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진해구 동부초등학교 6학년 '설탕 타파'프로젝트
요리대회·실험·캠페인 등 통해 자연스럽게 설탕 유해성 홍보·섭취량 줄이기 유도

지난 6일 오후 창원시 진해구 동부초등학교 과학실에서 이색적인 대회가 열렸다. '무설탕 떡볶이 만들기 경연대회'. 설탕 없는 떡볶이는 과연 어떤 맛일까? 동부초에서는 왜 이런 대회를 열었을까?

6학년 2반 담임 박시원 교사는 어느 날 분식점 아주머니가 떡볶이를 만들 때 많은 양의 설탕을 쏟아 붓는 장면을 목격하고 최근 TV에서 '설탕중독'을 다룬 프로그램 내용을 떠올렸다. 우리나라 6∼11세 아동의 당 섭취량이 하루 평균 26개 각설탕(81.4g)을 먹는 꼴이라고 한다. 이는 WHO(세계보건기구)의 권장 소비량보다 약 4배나 많은 양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우리나라 어린이·청소년 2명 중 1명은 기준을 초과하는 당류를 섭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은 반드시 필요한 영양소이지만, 과잉섭취하면 충치·비만·당뇨·심장질환·뇌졸중 등 심각한 질병을 불러온다. 특히 설탕은 중독성이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박 교사는 아이들에게 과다한 설탕 섭취의 유해성을 알려 설탕 섭취량을 줄일 방안을 제시하고 이를 실천해보기로 했다. 이렇게 시작된 프로젝트가 '설탕타파'팀 만들기다.

지난 6일 진해동부초교 '무설탕 떡볶이 만들기 경연대회'에서 직접 요리하고 시식하는 학생들 모습. /정봉화 기자

◇설탕이 정말 해로워요? = 설탕타파팀은 6학년 학생들이 대상이다. 실과 과목 단원 가운데 '건강한 식생활의 실천'과 연계해 학생들이 직접 설문조사와 실험, 보건교사와 면담 등을 진행했다. 6학년 12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더니 '방과 후 간식을 얼마나 자주 먹는 편이냐'는 질문에 간식을 먹지 않는다고 답한 학생은 6%로, 대부분 학생이 간식을 먹었다. 간식은 과자와 음료수·분식류를 먹는 학생이 91%로, 주로 설탕이 포함된 간식을 먹었다. '탄산음료를 얼마나 자주 마시냐'는 질문에는 1주일에 1~2회 마신다는 학생이 35%, 3회 이상은 23%로 조사됐다. '초콜릿·사탕·캐러멜 등 단 음식을 좋아하냐'는 질문에는 82%가 좋아한다고 응답했다. '소아비만이나 소아당뇨의 심각성을 아느냐'는 질문에는 '그렇다' 43%, '그렇지 않다' 39%로 나타났다. '설탕 섭취를 줄일 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그렇다'와 '그렇지 않다'가 각각 39%로 나타났다.

박 교사는 "설탕이 얼마나 인체에 해로운지 아는 학생들보다는 잘 모르는 학생이 많고, 설탕 섭취를 줄일 의사가 많이 없는 것으로 나타나 설탕 유해성에 관한 홍보가 매우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지난 6일 진해동부초교 '무설탕 떡볶이 만들기 경연대회'에서 직접 요리하고 시식하는 학생들 모습. /정봉화 기자

◇닭뼈까지 녹이는 설탕물 = 설탕이 뼈에 미치는 유해성을 알아보는 실험도 했다. 준비물은 간단하다. 오렌지주스·콜라·물·설탕·닭뼈를 준비한다. 투명한 그릇에 물 400g을 담고, 설탕 두 컵을 넣어 진한 설탕물을 만든다. 닭뼈 길이를 자로 재고 나서 오렌지주스와 콜라·설탕물에 넣는다. 1주일 후 닭뼈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관찰한다. 과연 결과는? 전체적으로 닭뼈 크기가 조금씩 줄어들었다. 콜라에 담근 뼈는 색깔이 새까맣게 변했고, 크기도 가장 많이 줄어들었다. 그 다음이 설탕물인데 역시 색깔이 조금 검게 변했다. 오렌지주스에 담근 뼈는 약간 노란 빛을 띠었다. 아이들이 먹는 음료수에 많은 양의 설탕이 들어가 좋지 않다는 설탕의 유해성을 알리는 실험이었다.

학교 보건교사와 면담에서는 설탕을 많이 먹었을 때 생기는 질환들을 살폈다. 면역력이 떨어져 자주 감기에 걸리고, 두통과 초조·신경질·짜증지수가 올라가고, 집중력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갑상선 기능이 망가지고 살이 찐다는 내용을 학생들은 알게 됐다.

◇설탕 줄이기 시작해볼까? = 우선 학생들이 먹는 간식 가운데 과자와 음료 줄이기를 목표로 삼았다. 간식 일지를 쓰고, 과자와 음료수에 포함된 당 함유량을 홍보했다. 채소와 과일류 등 자연식품 중에서 설탕을 대체할 수 있는 당을 찾아보기로 했다. 당뇨병이나 소아비만을 물리칠 수 있는 운동을 습관화할 수 있도록 캠페인도 벌였다. 전교생을 대상으로 설탕중독을 막기 위한 홍보영상 UCC와 포스터를 만들어 홍보하고, 설탕 관련 실험 결과를 보여줌으로써 학생들이 흥미를 느끼도록 했다.

보건시간에 설탕 유해성을 알리는 수업을 하고, 교내에 당도기를 설치해 학생들이 자신이 먹는 음식의 당도가 궁금하면 언제든지 측정할 수 있도록 했다. 교내 식단표에 당 함유량을 눈에 띄게 표시해 당에 관한 관심을 끌게 하고, 급식을 조리할 때도 적당한 양의 당을 넣는지 생각하고 조절하도록 했다.

지난 6일 진해동부초교 '무설탕 떡볶이 만들기 경연대회'에서 직접 요리하고 시식하는 학생들 모습. /정봉화 기자

◇무설탕 떡볶이도 맛있어요! = '무설탕 떡볶이 만들기 경연대회'도 설탕 줄이기 실천 과제 가운데 한 프로그램으로 열렸다. 6학년 반별 대표 4~5명씩 참가해 6개 모둠이 경연을 펼쳤다. 달콤매콤한 떡볶이 맛을 내고자 학생들이 준비한 건 설탕 대신 꿀이나 조청이었다. 할머니가 직접 만들었다는 양파즙이나 매실즙을 준비한 학생들도 있었다. 양파와 양배추·파프리카 등 익혔을 때 단맛을 내는 채소들도 듬뿍 넣었다. 간장을 이용해 궁중떡볶이를 만들기도 했다.

이날 대회 우승은 매실·사과즙을 이용한 6학년 3반이 차지했다. 최민서 양은 "몸에 좋아도 맛있는 음식을 만들 수 있는 게 신기했어요"라고 했다. 박진호 군도 "떡볶이 만들 때 설탕을 대체하면 맛없을 줄 알았는데 과일즙 넣으니까 맛있었어요. 다음에 만들어 먹을 때 참고할 거예요"라고 했다. 우승 떡볶이 레시피는 전교생에게 공개하고, 레시피대로 만들어 인증샷을 찍어 보내면 무설탕캔디 등 상품을 준다.

대회 도우미로 나선 김민정 학생 어머니는 "아이 수업을 통해 설탕을 많이 먹는 편이라는 걸 알게 됐어요. 그동안 맵고 달고 짠데 길들이지 않았나 반성도 하게 됐고요. 아이에게 '그냥 먹지마라'고 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느끼게 하니까 좋은 것 같아요. 처음에는 재미 삼아 과자살 때도 열량표를 들여다보고 하더니, 이제는 음료수 대신 물 먹으려고 하더라고요. 재밌고 유익한 수업이었던 것 같아요"라고 했다.

프로젝트를 기획한 박시원 교사는 "아이들이 간식일지를 쓰면서 살이 빠졌다, 금단현상이 생겼다, 처음으로 간식 안 먹었다 등 다양한 반응을 보였어요. 아이들 스스로 의식 개선이 목적이었는데 조금씩 변화가 생기고 있어요. 4월부터 7월까지 한 학기 프로젝트로 진행했는데, 아이들 호응도 좋고 건강도 챙길 수 있는 만큼 다음 학기에도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20.jpg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