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이장님]창원시 마산합포구 진동면 광암마을 김홍명 이장

경남 창원시는 최근 지역 대표 음식으로 '미더덕비빔밥'을 내세웠다. 창원이 미더덕 최대 생산지라는 게 그럴듯한 명분이 됐다. 창원시가 이런 자랑을 하는 배경에는 마산합포구 진동면 고현마을과 광암마을이 있다. 특히 광암마을은 해마다 '미더덕 축제'를 열어 작은 어촌을 알리고 있다. 김홍명(73) 광암마을 이장은 11년 전 마산서부수협과 힘을 모아 첫 축제를 기획하고 진행했다.

"처음에는 마을을 전국에 알리면 좋지 않겠느냐는 생각으로 미더덕 축제를 계획했어요. 수협에서 많이 도와줬지요. 들어가는 비용이야 11년 전과 비슷한데 오는 관광객이 15만~20만 명은 돼요. 경제적 효과도 통계를 보면 10억 원 정도라고 합디다."

'경제적 효과'라는 게 그 수치가 제아무리 명확해도 막연한 개념이다. 통계가 그렇다 하니 그런 줄 아는 것이고, 사람은 이전보다 많이 오는 것 같다는 이장 말이 모호하지만 더 와 닿는다.

"빛 광, 바위 암을 써서 광암마을이라고 해요. 마을 전체가 바위였지요. 옛날에는 광바구라고 부르기도 했습니다. 옛날에는 이 일대에 너른 바위 바닥이 펼쳐져 있었어요. 지금은 도로로 덮어서 볼 수 없지만…."

김 이장 설명만 들으면 '빛'보다 '넓다'는 뜻을 지닌 '광'이 더 적확할 듯하다. 그래도 너른 바위 바닥이 튕겨냈을 햇살을 떠올리면 '빛나는 바위'라는 마을 이름도 꽤 어울린다. 김 이장은 일부러 만들기도 어려운 풍경이 묻힌 것을 상당히 아쉬워했다. 미더덕과 함께, 아니 미더덕보다 더 큰 자랑거리가 될 게 분명했을 것이다.

창원시 마산합포구 광암마을 김홍명 이장. /이승환 기자

김 이장은 '맨땅에 새로 만든 마을'이라는 표현을 자주 썼다. 어렸을 때는 20가구 정도 엉겨 사는 바닷가 한 구석이 두 세대 정도를 거쳐서 180여 가구 500여 명이 사는 마을로 바뀌었으니 그럴 만도 하다. 최근 몇년 동안은 해마다 5~10가구 정도 늘어나고 있다. 김 이장 말을 빌리면 '도시 부럽지 않게 깔끔하게 정돈된 촌구석'에 매력을 느끼는 이들이 많은 셈이다.

"태어나서 계속 여기에 살았지요. 첫 이장 일을 한 게 30대 초반이네요. 우리는 따로 경합하거나 하지 않고 임기 2년에 재임 한 번 하면 다른 사람이 또 이장을 맡고 그렇게 해요. 4년 지나고 나면 또 다른 사람이 하고, 제가 몇 번째 그렇게 일을 맡았지요."

광암마을에 들어서면 곧 마주치는 복지관광 마을회관이 유난히 말끔하다. 마을회관 옆에는 게이트볼 경기장도 갖췄다. 11년 전 새로 지은 복지관은 김 이장에게 꽤 큰 자랑거리다.

"이 마을 규모에 복지관과 마을회관을 이렇게 잘 갖춘 곳이 없을 것입니다. 처음에는 옛날 회관을 마산시가 증축하려고 했는데 현재 자리에 매립사업을 진행하는 것에 맞춰 우리가 신축을 요청했지요. 시설이 좋으니 매일 20~30명씩은 나와서 놀다 갑니다."

김 이장은 광암마을이 지닌 힘을 마을 사람에게서 찾았다. 해마다 12월 25일 여는 '대동회'는 그 힘을 확인하는 자리다. 주민들이 모두 모여 식사를 같이하고 재정 상황을 보고하는 등 마을 운영 문제를 논의한다. 다만, 예전과 달리 출석률이 고민이다. 아무래도 이런 자리가 어색한 젊은 사람들 빈자리가 커 보인다.

그래도 마을 사람 챙기는 일에 이장이 뒤로 빠질 수 없다. 마을에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평소에 잘 챙기다가 언제든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연결하는 역할에 특히 적극적이다.

"우리가 신설마을이다 보니 마을 기금이 얼마 없어요. 그래서 마을에 도움을 주고 싶은 사람이 있어도 자체적으로 해결하기가 어렵지요. 그런데 사회단체 기부 시스템이 생각보다 잘 돼 있더라고요. 제가 마을 일을 하다 보니 그런 혜택이 필요한 분을 잘 알잖아요. 그런 것을 챙겨드리려고 하는 편입니다."

김 이장은 사람과 사람 사이, 행정과 마을 사이를 잇는 일에서 역할을 꾸준히 찾았다. 앞으로 그 일을 잘하려면 결국 필요한 것 역시 사람이었다. 참여를 강조할 수밖에 없다.

"도회지 모습을 갖췄지만 그래도 촌이에요. 참여를 많이 했으면 좋겠습니다. 마을 행사 때 방송을 하면 그런 이야기를 해요. 서로 얼굴도 익히고 인사도 하자. 젊은 사람들은 좀 꺼리더군요. 이웃 사람이 누구인지 모르고 사는 사람도 많다고 합니다. 그런 게 좀 아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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