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비춤]홍준표 '성완종 리스트' 기소 1년, "줬다-안 받았다" 치열한 공방의 끝은?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지난해 4월 9일 자살하면서 남긴 메모지에는 '홍준표 1억'이라는 글이 선명하게 적혀 있었다. 곧바로 검찰은 특별수사팀을 구성했고, 메모지에 이름을 올린 주요 정치인 중 이완구 전 총리와 홍준표 경남도지사를 기소하기에 이른다. 홍 지사가 불구속 기소된 건 2015년 7월 2일이다. 기소된 지 꼭 1년이 흘렀다.

지난 1년간 '피고인 홍준표'를 대상으로 진행된 재판은 15차례에 이른다. 지난 1월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이라는 1심 유죄 판결이 나온 데 이어 한창 항소심이 진행 중인 이 전 총리 재판과 비교했을 때 지나치게 지연되고 있는 셈이다.

홍 지사 재판의 핵심은 간단하다. 고 성 전 회장의 지시를 받은 윤승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이 2011년 6월께 한나라당 대표 선거에 출마한 '홍준표 의원실(국회의원회관)'을 방문해 1억 원을 전달했느냐 여부다.

윤 전 부사장은 한결같이 1억 원 전달 사실을 시인하고 있고, 홍 지사 변호인단은 당시 홍 지사가 자신의 의원실에서 윤 전 부사장을 만난 적이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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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부터 간단한 일은 복잡하게 얽히게 된다.

검찰은 '2011년 6월'을 전후해 윤 전 부사장이 홍 지사를 만나 직접 1억 원을 전달했다는 사실을 입증하고자 방대한 수사 자료를 제시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증거 중 하나는 홍 지사의 측근인 엄창현 남해대학 총장과 김해수 전 청와대 비서관이 윤 전 부사장에게 전화를 걸어 적극적인 '진술 회유'를 했다는 것이다. 즉 당시 보좌관이었던 나경범 경남도 서울사무소장에게 돈 가방을 전달한 것으로 하면 안 되겠느냐는 제안이었다. 특히 녹음 파일에는 '나경범 전달설'을 일컬어 "그쪽의 회의 결과"라고 말하는 대목이 나온다. 검찰은 '그쪽'을 홍 지사 측으로 지목하고 있다. 홍 지사가 윤 전 부사장으로부터 1억 원을 받은 건 명백한 사실이고, 이후 홍 지사가 관여한 가운데 조직적인 은폐 시도가 있었다고 거듭 강조하고 있다.

또한, 이 재판의 흐름을 이해하려면 검찰이 불법정치자금 수수가 이루어졌다고 밝힌 '2011년 6월'과 성 전 회장이 자살하기 직전인 '2015년 4월 초' 상황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 2015년 4월, 고 성 전 회장은 경남기업 비자금 수사가 자신을 옥죄여 오자 돌연 설암 수술을 받고 병원에 입원해 있던 윤 전 부사장을 찾는다. 성 전 회장이 자살하기 3일 전이고, 윤 전 부사장은 수술 후유증으로 말을 제대로 할 수 없을 때였다. 그런 상황에서 급박하게 윤 전 부사장을 찾은 성 전 회장은 '1억 원'이 홍 지사에게 확실하게 전달됐는지를 확인하고 간다.

'2011년 6월'은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대표 선거를 앞둔 시점이었고, 성 전 회장은 2012년 총선에서 한나라당 공천을 받기를 원하고 있었다. 하지만 성 전 회장은 공천을 받지 못했고, 2012년 자유선진당 소속으로 서산·태안에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된다.

검찰은 이 같은 사실을 기반으로 경남기업 관계자로부터 '1억 원'이 불출되는 과정을 밝히는 한편, 윤 전 부사장 주변 인물을 통해 실제 1억 원 전달이 실행됐다는 점을 입증하려 하고 있다. 물론 윤 전 부사장의 진술이 결정적인 증거라 할 수 있다.

반면, 홍 지사 변호인단은 2011년 6월께 윤 전 부사장이 국회 의원회관에서 홍 지사를 만난 사실이 없을 뿐만 아니라, 검찰이 '진술 회유'라고 주장하며 증거로 제출한 '엄창현·김해수 녹음파일'이 검찰의 부당한 수사에 의해 취득된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특히 '윤승모 배달사고설'에 방점을 찍고 있다.

돈을 줬다는 사람과 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사람의 진술이 엇갈리는 건 불법정치자금 수수 사건의 '흔한' 장면이다. 이 전 총리 재판 역시 비슷한 사례라 할 수 있는데, 그 결과가 나오기까지의 기간은 다르다.

홍 지사 재판은 6차례나 공판준비기일을 거쳤는데, 이 기간 홍 지사 변호인단은 검찰에 방대한 수사 자료를 요구했고 검찰은 불필요한 자료까지 요구한다며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이와 같은 자료 공방은 본 재판 과정에서도 주요 쟁점으로 부각해 재판 속도는 더욱 느려지고 있다.

그러나 어쨌든, 지난달 27일 윤 전 부사장에 대한 증인 신문이 마무리됨에 따라 재판은 막바지에 이르렀고, 7월 말께 1심 선고가 이루어질 전망이다. /임채민 기자 l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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