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연 김태년 노동자…청춘 바쳤지만 해고 대상에 두 달째 거리서 부당함 호소

김태년(39) 씨가 아침마다 향하는 곳은 회사 안이 아니라 회사 앞 도로다. 회사가 기약 없는 휴업에 들어간 게 지난 5월부터니 딱 두 달째다.

김 씨는 동료와 함께 오전 7시부터 한 시간가량 회사의 일방적인 정리해고 통보의 부당함을 알리는 출근 선전전을 한다. 오후 5시부터 퇴근 선전전을 하고 그 사이엔 경남 창원 시내 곳곳에서 시민들에게 전단을 나눠준다. 수요일엔 부산시 일본영사관 앞에서 집회를 연다.

김 씨는 한국산연(창원시 마산자유무역지역) 노동자로 오는 9월 정리해고를 앞두고 있다. 그가 자신이 정리해고 대상자라고 알게 된 것은 사내 식당 앞 공고문을 통해서다. 10년 동안 회사에서 일했던 시간이 한순간에 무너졌다.

김 씨에게 한국산연은 의미가 크다. 그가 그토록 찾던 인생의 반쪽을 만난 곳이고 이 회사라면 정년퇴직할 때까지 일하고 싶었다. 머리털 나고 처음 노조 조합원이 된 곳이고 그간 경험하지 못한 끈끈한 동료애가 있었다. 사실, 박 씨는 회사의 일방적인 통보에 화나고 배신감이 커 아내와 함께 회사를 떠날까 고민도 했다. 하지만 그의 아내는 되레 "이렇게 그만두면 억울해서 못 살 것 같다"며 같이 투쟁하자고 다독였다.

▲ 창원 시내에서 거리 선전전을 하고 있는 김태년 씨. /김민지 기자

2년 전 결혼한 그는 "집사람은 9년 동안 이 회사에서 일했다. 제가 노조 간부로 활동하면서 조합원 개개인에게 관심을 뒀는데 그때 아내가 눈에 들어왔다. 또 같은 조에서 일했다"면서 "청혼을 했을 당시 아내는 2년 뒤 결혼하길 원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밀어붙이길 잘한 것 같다. 현재 정리해고 예고 통보를 받은 상태에서 어떻게 결혼을 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한국산연은 일본 산켄전기의 자회사로 산켄전기가 100% 투자한 기업이다. 회사는 LCD에 쓰이는 CCFL(형광등과 같은) 백라이트 등을 생산했다.

하지만 LED가 시장을 주도하면서 CCFL 생산물량은 줄어들었고 현재는 LED조명을 생산하고 있다. 회사는 2007년 초 이후부터 단 한 사람도 뽑지 않았고 2009~2010년 희망퇴직 등 구조조정에 나섰다. 올해는 지난 2월 경영 악화를 이유로 생산부문 폐지를 노조 측에 통보했고 회사는 9월 30일 자로 정리해고(당시 대상자 69명)를 단행할 예정이다.

김 씨는 "외자기업인 회사는 40년 동안 세제 혜택 등 단물을 다 빼먹고 투자도 안 하다가 힘드니까 우리를 자르는 거다. 같이 10년 넘게 일했지만 단 한 번도 회사는 진정성 있는 모습으로 고생했다는 말조차 없었다. 조합원들이 투쟁하다가 쉬려고 만든 그늘막도 없애버리고 화장실도 이용 못 하게 문을 잠갔다. 같이 일한 직원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회사의 일방적인 구조조정은 한 가정을 송두리째 무너뜨리는 것과 같다. 집을 사거나 아이를 낳고자 하는 계획 등 인생의 모든 게 올스톱됐다. 누군가에겐 회사를 가거나 친구를 만나는 게 일상적인 삶이지만 우리에게는 그런 삶 자체가 없어졌다"며 "이 땅에서 현장 노동자로 살아간다는 건 힘들다. 정부, 관련 기관 등은 자본 편이다. 우리의 생존권을 지키려면 이것(투쟁)밖에 할 게 없다. 우리의 울분이다"고 하소연했다.

같이 투쟁하자고 했던 그의 아내는 최근 결국 회사를 떠나는 결정을 할 수밖에 없었다. 한 사람이라도 가정을 챙겨야 할 상황에서 투쟁을 위해 모두 거리로 나설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김 씨는 아내에게 미안하지 않도록 아내 몫까지 후회 없이 투쟁할 것이라 했다.

그는 "선전전을 하다 보면 '파이팅'하라며 음료를 건네는 사람도 있고 괜히 욕을 퍼붓는 사람도 있다. 우리의 외침이 허공의 메아리처럼 들릴 수 있겠지만 시민들은 좋은 시선으로 봐줬으면 한다"면서 "조합원들이 같이 고생한 만큼 보람이 있었으면 한다. 아내에게 꼭 좋은 소식을 전하고 싶다"고 바랐다.

관련기사

관련기사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