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이 쓰는 대학생 이야기] (5) 창원대 여성댄스동아리 피타

대학에 들어온 학생들은 각자의 관심사에 따라 동아리를 선택한다. 동아리 활동은 이전에는 하지 못했던 일들을 경험시켜주기도 하고 일종의 자아실현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하지만, 최근 대학에는 유달리 취업동아리가 늘고 있는 추세다. 취업 걱정에 학생들은 일반 동아리 활동을 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기도 한다. 여기, 그러한 부담감을 안고서도 동아리 활동에서 보람을 찾는 이들이 있다.

창원대학교 여성댄스동아리 '피타(PYHITA)' 학생들은 춤으로 자신들의 청춘을 빛내고 있다. 피타는 힙합 음악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손 머리 위로 들어(Put Your Hands In The Air)'에서 첫 글자만 딴 것이다. 동아리 회장 강은지(22) 학생은 "같이 즐기고 싶은 무대를 만들고 싶다는 뜻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피타는 신입부원을 뽑을 때 오디션을 보지 않는다. 뛰어난 춤 실력보다 같이 즐기며 하고자 하는 마음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창원대학교 여성댄스동아리 '피타' 학생들(위)과 공연(왼쪽)·연습 모습.

동아리 구성원 모두 춤을 좋아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지만 동아리에 들어오게 된 배경은 조금씩 달랐다. "어렸을 때부터 춤에 관심이 많았다. 고등학교 때 무용 쪽으로 진로를 정할 뻔도 했는데 그때도 춤이 추고 싶었다. 하지만, 도저히 용기가 나지 않았고 주위 시선도 좋지 않았다. 이후 대학에 와서 내가 직업을 가지고 나서 과연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지금이 아니면 춤을 못 출 것 같아 시작하게 됐다." 강은지 회장의 말이다.

"교양수업에서 조별과제를 하던 중 작년 회장 언니를 알게 됐는데 그때 회장 언니의 권유로 생각지 못하게 시작하게 됐다." 피타 홍보부장을 맡은 이예리(21) 학생의 이야기다.

피타 학생들이 춤추는 일을 두고 생각하는 의미는 각자 다르다. 김도영(20) 학생은 춤을 지루한 일상의 탈출구라고 표현했다. 그는 "대학에 와서 똑같이 수업 듣고 밥 먹고 집에 가고 했는데 동아리 들어오고 나서는 제가 하고 싶은 일을 당당하게 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이 마련돼서 좋다"고 했다. 강 회장은 춤의 중독성을 마약에 비유하기도 했다. 그는 "공연 준비할 때마다 힘들고 춤이 싫어질 때도 있다"면서도 "또 쉬다 보면 몸이 근질거리고 다시 모여서 춤추고 싶어진다"고 했다.

김현화(20) 학생은 어릴 적 춤을 진로로 생각하기도 했었다고 한다. 그는 "원래 춤 쪽으로 나가려고 했는데 부모님 반대가 심하다 보니까 체육 쪽으로 갔다"며 "그래서 나한테는 '피타'가 더욱 값지다"고 말했다.

창원대학교 여성댄스동아리 '피타' 학생들(위)과 공연(왼쪽)·연습 모습.

박수민(20) 학생은 춤이 버킷리스트 중 하나라고 했다. 그는 "집에서 사람들 안 보는 곳에서만 춤추면서 무대에서 춤을 춰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며 "대학교 와서도 안 해보면 후회할 것 같아서 피타에 들어왔다"고 말했다. 이예리 학생은 "내 인생을 나의 전공인 미술에만 걸기 싫었다"며 "춤을 추면서 전공 외에 또 할 수 있는 게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한다"고 설명했다.

피타 학생들은 공연을 준비하는 일이 쉽지가 않다고 입을 모은다. 열악한 연습 환경 탓이다.

강보민(22) 학생은 "동아리방에 에어컨이 없어서 열기 때문에 거울에 습기가 차고 그래서 문을 열면 벌레가 들어온다"며 "지금은 외부공연에서 받은 돈으로 에어컨을 달았다"고 했다. 그는 또 "동아리 부원이 18~19명인데 큰 동작이 많은 춤을 6~7평 남짓한 좁은 공간에서 북적거리며 연습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학업과 동아리 활동을 같이하는 일도 벅차다. 임채영(22) 학생은 "2학기에 축제와 정기공연 등 큰 공연이 많은데, 그게 다 시험기간에 준비해야 하는 것들"이라고 말했다. 또 이예리 씨는 "미술학과 특성상 과제가 많다"며 "동아리 연습을 자주 나가다 보니 새벽에 과제를 해야 해서 많이 힘들지만 그럼에도 포기할 수 없는 동아리"라고 했다.

하지만, 피타 학생들에게는 매 공연이 즐겁고 신나는 경험이다. 강은지 회장은 "지난해 했던 수많은 공연이 계속 잔상으로 남아 있다"며 "내가 이 동아리가 아니었으면 이렇게 무대에 설 기회가 많았을까 하는 생각이 무대에 설 때마다 든다"고 했다. 그의 기억에 가장 인상 깊게 남아 있는 공연은 지난해 정기공연이다. 그는 "정기공연은 조명부터 음향까지 무대설치를 다 우리가 준비하는데 그게 정말 힘들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며 "하지만 그만큼 우리만의 무대를 보여줄 수 있어서 끝나고도 계속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김도영 학생은 "창원대 힙합 동아리와 합동공연을 한 적이 있는데, 큰 무대라 준비하면서 힘들고 떨렸다"며 "그런데 막상 행사 시작하고 나서는 사람들이 반응도 잘해주셔서 긴장했던 것보다 더 재밌게 즐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예리 학생은 "공연 준비할 때마다 공연장을 미리 예약해서 연습을 하는데 새로운 사람을 만나 정을 나누는 일도 좋은 경험이 된다"고 설명했다.

창원대학교 여성댄스동아리 '피타' 학생들(위)과 공연(왼쪽)·연습 모습.

'피타'는 이제 4년 된 신생 동아리이다. 지난해에야 학교 정식 동아리로 등록됐다. 그럼에도, 활동 스펙트럼이 상당히 넓은 동아리다. 축제와 정기공연 등 학내 공연은 물론이고 돌잔치에 각종 문화행사까지 다양한 외부 행사에서도 활발히 공연을 한다. 지난해에는 마산야구장 NC 홈팬들 앞에서 공연을 하기도 했다.

강 회장은 "전 회장 언니가 계속 야구장에서 공연을 하고 싶어 했다"며 "구단의 공연 쪽 담당자님께 말씀드리고 우리 춤 영상을 보여주고 공연을 허락받았다"고 했다.

하지만 '피타'는 지금보다 더 많은 일을 계획하고 있다. 플래시몹이나 프러포즈 이벤트 같은 것이다.

강 회장은 "학과가 신문방송학과다 보니 실습을 할 때 뮤직비디오를 찍는 과제를 많이 한다"며 "그러다 보면 피타 생각이 나고 우리가 춤추는 것을 예쁘게 남겨놓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고 밝혔다. /글·사진 이원재(경상대 2)

※지역민 참여 기획 '대학생이 쓰는 대학생 이야기'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원을 받아 이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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