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 명소인 바간을 다녀왔으니 이제는 진정한 미얀마 속으로 들어가기 위해 트레킹 명소 출발점인 껄로로 향했다. 보통 트레킹은 전문 투어회사에서 진행하는데 대부분은 미리 온라인이나 전화로 예약 후 진행하지만 나는 그냥 무작정 버스를 타고 껄로로 향했다. 껄로에 도착한 시간은 새벽 3시경,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암흑 속에서 아침까지 어떻게 시간을 때우나 하는 걱정도 잠시. 길거리를 배회하다 버스에서 내려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24시간 운영하는 카페를 발견했다. 

그곳에는 이미 나와 같은 처지의 배낭 여행객들이 아침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다들 삼삼오오 앉아 있는 가운데 일행이 없는 나는 테이블 하나 차지해 팬케이크와 커피로 허기를 채우고 있었다. 그리고 옆 테이블의 이야기를 본의 아니게 듣다보니 이들도 원래 일행이 아닌 이곳에서 만난 인연이었다. 혼자 와서 심심하던 차에 잘됐다 싶어 두 명이 앉아 있는 테이블에 합석을 했다. 유럽의 아주 작은 나라, 에스토니아에서 왔고 베트남에서 일하고 있는 엘리나와 영국인이지만 중국에서 영어 교사를 하고 있는 스티븐은 모두 혼자 여행하고 있었다. 나와 같은 방랑병 바이러스에 걸린 이들은 이야기도 잘 통해 함께 있는 동안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그러던 중 스티븐이 게임을 하자며 카드를 꺼냈다. 우리는 각종 카드게임이란 게임은 다 했는데 스티븐이 영어 교사라 그런지 어려운 카드 게임도 쉽게 잘 설명해 주니 함께 게임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었다. 점점 이들이 편하고 좋아졌다. 그리고 함께 트레킹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들은 이미 같은 투어회사에 미리 예약을 하고 온 상태라 내가 합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다. 자리가 있다면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 여행을 하면서 마음 맞는 이와 함께하는 것이 항상 내 뜻대로만 되지 않는 것이니 만큼 그만큼 더 간절했다. 스티븐도 '우리는 이제 한팀이니까 넌 우리랑 반드시 같이 가야 돼'라며 한술 더 떴다.

김신형.jpg
아침이 밝고 투어가이드가 그들을 픽업하러 왔다. 그리고 이미 인원이 만원이라며 힘들 것 같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듣게 되었다. 스티븐이 내가 일행이고 꼭 같이 해야 한다며 일단 투어 회사로 이동하기로 했다. 너무 일찍 도착한 우리는 다같이 인근에 있는 식당에 가서 간단한 아침식사를 하고 다시 투어회사로 돌아왔다. 그곳에는 트레킹을 같이 할 덴마크에서 온 귀여운 커플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1명이 합류했는데 한국에서 영어교사로 일하는 미국인 안젤라였다. 한국에서 일하는 영어교사라니! 이 그룹과 함께하고 싶은 이유가 1가지 늘었다. 나의 간절한 바람이 통했는지 나를 포함한 총 6명의 그룹에 합류하게 되었다. 각기 다른 5개국에서 온 6명의 친구들. 설렘 가득 안고 본격적인 트레킹이 시작됐다. /김신형(여행가)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