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맛집] 함양 '나무 달 쉼터'

논, 밭이 이어지는 함양 시골길.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 잘 꾸며놓은 음식점이 있다. 주소를 찾아 길을 따라가다 보면, '여기에 과연 식당이 있나' 싶을 정도다. 잘못 찾아왔나 싶어 두리번거리다 간판을 찾았다. '나무 달 쉼터'다. 잘 꾸며진 정원에 쉬어가고 싶은 생각이 드는 곳이다. 나무, 볏짚, 황토로 지은 아담한 건물이 특이하다. 건물 지붕에는 파릇파릇한 잔디가 심겨 있다. 건물 안에는 장작불을 때는 벽난로도 설치돼 있다. 겨울에는 난로로 집안을 데우고, 여름에는 황토, 나무, 잔디 덕분에 시원하다. 음식점 내부에는 기와, 목공예 작품도 목조 테이블과 어우러지게 곳곳에 놓여 있다.

전영숙(47) 대표는 "지금 이 식당은 미술 작가, 강사로 활동하면서 천연염색, 공예 체험장 등의 작업공간으로 만들었던 곳이다. 찾아오는 손님이 늘면서 음식을 하나둘 내놓게 됐고, 주변에 식당도 없고 해서 우연히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함양 '나무 달 쉼터' 외관.

전 대표는 남편 이점수(46) 씨의 서각 작품과 자신이 만든 평면, 입체 작품을 식당에 전시하고 있다. '나무 달'에서 '나무'는 남편 이점수 씨를, '달'은 전 대표를 뜻한다. 어느덧 이곳에 이사 온 지는 8년, 식당 문을 연 지는 5년이나 됐다.

이곳에서 내놓는 대표 메뉴는 산채비빔밥과 떡갈비다. 두 가지 음식은 함양에서 유명한 먹을거리라고 했다. 함양에서 나고 자란 전 대표는 함양의 먹을거리를 사람들에게 알리는 일도 중요하게 생각해서 메뉴로 정했다고 밝혔다.

산채비빔밥

산채비빔밥은 커다란 비빔밥 그릇에 먹을 수도 있고, 돌솥에 따뜻하게 맛볼 수도 있게 준비됐다. 비빔밥에는 당근, 호박, 고사리, 취나물, 참나물, 계란, 소고기, 돼지고기, 표고버섯 등이 들었다. 가지런히 담겨 나온 비빔밥에 매실, 양파, 효소 등을 넣고 직접 만든 고추장을 한 숟가락 넣고 비벼 먹었다. 크게 맵지 않은 고추장에 비빔밥 재료들이 버무려져서 아삭하고 담백한 맛을 냈다. 고추장은 1년 넘게 숙성해서 깊은 맛이 났다.

떡갈비.

떡갈비는 넙데데한 전처럼 나오는 것이 아니라 햄버그스테이크처럼 작고 두툼하게 나왔다. 양파와 함께 함양 특산물인 여주로 만든 장아찌도 다져 넣어서 고기 잡냄새를 잡고 맛을 좋게 했다. 고추, 양파, 당근, 마까지 갈아 넣어서 맛을 더했다. 떡갈비 소스는 채소를 넣고 직접 만든 맛간장에다 쑥 진액, 파인애플 등을 넣어서 만들었다. 두툼한 떡갈비에 진한 소스를 곁들이고 땅콩이 흩뿌려지면서 식감도 배가됐다.

샐러드와 반찬도 알차다. 채소 샐러드는 상큼한 유자 소스에 버무려 먹을 수 있게 나왔다. 10가지가 넘는 반찬 대부분은 전 대표 가족이 농사 지은 채소로 만든 것이다. 오이, 양파, 가지, 배추, 마늘, 고구마줄기, 여주 등 준비한 반찬이 신선하다. 함양에서 유명한 김부각도 상에 올랐다.

전 대표는 "어머니가 하시는 요리를 보고 배웠고, 함양 전통 먹거리 연구회 등에서 요리를 꾸준히 공부했다. 요리의 밑바탕이 되는 음식 재료는 제철에 맞게 농사지은 것을 쓴다. 우리 아이들도 운영하는 음식점에서 밥을 먹는다. 음식 재료는 정말 믿고 드셔도 된다. 그런 덕분에 단골손님들은 꾸준히 이곳을 찾는다"고 전했다.

전 대표는 음식점을 운영하느라 한동안 열지 못했던 전시도 최근에 열고 있다. 지난달 17일부터 9월 30일까지 고성에 있는 경상남도교육종합복지관 1층 갤러리에서 '나무 달' 부부전을 개최 중이다. 남편 이 씨는 서각 작품을, 전 대표는 수채화 작품 등을 선보인다.

/글·사진 우귀화 기자 wookiza@idomin.com

<메뉴 및 위치> ◇메뉴 △산채비빔밥 1만 원 △떡갈비 2만 원.

◇위치: 함양군 함양읍 죽곡리 227.

◇전화: 055-963-65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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