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염된 흙 만진 어린이 2명 화상 '생활 화학물질 주의보'…2014년 사업장 1급 발암물질 배출량 전년대비 12.9% 증가

임신부와 노약자에게 심각한 폐 손상을 입힌 이른바 '가습기 살균제' 사태와 관련해 국회 차원에서 책임을 규명하기 위한 국정조사가 벌어질 예정입니다. 무엇보다 이번 사태로 일상적으로 쓰는 화학제품에 대한 경각심이 일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화학물질이 들어간 제품을 거부하는 사람이란 뜻인 '노케미족'(No+Chemicals)이 주목을 받고 있기도 하지요. 그렇다고 모든 화학제품을 일상에서 걷어내는 일은 아주 힘들 것 같기도 합니다. 산업현장에서는 오히려 화학제품 사용이 더 늘어나는 추세이니까요. 하지만, 이제라도 그 무서움을 인식했으니 화학제품 사용을 줄인다거나 하는 노력은 해야겠습니다. 여전히 우리 주변에 위험한 화학제품이 많으니까요. 관련 기사 보시죠.

/편집자 주

◇"쓰고 남은 '락스' 함부로 버리면 큰일" = "가정에서 쓰다 남은 화학세제를 화단이나 놀이터에 함부로 버리지 마세요."

지난 2일 대구 한 아파트 화단에서 6∼7세 아동 2명이 유해화학물질 성분에 오염된 흙을 만졌다가 손에 1도 화상을 입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 소방특수구조단이 복합가스측정기로 흙 성분을 측정한 결과 염화수소 0.4ppm이 검출됐다. 평소 대기 중에서도 측정되는 수준이라고 한다. 경찰은 누군가가 쓰고 남은 락스나 식물 재배에 쓰는 살충제를 무심코 화단에 버린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보다 정확한 원인을 찾기 위해 오염된 흙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내 추가 성분 감식을 의뢰했다. 결과는 이달 말 나올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주변 CCTV를 분석하고 탐문해 액체를 버린 사람을 찾고 있다"며 "고의성은 없어 보이지만 경위를 파악하기 위해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피부에 화학물질이 닿아 화상을 입는 사고는 산업현장에서 빈번하다. 일반 가정도 예외는 아니다. 락스 등 각종 화학물질을 사용하다가 부주의로 다치는 사례가 종종 발생한다.

사람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곳에 쓰고 남은 화학물질을 적절한 조치 없이 버리는 행위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방 관계자는 "화학물질을 사용할 때 피부에 튀지 않도록 조심히 다루고 쓰고 남은 것은 물로 희석해 하수구에 버리는 것이 안전하다"고 말했다.

◇갈수록 대기오염 '심각'…벤젠 등 1급 발암물질 배출량 12.9%↑= 2014년 전국 사업장에서 대기에 배출한 벤젠 등 1급 발암 물질이 전년보다 무려 12.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화학물질안전원은 전국 3524개 사업장을 대상으로 '2014년 화학물질 배출량'을 조사한 결과 유엔 산하 국제암연구기관이 1급 발암물질로 분류한 벤젠 등 화학물질 12종은 1064t으로, 전년(942t)에 비해 12.9% 늘어났다고 6일 밝혔다.

2014년 전체 화학물질 배출량(5만 4261t)의 2.1%에 해당된다.

배출량 조사는 415종의 화학물질 중 하나 이상을 연간 1∼10t 이상 제조하거나 사용한 사업장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1그룹(16종·발암성·중금속)은 업체 기준 1t 이상, 2그룹(399종·독성물질)은 10t 이상 취급(제조 또는 사용)하면 보고해야 한다.

1급 발암물질은 벤젠·염화비닐·포름알데히드·1,3-부타디엔·산화에틸렌·크롬·3,3 '-디클로로-4,4' 디아미노디페닐메탄·클로로메틸메틸에테르·비소·카드뮴·o-톨루이딘·트리클로로에틸렌 등 12종이다.

1급 발암물질 배출량을 연도별로 보면 2009년 1035t, 2010년 1069t, 2011년 1118t으로 소폭 등락을 거듭하다가 2013년에는 942t으로 크게 감소한 바 있다.

지난 2013년 마을 주변 화학제품 공장 입주에 반발하는 김해시 생림면 주민들.


/경남도민일보 DB

2014년 전체 화학물질 배출량은 2013년보다 6.9% 늘어났다.

이처럼 대기 등 환경에 배출된 화학물질이 증가한 것은 화학·석유정제·1차 금속 등 업종에서 전체 취급량이 2013년 1억 6115만 7000t에서 2014년 1억 6361만 8000t으로 1.5%, 배출량 보고 업체수도 3435곳에서 3525곳으로 각각 늘어났기 때문으로 화학물질안전원은 분석했다.

화학물질 전체 취급량 대비 배출량 비율은 2006년 0.0405%에서 2008년 0.0368%, 2010년 0.0350%, 2012년 0.0323%, 2013년 0.0315% 등으로 감소세를 보이다가 2014년 0.0332%로 증가세로 돌아섰다.

2014년 기타 운송장비 제조업·석유정제·화학 등 주요 업종의 비산 오염원 배출량은 3년 전에 비해 9.8% 증가한 2만 1353t을 나타냈다.

화학물질 종류별 배출 비율은 선박·자동차 제조 때 용매제나 희석제로 주로 사용하는 자일렌(32.5%)이 가장 높았으며, 톨루엔(15.7%), 아세트산에틸(7.8%), 메틸에틸케톤(6.3%), 에틸벤젠(5.2%) 등 순이다.

화학물질 배출량 조사결과 발표 모습.

이들 10개 화학물질 비중이 전체 배출량의 85.0%였다.

업종별 배출률은 기타 운송장비 제조업이 33.8%를 차지했고, 고무·플라스틱 제조업(13.1%), 자동차·트레일러 제조업(10.3%), 화학물질·화학제품 제조업(8.5%), 전자부품·컴퓨터·영상·음향·통신장비 제조업(8.5%) 등이다. 이들 5개 업종에서 전체의 70.7%인 3만 8364t을 배출했다.

광역자치단체별 배출 비율은 경기 21.6%, 경남 16.2%, 울산 15.8% 등 순이다. 화학물질안전원 관계자는 "화학물질 취급량이 늘고 있는 만큼 기업은 국민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배출 저감노력을 해야 한다"며 "정부도 체계적인 관리·저감 정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글·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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