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짖듯 문학계 난도질하는 자유경제원…부끄러움도 모르는 게 인간인지 묻는다

이건 뭐 무슨 '개싸움'을 하자는 것도 아니고. 이 나라에 사는 게 하도 한심하고 부끄러워서 시부터 한 편 중얼거려보기로 한다. "나는 감춘 것도 별로 없고 그냥 사는 게 일인 사람인데 우리 동네 감나무집 개는 내 발자국 소리만 들어도 짖는다./ 나는 되도록이면 그 집을 피해 다니거나 조심스럽게 지나가지만 매번 이제 됐다 싶은 지점에서 그가 담벼락을 무너뜨릴 듯 짖어대기 시작하면 뭔가 또 들킨 것 같다."(이상국 '개싸움' 중에서) 그래, 어쩌면 이 시속의 화자처럼 대부분의 우리는 "감춘 것도 별로 없고 그냥 사는 게 일인 사람" 아닌가. 그런데 지금 이 나라에는 지나가는 개가 들어도 웃을 일이 벌어지고 있다.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을 적극 옹호했던 자유경제원이 최근 시인 김수영을 공격하고 나섰다. 자유경제원은 지난 4월 1차 세미나를 시작으로 지난 13일 종합토론까지 석 달간 '김수영 비판 연속 세미나'를 열었다. 당연히 김수영의 시적 성취를 노골적으로 공격했다. 3차 세미나 발제를 맡은 남모 숭실대 문예창작학과 겸임교수는 "(김수영의 시 가운데 초현실주의 계통이 아닌 시들은) 다 못 쓴 시들이다. 김수영은 참여시라는 것을 써본 적도 없고 제대로 된 시도 써본 적이 없다"며 "언어 감각이 탁월한 사람만이 쓸 수 있는 게 시다. 그런데 김수영은 언어 감각은 고사하고 한국어 자체가 안 되는 인물이다. 본인도 안다"고 말했다.

시를 써서 밥을 먹고사는 입장에서 본다면 이건 뭐, 거의 개가 짖는 수준? 아니, 그보다 한참 아래다. 자유경제원 세미나 참석자들이 김수영을 매개로 문학계를 공격한 방식은 지난해 정부, 여당, 뉴라이트 학자들이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역사학계를 공격한 방식과 유사하다. 개똥보다 못하질 않은가. 지난해 국정화 옹호 세력이 현행 검정 역사교과서를 '좌편향' 교과서로 단정 짓고 국정화에 반대하는 학계와 시민사회를 '종북'으로 몰아붙였던 것처럼, 어김없이 색깔론이 등장했다. 문제의 심각성은 문학 너머에 있다. 

문단 일각에서는 자유경제원이 역사교과서에 이어 문학 교과서 내용도 뉴라이트 입맛에 맞게 바꾸려는 의도가 드러난 것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자유경제원은 지난해 이미 '교과서 속 문학작품이 수상하다'(2월), '교과서 심층분석 제1차: 사회문화·문학·시험문제 어떻게 편향되어 있나'(5월), '문학 교사용 참고서 이렇게 바뀌어야 한다' 등 관련 토론회를 열었다. 이쯤 되면 묻지 않을 수 없다. 자유경제원이란 집단이 도대체 뭘 하는 집단인지를 말이다. 이에 대한 답은 지난달 자신들이 주최한 '이승만 시 공모전'에서 이승만 전 대통령을 비판하는 내용을 담은 시로 당선된 저자를 최근 고소하고 손해배상소송까지 낸 집단으로 정리하자. 이 귀하고 아까운 지면에 개가 짖는 수준보다 한참 아래인 어떤 기척을 끌어올릴 필요가 없질 않은가.

사람이 사람에게 남기는 것은 인기척이다. 한 사람에게 조금만 머물러도 인기척이 남는다. 그런데 아닌 종족들도 있다. 사람이 사람을 지나가며 남기는 것은 악취만 있는 것이 아니라고, 그렇게 위로해야 그냥 사는 게 일인 사람이라고 중얼거려보지만, 이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가. 지나가는 개가 들어도 기분 나빠 할 일이지만 어쩔 수 없다. 누군가에게 가지 않으려고 애를 쓰던 자리, 슬픔이 되기도 설움이 되기도 하는 인기척이 아니라 무지도 모르는 인간들, 그러니까 이 나라에는 개보다 못한 '패악의 기척'을 가진 이가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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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희덕 시인의 시 '가라앉은 자와 구조된 자'에 나오는 구절처럼 "모든 악이 모여서 배출되는 곳"이자 "한 번 들어가면 살아나올 수 없는 곳/ 이것이 인간인가, 되묻게 하는 곳/ 지금도 시커먼 괄약근이 고통스럽게 헐떡거리는 곳"이 행여 지금 이 나라는 아닌가. 그렇다. 이를 "세계의 항문"이라 부르는 나희덕 시인의 시를 자유경제원에 전한다. "패악과 남루에도 불구하고 부끄러움 없이 질주하는 모든 인간들에게, '세계의 항문'이란 "'이것이 인간인가'를 되묻게 하는 곳"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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