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업 집서 사면 운 따라' 속설 개점 업체 앞다퉈 행사 진행
부산 이어 경남 등 전국 확산 소비자 "상술 알지만 구입해"

경남에서 개점하는 대형 유통업체에 '빨간 속옷 이벤트'가 하나의 공식처럼 자리 잡은 모습이다.

지난 23일 오픈한 신세계백화점 김해점은 10개 속옷 브랜드에서 43억 원어치에 해당하는 빨간 속옷 물량을 확보해 26일까지 할인 판매했다. '빨간 속옷은 경남 김해로 다 모았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이는 '개업 집에서 빨간 속옷을 사면 행운이 따른다'는 속설을 이용한 마케팅이다. 이 속설은 경남권 바닷가 지역에서 만선한 배가 돌아올 때 빨간색 깃발을 꽂았던 것에서 유래했다. 붉은 색은 재물과 건강을 불러오는 색으로 상징된다.

신세계백화점 김해점 관계자는 "경남권 문화로 알고 있다. 2012년 신세계백화점 서울 의정부점 개점 때는 이런 행사가 없었다. 23일 당일 속옷 판매는 4억 원을 기록했다"고 말했다.

지난 23일 오픈한 신세계백화점 김해점에서 10개 속옷 브랜드가 참여해 '행운의 빨간 속옷'을 판매하고 있다. /이혜영 기자

앞서 지난해 12월 3일 개점한 롯데마트 양덕점 역시 대대적으로 빨간 속옷을 할인 판매했다. 당시 1만 원 상당의 속옷세트는 오후에는 치수가 없어 못 사는 소비자가 있을 정도였다.

이는 2009년 부산에서 신세계백화점과 롯데백화점이 개점하면서 대대적으로 빨간 속옷을 판매하고 성공한 것이 이후 유통업체에서 오픈 공식 행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2009년 3월 개점한 부산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은 첫날부터 주말까지 속옷 매출만 8억 2000만 원을 기록했고, 같은 해 12월 개점한 롯데백화점 광복점은 빨간 속옷 프로모션으로 17억 원 매출을 기록했다. 2014년 12월 개점한 롯데몰 동부산점에서도 빨간 속옷만 30억 원 가량 판매됐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최근에는 지역 구분이 사라지고 있다. 지난해 8월 개점한 현대백화점 판교점은 개점을 앞두고 빨간 속옷 50억 원어치를 준비해 5일간 할인행사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빨간 속옷을 사는 소비자는 빨간 속옷 유래를 정확하게 아는 사람도 있었지만 거꾸로 "유통업체에서 행운을 불러온다고 하니깐 산다"고 대답하는 사람도 많았다.

지난 25일 신세계백화점을 찾은 30대 주부(경남 창원시 의창구)는 "속옷 매장에 유독 사람이 많이 몰려 있어 궁금증에 찾게 됐다. 새로 개점하는 매장에서 빨간 속옷을 사면 행운이 온다고 홍보하며 싸게 파니깐 입지 않더라도 한두 장 샀다"고 말했다.

60대 주부(김해 장유동) 역시 "필요한 물건이 아닌데 안 사가면 괜히 찜찜할 것 같아 팬티만 두 장 샀다. 상술인 게 눈에 보이지만 '행운'을 산다 생각하고 구입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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