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정적 묘사·역사 왜곡 등 지난 4월 방송 재연극 물의…"시청률에 눈먼 천박한 인식" 진주시민단체 항의서한 발송

지난 4월 4일 방송된 종합편성채널 '채널A'의 재연극 <천 개의 비밀 어메이징 스토리> 142화 <우리가 몰랐던 논개 이야기>를 두고 경남 진주지역에서 뒤늦게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먼저 민주언론시민연합(이하 민언련)의 지난 6월 18일 방송모니터 보고서에서 채널A의 역사 재연극 <천 개의 비밀 어메이징 스토리>에 대해 "시청률에 눈먼 '섹스집착', 대사부터 신체노출까지 불필요한 성적 묘사가 과도했다"고 지적하고 그중 성적인 이미지를 부각한 가장 황당한 사례로 '우리가 몰랐던 논개 이야기'라고 밝혔다.

보고서는 "방송은 '의인' 논개가 왜군을 따라 일본으로 건너간 첩으로 기록된 일본의 역사 왜곡과 이를 바로잡기 위한 후손들의 노력을 담았는데 정작 방송이 시작되며 노출된 소제목은 '일본 섹스의 신 논개의 비밀'"이라며 "의인 논개를 기리기 위한 방송이라면서 제목을 '일본 섹스의 신'으로 뽑다니, 황당하고 기가 막힐 따름이다. 역사 왜곡을 바로잡기 위해 노력하는 후손들이 보면 까무러칠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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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널A 홈페이지 내 해당 프로그램 소개 메뉴.

방송내용은 하유쿠란 일본인이 논개가 끌어안고 투신한 왜장 로쿠스케를 칭송하고 그를 살해한 논개를 폄훼하고자 두 사람이 사실은 사랑하는 사이였고 전쟁 후 일본으로 함께 돌아와 백년해로했다는 주장을 담고 있다. 하유쿠는 1973년 진주를 찾아와 두 사람의 영혼결혼식을 제안했고 진주시는 역사적 화해라는 명목으로 이를 받아들였다. 하유쿠는 일본으로 돌아가 '왜장의 첩 논개' '섹스의 신 논개'로 영정을 만들어 모시기까지 했다는 것이다.

이에 채널A는 애국충절의 상징이 된 논개가 왜장을 껴안고 진주 남강으로 뛰어든 사연을 먼저 극으로 보여준 뒤, 일본에서 '섹스의 신'으로 추앙받는 상황을 보여줬다.

모니터보고서는 "채널A는 '일본 섹스의 신'이라는 황당하고 자극적인 제목을 뽑은 것은 물론이고, 논개가 왜장을 끌어안고 남강으로 뛰어드는 장면에서도 저고리를 벗고 성적으로 왜장을 유혹하는 선정적인 장면을 재연했다"며 "심지어 채널A는 재연 중에 대표적인 친일화가 김은호가 그린 미인도를 논개의 영정이라며 보여주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방송내용이 세간에 알려지면서 논개제를 주관하는 진주논개제제전위원회와 진주문화예술재단, 진주예총 등은 13일 항의서한을 채널A 대표이사에게 발송했다.

항의서한에서 "'일본 섹스의 신 논개의 비밀'이라는 제목하에 방송된 내용은 일본이 의도적으로 의기 논개의 충절정신을 훼손하려고 역사를 조작한 것이 명백한데도 일본의 왜곡사실을 무비판적으로 수용, 오로지 시청률에 목을 맨 '친일적인 방송의식'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방송 도중에 '논개는 최경회 장군의 부인이었다'라는 내용의 역사적 진위에 대한 확인작업도 거치지 않은 것은 물론 마치 방송 제작 중에 처음으로 확인한 사실인 양 호도한 것은 진주시민들의 시각으로 볼 때 '천박한 방송인식'이라는 표현 외에는 달리 표현할 말이 없다"고 강조했다.

또 "진주에 의기 논개의 충절을 기리는 의기사(義妓祠)가 있다. 의기사는 '의로운 기생을 모시는 사당'이란 뜻이며, 조선 500년 역사상 여성에게 내린 유일한 사당이다. 의기 논개가 기생이 아니라 장군의 부인이었다면 조정에서 사당을 내릴 하등의 이유가 없음을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진주시민들이 논개의 충절을 선양하고자 해마다 논개제와 진주남강유등축제를 개최하는데 '일본 섹스의 신 논개의 비밀'은 36만 진주시민들의 자부심을 깔아 뭉개고 의기 논개 관련 단체 관계자들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했다"는 주장도 했다.

특히 채널A에 대한 서운함도 드러냈다.

이들은 "지난 국회의원 선거 당시 정치토크쇼 등 각종 프로그램에서 사회자와 패널들이 친박과 비박의 천박한 정치권 싸움에 '논개작전' 등의 용어를 사용한 점에 대해 강력한 항의서한을 보냈는데도 전 국민이 시청하는 방송프로그램을 통해 의기 논개의 충절을 폄훼한 것은 도저히 묵과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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