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돋보기]건축주 재산권-주민 난개발 우려에 불거진 갈등…도시계획 논의 이끈 '긍정적'계기로 만들어야

통영시 동피랑 4층 건축물 허가 관련 논란은 법적 문제가 없는 개인 재산권 문제와 공공의 조망 요구가 충돌하면서 일어난 사태지만 결국 동피랑 미래를 논하는 공론의 장이 됐다는 평가가 있다.

이를 계기로 동피랑 인근 건축 고도 제한 등 장기계획이 나와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법적 문제없다" "난개발 시작이다" = 논란의 건축 장소는 일반상업지역이어서 건물 7층 고도 21m 건축이 가능한 지역이다.

건축주 김길호 씨는 2015년 통영시에 호스텔 등 용도의 지하 1층 지상 7층, 전체면적 1201㎡(363평) 건축을 신청했다. 이에 시는 고도 조정을 요구했고 건축주는 다시 5층, 다시 지하 1층 지상 4층 호스텔 등 용도로 변경·신청했지만 시는 지상 3층 건축을 협의 제안했다.

반발한 김 씨는 지난 5월 국민권익위원회에 탄원서를 제출했다.

이에 권익위는 동피랑 현장에 3명의 위원을 보내 답사한 다음 관련법에 따라 지상 4층 13m 높이 건축을 허가해 줄 것을 시에 권고했다.

김 씨는 "지으려는 건물은 동피랑 중턱도 아니며 동피랑으로 들어서는 한쪽에 치우쳤을 뿐 아니라 7층 ㄱ 모텔 건물 뒤에 4층으로 지어져 경관을 크게 막지 않는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반대 측은 난개발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동피랑에 땅과 건물을 가진 유국명·심덕보 씨는 "동피랑은 조망권이 중요하기 때문에 우리 땅에 건물을 신축할 때는 2층 이하로 할 것"이라고 밝히고서 "4층 허가가 나면 너도나도 고층 건물을 지으려 할 것"이라며 우려했다.

이들은 "강구안 경관을 막는 7층 높이 ㄱ 모텔이 흉물인 것처럼 4층 건물도 바라보는 위치에 따라 강구안 바다를 막아버린다"고 지적했다.

통영 동피랑에 4층 건물을 지으면 동그라미 친 부분이 가려진다. 사진은 강구안이 내려다 보이는 동피랑 할머니 바리스타에서 찍었다. /허동정 기자

◇동피랑 주민은 허가 반대 = 동피랑 주민 대부분은 4층 건축 허가를 반대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5일 20명 정도가 모여 주민 대책회의를 열고 "더 낮춰야 한다"는 것으로 의견을 모으고 '고층 건물 건립 허가 반대' 현수막을 마을에 걸기도 했다.

동피랑 자치위원회 관계자는 "우리는 건축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강구안과 바다를 보여달라고 요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4층이 들어서면 동피랑 현장 위치에 따라 가림 현상은 차이가 난다.

동피랑으로 들어가는 통영중앙시장 쪽에서 올라가는 길에서는 조망 문제가 없으나 태평동에서 올라가는 쪽은 상황이 많이 다르다.

이 입구에서 음료수를 파는 노점상 쪽에서 보면 ㄱ 모텔이 강구안을 크게 가리고, 4층 건물이 지어지면 ㄱ 모텔과 함께 바다를 많이 가리게 된다. 동피랑 꼭대기 쪽은 크게 문제가 없지만 위치가 낮아질수록 조망 문제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동피랑 주민 ㄱ 씨는 "건물이 생각보다 높고 옆으로 길게 지어진다. 이쪽(태평동 쪽 입구)이 관광객이 가장 많이 지난다"고 말했다.

◇논란 자체 긍정적 = 이번 논란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개인이 재산권 제약을 받고 있다는 것과 공공의 조망권, 즉 공공의 이권이 충돌했다고 보는 시각이 있다.

일부에서는 이번 논란으로 공론화된 것 자체가 긍정적이란 평가가 있고, 논란 자체가 대안 마련 계기가 됐다는 지적도 있다. 이와 함께 도시 계획상 동피랑 장기계획이 나와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통영에서 활동하는 설종국 건축사는 "건축주에게는 3층을 복층 구조로 해 높이를 낮춰 설득하고 논의를 하는 게 나을 것 같다"고 대안을 말했다.

그는 "동피랑 높은 쪽은 큰 문제가 없겠지만 동피랑 아래(상업지역)는 문제다. 그곳은 큰 필지가 많아서 2~3층만 올리면 바다를 가려버린다. 통영시가 용역비를 크게 들일 것도 없이 빠르게 조사 연구를 해 건물 형태와 높이·색상 기준을 정했으면 한다. 이걸 조례화해서 장기적인 관리를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통영시 관계자는 "좋은 길로 가기 위한 하나의 진통이고 과정이다. 지혜를 모으다 보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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