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근무 뭐지? 나 열 시에 마치는데 소주 한 잔 할까?"

"나 내일 아침 근무예요. 피곤해서 일찍 자려고. 당신 올 때 자고 있어도 미안. 밥 챙겨 먹어요."

아침에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이런저런 일로 바쁘게 돌아다니다 보면 밤 열한 시가 다 되어 집으로 간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두 아들에게도 늘 미안한 마음이다. 미안함을 메우고자 주말만큼은 최대한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려고 노력한다. 아내는 간호사다. 주말에도 근무가 잦으니, 가족이 함께 시간을 보내는 시간도 드물다. 각자의 사회적 역할에 맞게 해야 할 일도 늘어나게 마련이다. 자연히 시골 어머님 방문에도, 아이들과 가는 짧은 여행에도 '함께', '가족'이란 말이 무색해지곤 한다. 문제는 부부 간 공백이 커진다는 것이다. 서로 근무가 잘 맞아야 대화의 시간을 가지는 행운을 누린다. 주말 부부라는 이름을 가진 부부가 차라리 부러울 때가 있기도 하다. 최소한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서로에게 하고 싶었던 애틋한 대화도 나눌 수가 있기 때문이다.

워킹 맘은 언제나 바쁘다. 사회인으로, 아내로, 엄마로, 며느리로, 그리고 교육자로 해야 할 일이 산적해 있다. 시장이나 마트에 가면 퇴근 가방을 둘러메고, 비닐봉지를 든 주부의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바쁜 세상을 살아가는 워킹 맘의 전형적인 퇴근 모습이다. 집으로 가면 엄마를 기다리는 아이들을 따뜻하게 안아줄 시간조차 부족하다. 배고픈 아이들을 위해 슈퍼맨보다 빠른 속도로 저녁을 준비하고, 설거지도 해내야 한다. 아이들을 씻긴 후, 허기진 배를 달래고 나면, 아이들 가방을 열어 과제나 준비물을 챙기는 일은 일상이다. 아이들이 잠들면 한숨을 돌리고 하루를 돌아보며 다리를 뻗는다. 주말에는 밀린 집안일에, 양가 집안을 챙기는 일까지 워킹 맘은 슈퍼우먼이 되어야 되는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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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우먼 워킹 맘을 둔 남편의 일상도 그리 녹록지는 않다. 저녁거리를 사러 시장에 나가면, 아버지의 손을 잡은 아이들 모습이 간간이 눈에 띈다. 마트에는 남자 반, 여자 반으로 어느새 북새통을 이룬다. 얼핏 보면 여자들 위상이 높아진 듯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남자 혼자 벌어서 가정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은 현실에, 부부는 맞벌이를 하면서 서로가 시간을 쪼개어 아이들을 키우고, 가사를 분담한다. '남자가 부엌에 들어가면 안 된다'라는 말은 이미 오래전에 사장되었다. 바쁜 아내를 대신해 아이들 저녁을 차리고, 아이들과 함께 놀아주고, 가방을 열어 알림장을 확인하는 남편, 설거지와 빨래는 기본이요, 집안 대소사를 챙기는 일도 남편들이 해야 할 일의 일부가 되었다. 예전에는 자상하고 따뜻한 남편이라 칭송받는 이들도 이젠 그저 그런 남편, 워킹맘의 남편에 불과하다. 남녀 경중을 따지는 말은 아니다. 농업, 산업, 정보사회를 넘어, 예측마저 불가능한 급변 사회에서 변화에 적응하면서도 가족들을 위해 헌신하는 워킹 맘의 남편들에게 희망의 박수를 보낸다. 

/장진석(아동문학가·작은도서관 다미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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