로 옮긴다는 연설을 해버린다. 공고나 제안 접수 하나 없이 이사회 한 번에 합천으로 덜컥 정하고, 이사회에서 진흥원 이전이라는 중차대한 일에 아무런 토론 없이 마치 계획된 것처럼 결정해버렸다.

재단 설립 때 했던 2025년까지 1000억 원의 기금을 확보한다는 계획은 물거품이 되는 것인가? 도민의 창조적 문화예술 활동 지원과 지역 문화예술 진흥, 도민의 문화향유 기회 확대로 경남을 재창조하겠다는 설립 목적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황무현(조각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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