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충식 창녕군수 매일 현장점검 나서…10년간 암행어사 행보 눈길

매일 오후 4시 30분, 경남 창녕군청에서 아무도 모르게 사라지는 한 남자가 있다. 그는 1시간 30분가량 남은 업무를 창녕군 내 현장 속에서 마친다.

그가 슬그머니 사라져 어떤 현장의 무엇을 점검했는지는 다음 날 아침이 돼야만 알 수 있다. 그가 가는 현장은 주로 문화공원 같은 공공장소와 문화재, 명덕못, 등산로 등 주민들과 관광객들이 많이 이용하는 장소다. 현장을 방문해 그의 눈에 발각된 불편함들은 매일 오전 담당 공무원들을 긴장시키기에 충분하다. 현장 사진을 찍어 지적하고 바로 수정하도록 조치하기 때문이다.

그는 오후뿐 아니라 매일 출근하기 전에 오전 5시 30분부터 1시간~1시간 30분가량 군내 거리를 걸어다니며 주민들이 불편해하고 위험한 게 없는지 구석구석 체크한다. 군 지역을 3개 권역으로 나눠서 순회하고 있다.

이런 일상은 그가 10여 년간 하루도 빠트리지 않고 해온 일이다. 하지만 그가 암행어사처럼 군청에서 조용히 사라졌다 부산 떨지 않고 군내 점검을 하기에 공무원들과 군민들은 그의 행보를 전혀 모른다.

아침에야 지적을 받으면 공무원들은 '어제 오후엔 내 담당 현장을 다녀왔구나' 하고 더욱 긴장하게 된다. 또 토요일이나 일요일 당직을 서는 공무원들도 느닷없는 그의 방문을 달가워할 리 없다. 역시 현장 지적사항을 제시하려 방문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바로 3선 단체장인 김충식 창녕군수다. 3선임에도 한치의 게으름 없이 현장 점검을 하다 보니 그의 단점보다는 장점을 얘기하는 주민들이 많다.

6개월 전부터 창녕군에 근무하는 김모(49) 씨는 "매일 오전 군민들 생활에 불편이 없는지 체크한다고 들었다. 3선이면 욕하는 주민들도 있을 텐데 창녕군수는 그런 지적이 적은 편"이라고 귀띔했다.

창녕군 한 공무원은 "어느 현장이 지적받을지 모르니까 매일 아침 긴장하게 되고 항상 담당하는 자리에서 제 역할을 잘해야지 하는 생각을 다잡게 된다"고 했다.

이런 행보가 혹시 3선 임기가 끝나고 후일을 도모하려는 움직임이 아닐까 의심의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노기현 창녕군 공보계장은 "그건 아닌 것 같다. 3선 임기 동안 공약했던 5~6개 굵직한 사업들을 잘 마무리하겠다는 말을 종종 하신다"며 "'창녕이 관광·문화재 고장인데 더러우면 누가 오겠나? 내가 싫으면 남도 싫은 것이다'라는 말은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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