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귀화 기자의 요리조리]

조선시대 문신이자 학자로 널리 알려진 함양 일두 정여창(1450~1504) 선생의 18대손인 정현영(62) 씨. 함양군 지곡면 개평마을에 사는 그는 어렸을 적부터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종가요리를 몸에 익혔다. 7남매의 막내인 정 씨는 "어머니가 요리하는 것을 곁에서 많이 보고, 많이 맛보고 자랐다. 음식을 만드는 데 그러한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종녀(宗女)인 그에게서 대대로 내려오는 종가 요리 가운데 '김부각', '죽순 전골' 요리를 배웠다.

고소하고 짭조름한 김부각 반찬·술안주로 안성맞춤

◇재료

부각 재료: 김, 볶지 않은 참깨, 찹쌀풀, 튀김기름(요리유)

찹쌀풀 재료: 멸치·다시마·표고버섯 육수, 찹쌀가루, 맑은 멸치액젓.

김부각 재료.

◇만드는 법

1. 멸치, 다시마, 표고버섯을 물에 넣고 끓여 육수를 만든다.

2. 육수에 찹쌀가루를 걸쭉할 정도로 풀어서 찹쌀풀을 만든다.

3. 맑은 멸치액젓으로 찹쌀풀 간을 한다.

4. 김의 거친 면 쪽을 펼친다.

5. 김 위에 손으로 찹쌀풀을 반쯤 바른다.

김에 바른 찹쌀풀 위 참깨를 붙인다.

6. 김을 반을 접어서 윗면에 찹쌀풀을 바른다.

7. 찹쌀풀 위에 참깨를 붙인다.

8. 하루 정도 김을 말린다.

9. 튀김기름이 끓을 때 만들어 둔 김을 살짝 일군다(튀겨낸다).

10. 키친타월 위에 김부각을 둬서 기름을 흡수시킨다.

'김부각'의 핵심은 최상의 재료와 찹쌀풀의 농도다.

정 씨는 "좋은 김과 좋은 깨를 사용해 정성스레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특히 찹쌀풀은 맹물이 아니라 멸치, 다시마, 표고버섯을 우려낸 육수를 사용해야 깊은맛이 난다고 했다.

찹쌀풀의 농도는 걸쭉하지만, 되지 않게 해야 한다. 정 씨는 양을 계량화하기는 어렵지만, 이 부분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에 찹쌀풀을 바를 때도 김 고유의 맛이 살 수 있도록 해야 하기에 너무 많이 바르면 곤란하다.

솔보다 손으로 김 결을 따라 찹쌀풀을 바르는 게 좋다고 했다. 모양과 맛을 더하는 참깨는 나중에 튀겨내기 때문에 볶지 않은 깨를 사용해야 누레지지 않고 맛도 좋다.

왠지 부각을 떠올리면 엄두도 못 낼 만큼 만들기가 어려울 것 같지만, 생각만큼 복잡하지는 않았다.

햇볕이 좋은 때에 하루 정도 찹쌀풀을 발라둔 김을 바싹 말려야 하는 수고스러움은 있다.

하지만, 완성된 김부각은 온 가족을 만족하게 한다.

고소하고 짭조름해서 아이 반찬으로도, 술안주로도 안성맞춤이다.

정 씨는 옛날 어른들이 부각을 '튀긴다'고 말하지 않고 '일군다'라고 표현했다고 전했다. 정성스레 일군 김부각 요리를 예부터 지금까지 맛볼 수 있다니 감격스럽다.

아삭한 식감 살아있는 죽순전골 시원하고 깔끔

◇재료

전골용 소고기 400g, 멸치·다시마·표고버섯을 우려낸 육수, 죽순, 표고버섯, 느타리버섯, 호박, 청양고추, 파, 달걀 2개.

죽순전골 재료.

◇만드는 법

1. 죽순을 삶아서 하루 정도 찬물에 우려낸다.

2. 소고기를 맑은 멸치액젓과 후추를 넣고 재워둔다.

3. 물에 멸치, 다시마, 표고버섯을 넣고 끓여서 육수 1ℓ가량을 만든다.

4. 호박, 버섯 등의 채소를 먹기 좋게 썰어둔다.

5. 전골냄비에 양념한 소고기를 먼저 볶는다.

먹기 좋게 썰어 둔 채소를 듬뿍 넣는다.

6. 소고기가 익으면 육수를 붓는다.

7. 준비한 죽순을 냄비에 넣고 끓인다.

8. 호박, 버섯 등의 채소를 넣는다.

9. 끓기 전 마늘 한 숟가락, 맑은 액젓 두 숟가락을 넣는다.

10. 파, 붉은 실고추를 넣고, 달걀 2개를 풀어서 살짝 끼얹는다.

11. 끓여서 요리를 완성한다.

죽순 반찬 요리가 아닌 죽순 전골 요리는 조금 낯설었다. 죽순이 주가 되는 이 요리에서 죽순은 국물 맛에 큰 영향을 미쳤다. 냄비에 죽순을 가득 넣고 끓여낸 죽순 전골 요리는 시원하고 깔끔했다. 죽순의 아삭한 식감도 살아있었다.

정 씨는 "어르신들이 죽순 전골 국물 맛을 좋아하셨다. 지금은 죽순이 조금 질겨졌지만, 봄에 부드러운 죽순으로 만들면 맛이 더 좋다"고 설명했다. 김부각과 마찬가지로 죽순 전골 간을 소금이 아니라 맑은 멸치액젓으로 해서 더 깔끔한 맛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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