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고 2학년 이해랑 군 다리 난간 선 남자 붙잡아 경찰과 함께 구조 '표창장'
17세 고등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던 30대를 극적으로 구조했다.
주인공은 경남 통영고등학교 2학년인 이해랑 군이다.
이 군은 지난 8일 밤 11시께 학교에서 '격물치지'라는 이름의 경시대회를 늦게까지 준비했다. 버스가 끊어진 것을 안 이 군은 도천동 KT통영지점 앞에서 미수동 방면으로 가고자 택시를 탔다.
이 군이 충무대교 중간쯤을 지날 때 우연히 한 남자가 다리 난간을 넘어서려는 장면을 목격했다. 사고를 직감한 이 군은 급히 택시를 멈추고 난간을 향해 내달렸다.
난간을 넘어선 남자는 무직자 ㄱ(34) 씨였다. 이 군이 다가갔을 때 ㄱ 씨의 몸은 난간을 넘어 바다로 뛰어들기 직전이었다.
다급했던 이 군은 일단 ㄱ 씨를 붙잡고 "안 돼요. 안 돼요"라고 말하며 2분 정도를 버텼다.
ㄱ 씨는 이때 줄줄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두고 그냥 갈 길을 가요."
"제가 봤으니까 그건 안 되겠어요."
"죽는 것도 마음대로 못 한단 말이오."
그렇게 함께 엉켜 붙잡고 2~3분을 버티자 기적처럼 경찰이 도착했다. 신고는 차를 타고 가던 시민이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군과 경찰 2명은 나오지 않으려는 ㄱ 씨를 힘들게 끌어올려 구조했다.
이 군은 "택시를 타고 가다가 난간을 넘어가는 모습을 보고 목숨을 끊으려는 것으로 생각했다"며 "아저씨를 4분 정도 붙잡고 있었다. 처음 아저씨를 잡았을 때 울고 계셨다. 가라고 했지만 내가 봤으니 안 된다고 말하고 함께 있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ㄱ 씨가 처지를 비관해 극단적인 행동을 하려 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통영경찰서는 급박한 상황에서 용감하게 생명을 구한 이 군에게 12일 오전 9시 경찰서장실에서 표창장을 수여했다.
통영경찰서 박금룡 서장은 이 군에게 "의롭고 용기 있는 행동이었다"고 격려했다.
박 서장은 "위급한 상황에서 어린 학생이 침착하고 신속한 대처로 귀중한 생명을 구할 수 있었다. 이 군의 의롭고 용기 있는 행동을 격려한다. 앞으로도 사회에 꼭 필요한 사람이 되어 줄 것을 당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