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 봅시다]"법·제도 문제"-"소관 부서 아냐" 공무원 '소극적 행정처리'
5년간 감사원 민원 53% 차지 시민 '핑퐁식 떠넘기기'답답

박완수(현 국회의원) 창원시장 시절. 당시 박 시장은 회의 석상에서 유독 화를 참지 못하는 부분이 있었다. 공직 마인드 관련이었다.

어느 회의 자리에서 실무진이 "법·제도적인 문제가 걸려 있어 민원 해결이 어렵다"고 하자, 박 시장은 "아니, 법·제도만 따질 거면 공무원이 무슨 필요 있나. 그 속에서 해결 방안을 찾는 것이 공무원 역할 아닌가"라며 얼굴을 붉혔다.

반대로 어느 자리에서는 "상수도사업소가 '안전한 물' 공급을 넘어서 이제는 '맛있는 물' 공급 추진 계획을 밝혔다. 정말 잘하는 것"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좀 더 능동적인 행정에 대한 채찍이었다.

최근 창원시 '마산가포고 앞 공장' 문제로 학부모·학생들이 가슴앓이하고 있다. 창원시도 이 문제를 인·허가 과정의 잘못으로 인정하고 관련 공무원 문책을 지시했다. 앞서 실무진은 "오염물질 배출 기준에서 도저히 들어올 수 없는 공장은 처음부터 허용이 안 된다", "개발계획 수립 당시 교육청에 공문을 보내 회신을 받아 정상적으로 처리했다", "지금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 본격 가동 후 피해가 있다면 그때 가서 조치하겠다"는 견해를 나타낸 바 있다. '법·제도'만을 경직되게 적용한 대표적인 예라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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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사원./연합뉴스

감사원은 최근 '소극적 업무 처리 등에 따른 국민 불편 사례' 감사 결과를 내놨다. 최근 5년간(2010~2014년) 감사원에 접수된 민원 5만 8156건을 분석한 결과 '소극적 업무·책임 회피'로 일어난 민원이 3만 710건(52.8%)이었다. 또한 규정·절차에 지나치게 얽매이거나 문제점을 인식하면서도 관행을 답습하는 '행정 편의주의·관행적 업무'에 따른 민원도 2090건(6.8%)으로 나타났다.

이번 감사원 적발 사례에 경남도내 지자체 혹은 공공기관은 해당 없었다. 다만 많은 민원인이 공감할 만한 사례가 있다. '민간자격 관련 등록증'은 신청 3개월 이내 처리하게 돼 있는데, 정부 각 부처가 자신들 소관이 아니라며 떠넘기면서 처리 기간을 넘긴 경우가 20.8%나 됐다. 또한 소관 부서를 결정하기 위한 절차를 거친 사례 가운데 95.5%는 3개월을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부서·부처 간 이른바 '핑퐁식 떠넘기기'에 많은 신청인이 기다림을 감내해야 하는 것이다.

감사원은 '소극적인 행정'이 일어나는 원인으로 △법령·규정·관례를 엄격히 따르지 않으면 감사나 징계를 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서 업무를 융통성 없이 처리 △일하지 않더라도 처벌할 근거가 없는 상황에서 열심히 할 의미를 찾지 못하는 경우 △연공서열 중심의 성과 평가로 열심히 일하려는 동기 부여가 되지 않거나 잦은 순환 보직으로 전문성과 자신감 부족 등을 꼽았다.

이에 감사원은 "공무원이 불합리한 규제 개선이나 공공 이익을 위해 업무를 적극적으로 처리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결과에 대해서는 충분한 검토를 거쳐 최대한 면책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능동적이고 열정적으로 추진하다 일어난 일은 적극적으로 참작하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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