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인 김해수 전 비서관을 '안상수 사람'으로…2010년 당대표 선거 '돈 선거'의혹 시사하기도

홍준표 경남도지사 재판에서 쟁점이 되는 시기는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대표 선거가 치러진 2011년이다.

홍 지사는 2010년과 2011년 연이어 한나라당 대표 선거에 나서 2011년에 당선됐다. 2010년에는 안상수 창원시장이 당시 한나라당 대표로 당선된 바 있다.

2010년과 2011년 홍 지사의 정치 행적이 이번 재판 과정에서 중요하게 부각될 수밖에 없는 건, 당시 고 성완종 회장이 한나라당 공천을 염두에 두고 홍 지사에게 접근했다고 검찰이 보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홍 지사가 1억 원을 경선자금으로 사용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기도 하다.

이 같은 연유로 홍 지사에게 1억 원을 직접 전달한 혐의를 시인한 윤승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이 2010년과 2011년 '홍준표 캠프'에서 어떤 역할을 맡았는지가 공판 과정에서 상세하게 다루어지고 있다.

당시 한나라당 대표 선거가 언급되다 보니, 자연스럽게 안상수 창원시장의 이름이 홍 지사 재판에서 거론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안상수(왼쪽) 창원시장과 홍준표 경남도지사. /경남도민일보 DB

지난 2월 김해수 전 청와대 비서관이 증인으로 출석했을 때였다. 홍 지사는 "김해수 전 비서관은 안상수 전 의원의 보좌관 출신으로 2010년 전당대회에서는 안상수 후보를 밀었고, 2011년 전당대회에서는 원희룡 후보를 밀었던 소위 친이계 사람"이라고 밝혔다.

홍 지사 주장의 요지는 김 전 비서관이 '안상수 사람'인데 검찰이 자신의 측근으로 오도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당시 이 같은 소식을 접한 안 시장의 측근은 "20년 전에 1∼2년 정도 보좌관을 한 건 맞는데, 이후 참모로서 그 어떤 활동도 한 적이 없는 인물이다. 팩트는 맞지만 왜 굳이 홍 지사가 안 시장을 거론했는지는 모르겠다"고 의아해했다.

재판 과정에서 밝혀진 바에 따르면, 김 전 비서관은 홍 지사의 측근인 안종복 전 경남FC 사장과 친밀한 관계이기도 하고, 윤승모 전 부사장과 통화를 할 당시 경남도 자문변호사이자 홍 지사의 고대 법대 동문인 이우승 변호사와 수차례 전화 통화를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홍 지사 재판에서 안 시장이 또다시 언급된 건 지난 5월 초 나경범 경남도 서울본부장이 출석했을 때였다. 나 본부장은 2011년 당시 홍준표 의원 보좌관이었고 회계책임자이기도 했다.

검찰이 홍 지사가 윤승모로부터 받은 1억 원을 당 대표 경선 자금으로 사용했다는 의혹을 품고 있는 데 대해 나 본부장은 "2010년 당 대표 선거 때는 9000명의 대의원이 체육관에 모여 투표를 했다면, 2011년에는 선거인단을 22만 명으로 늘렸다. 체육관 선거가 없었다. 계파와 조직 선거를 차단하기 위해서였다"고 진술했다. 그러면서 나 본부장은 "(선거인단을 22만 명으로 늘린 건)칠곡휴게소 매수 등 잘못된 선거 의혹이 많아서였다"고 말했다. 2010년 당 대표 선거에 비해 2011년 선거는 '돈 선거'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했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이는 곧, 2010년 당 대표에 당선된 안상수 시장은 '돈 선거' 의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으로도 읽히는 발언이기도 한 셈이었다.

2010년 한나라당 대표 선거 당시 홍준표 지사와 안상수 시장은 날선 발언을 주고받은 바 있고, 정치권 앙숙이라는 평가도 공공연하다. 2016년 진행되고 있는 '홍준표 도지사 재판'에서도 안상수 창원시장의 이름이 오르내리는 건 이색적이면서도 씁쓸함을 남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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