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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들도 치유 받아야 교육 바꿀 수 있어"

실천교육교사모임 학술대회 '교사가 만들어 가는 교육이야기' 열려

정봉화 기자 bong@idomin.com 2016년 06월 29일 수요일

지난 18일 경남교육연수원에 전국에서 교사 300여 명이 모였다. 실천교육교사모임이 주최하는 세 번째 '교사가 만들어 가는 교육이야기' 행사에 자발적으로 참여한 교사들이다.

실천교육교사모임은 이름 그대로 교사들이 교육실천을 공유하고 함께 성장하는 터전이 되는 전문적 네트워크다. 거대 교원단체에서 독립하고, 현장 전문가로서 교사 역할을 강조하는 교육단체다.

이 단체는 현재 회장을 맡은 정성식(전북 동남초) 교사가 지난해 3월 한국 교육에 대한 비판을 담은 <학교라는 괴물>이라는 책을 읽은 소감을 페이스북에 올리면서 시작됐다. 정 교사의 글에 공감한 교사들이 하나둘씩 늘면서 모임으로 이어졌다. 이렇게 모인 교사들이 지난해 7월 세종시에서 '교사가 만들어가는 교육 이야기'라는 주제로 처음으로 교사학술대회를 연 데 이어 10월 전북 익산에서 두 번째 행사를 열었다. 그리고 올해 창원에서 세 번째 행사가 마련된 것. 학술대회가 끝날 때마다 발표 내용은 <교사독립선언>이라는 책으로 나오고 있다. 이날 강연도 곧 책으로 출간할 예정이다.

이들은 교사가 전문성을 나누고 배우는 게 중요한 목적이라고 했다. 주로 젊은 교사들이 주축을 이뤄 강연 형식의 지식 공유 프로젝트인 테드(TED)와 같은 방식으로 정보를 나눈다. 이번에 '나답게, 자유롭게, 함께'라는 주제로 열린 교사들의 세 번째 현장이야기를 들어봤다.

지난 18일 경남교육연수원에서 실천교육교사모임 주최 '교사가 만들어가는 교육이야기' 세 번째 행사가 열렸다. 광주 신창초 서준호 교사가 심리극·역할극을 통해 교권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정봉화 기자

자유로운 생각 나누기 그게 먼저

◇말 잘 듣는 학생, 말 잘 듣는 교사? = 동해 중앙초 김미연 교사는 3년차 새내기 교사로서 고민을 털어놨다.

김 교사는 "아직도 교육이 뭔지 잘 모르겠다. 임용고시를 준비하면서도, 교사가 되고 나서도 배움이 뭘까 하는 물음에 답을 찾지 못했고, 아이들에게 가식적인 배움을 종용하는 사람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막상 교사가 되고 나서는 수업만큼 열심히 해야 하는 각종 업무에 시달렸다. 업무가 많아서 힘들기보다는 업무 처리 방식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다른 학교에서 교사로 일하는 친구 이야기를 예로 들었다. 안전시범학교에 선정된 그 학교에서는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에도 아이들을 운동장에서 공을 차거나 뛰놀지 못하게 한다고 했다. 바깥에서 활동하면 안전사고 위험이 크고, 만약 학생이 다치기라도 하면 안전시범학교로서 이미지가 나빠진다는 이유에서다.

김 교사는 "신규 교사 처지에서는 학교 업무 처리 방식에 불만이 있어도 나 빼고는 나머지(교사)는 다 맞다고 따르니까, 깊은 뜻이 있겠지 하고 넘어간다"면서 "근데 생각해보니 학교에서는 말 잘 듣는 교사가 필요했던 것 같다. 초·중·고에서 배운 교육처럼 말 잘 듣는 아이, 말 잘 듣는 학생, 말 잘 듣는 교사가 되어가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교사들이 가진 고민이나 생각을 편하게 학교에서 이야기 나눴으면 좋겠다. 교육에 대해 고민하는 교사가 유난스럽지 않은 문화, 부당한 것에 대해서는 말을 듣지 않는 학생들을 키울 수 있는 교사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

다양한 방식의 강연으로 교육에 대한 생각을 나누는 교사들.

교사도 치유받고 행복해져야

◇선생님, 힘내세요! = 광주 신창초 서준호 교사는 심리치료사, 놀이전문가로 심리극이나 연극치료, 교육연극 등으로 교사들 사이에서는 꽤 유명하다. 서 교사가 운영하는 '서준호 선생님의 마음흔들기' 블로그와 페이스북도 인기다. 이날도 서 교사는 심리극과 역할극으로 교권을 이야기했다.

욕하는 아이, 대드는 아이, 아무 반응 없이 무기력한 아이, 말대꾸하는 아이…. 교사를 힘 빠지게 하는 학생들과 관계에서 교사 고충을 상황극으로 만들어 공감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서 교사는 이러한 몇몇 아이들과 힘겨루기를 하느라 정작 전체 다른 아이들을 보지 못하는 경우는 없는지 고민해봐야 한다고 했다. 다른 학생들이 지쳐가는 교사 모습을 체념하듯 바라보는 게 아니라 "선생님, 힘내세요!"라고 외쳐줄 때 교사는 치유된다고 했다. 서 교사는 "교사 마음은 교사가 잘 알고, 사람한테 받은 상처는 사람으로 치유한다. 교사들이 행복을 이야기할 수 있도록 지역별로 '교사 치유 센터'를 만들어 달라"고 주장했다.

다양한 방식의 강연으로 교육에 대한 생각을 나누는 교사들.

아이들과 터놓고 대화하는 법

◇시를 통해 아이들과 하나 되기 = 거제 장목초 최종득 교사는 시 교수법에 힘쓰고 있다. 최 교사는 먼저 나태주 시인의 '풀꽃'이라는 시를 소개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 너도 그렇다'라는 세 줄의 시. 최 교사는 "교사의 삶이 녹아있는 시 같다. 교사가 아이들을 볼 때 그렇다. 자세히 보면 뭐가 보인다"고 했다.

최 교사는 아이들의 진솔한 마음이 담긴 짤막한 시를 소개하며 웃음과 감동을 전했다. 최 교사는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 공부는 어려운 게 아니다. 아이들에게 너의 이야기를 쓰라고 한다. 그 아이의 삶이 묻어나는 시 쓰기가 중요하다"고 했다. 이어 "아이들보다 먼저 울고, 아이들보다 먼저 웃을 줄 아는 인간적인 교사, 아이의 글을 소중히 여기고, 아이의 마음을 어루만질 줄 아는 마음이 따뜻한 교사, 아이들 앞에서 부끄럼 없이 때론 오버액션도 할 줄 아는 친구 같은 교사, 아이를 하늘처럼 여기는 교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수업나눔, 학교를 공동체로 세우다'는 주제로 김효수 좋은 교사 수업코칭연구소 부소장이 수업혁신운동을 설명하고, '배움의 중심에 학생이 서기'라는 주제로 경기 천보중 김현주 교사가 청소년이 스스로 만들어가는 마을학교인 '꿈이룸학교'를 소개했다. 박종훈 교육감도 '북 버스에 꿈을 싣고'라는 주제로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독서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날 행사 내용을 비롯해 참여 교사들이 나눴던 자료들은 실천교육교사모임 페이스북 그룹 혹은 홈페이지(http://koreateachers.org)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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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봉화 기자

    • 정봉화 기자
  • 자치행정부에서 도청과 지역정치 등을 맡고 있습니다. 도정 관련 많은 제보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