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혜택 등 대우건설 설득 14억 채권 권리 포기 합의 비슷한 사례 기준점 제시

재개발 사업을 확신한 조합이 설계·용역비, 사무실 운영비 등을 특정 시공사로부터 먼저 지원받는다. 물론 조합원 회비를 충분히 확보해 처리해야 할 비용이다.

하지만, 자금 흐름이 매끄럽지 않을 때가 있다. 시공사는 사업 참여만 보장받는다면 어느 정도 비용은 부담할 수 있다. 비용을 시공사에서 지원받고 공사를 해당업체에 맡기는 거래(?)는 재개발 사업 과정에서 흔하게 나타나는 모습이다. 문제는 재개발 사업이 취소됐을 때다.

2015년 12월 조합이 해산한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구암1구역 재개발 사업이 이에 해당한다. 2006년 추진위원회를 구성한 사업이다. 2008년 1월 정비구역 지정과 조합 설립 인가를 얻은 사업은 부동산 경기와 수익성 문제로 사업 진행이 멈췄다.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동안 해당 구역 주민은 건축 제한을 받았고 도시가스 공급을 받을 수 없었다. 결국, 땅 소유자 등이 나서 조합 해산 정비구역 해제 동의를 얻어냈다.

10년 남짓 추진하던 재개발 사업을 뒤엎은 셈인데, 문제는 재개발을 추진했던 조합 쪽에서 발생한다.

조합은 각종 비용을 시공사인 ㈜대우건설에서 미리 당겨 받았다. 서류로 증명할 수 있는 지출만 14억 원이다. 이 비용은 조합이 해산되면서 사라지는 돈, 이른바 '매몰 비용'이 됐다.

대우건설은 이 상황을 미리 고려해 사업 추진 초반부터 조합장을 비롯한 이사 8명의 주택과 부동산을 가압류해 채권을 확보했다.

이들은 14억 원을 처리하지 않으면 재산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됐다. 물론 현실적으로 14억 원을 감당하기는 불가능했다.

창원시 도시개발사업소가 중재에 나섰다. 창원시가 시공사에 제안한 방법은 '손금산입(損金算入)'이다. 채권 14억 원에 대한 권리를 포기하고 손해로 계산하는 대신 법인세를 20% 감면받으라는 것이다. 14억 원 채권을 포기하고 2억 8000만 원 세금 혜택을 받으라는 것인데 시공사가 넙죽 받아들일 리 없었다. 창원시는 2015년 11월 공문 발송을 시작으로 꾸준히 시공사 설득을 진행했다.

창원시 도시개발사업소 관계자는 "처음에는 시공사 책임자가 가압류는 당연한 권리라는 점을 내세워 합의가 어려웠지만 다양한 경로로 설득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과정에서 지역 국회의원인 윤한홍(새누리당·창원 마산회원) 의원 인맥이 꼬인 매듭을 푸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가압류 해제는 '재개발 사업 매몰 비용' 분란을 행정이 잘 중재한 사례로 보인다. 창원에서는 처음인데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면 사태 해결 과정에서 기준이 될 듯하다. 당장 ㈜대우건설 채권문제를 가까스로 해결한 구암1구역은 한진중공업 채권(13억 원) 문제도 남아 있다.

이환선 창원시 도시개발사업소 소장은 "이번 매몰 비용 해결 사례는 지역민 아픔과 숙원을 해결하려는 의지와 협치 행정으로 이뤄낸 산물"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비슷한 사례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내세울 수 있는 기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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