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해 시인 <그래도 맑은> 펴내

시가 생생한 현장을 담고 있다. 밀양 송전탑 문제, 세월호 사건, 노동자 처지 등 맞닥뜨린 현실을 비켜가지 않았다.

최상해(55) 시인은 <그래도 맑음>이라는 첫 시집에서 현시대의 아픔과 일상을 노래했다. 이번 시집은 지난 2007년부터 꾸준히 써 온 시 60여 편을 묶어서 냈다. 시인은 "시에서 현재 가까이에서 발생한 일을 다뤘다. 현장에 가서 함께 촛불을 들며 동참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시집에서 밀양 송전탑 문제를 다룬 내용의 비중이 크다. 그는 시 '밀양 간다'에서 "밀양밀양 하고/입안에 되뇌기만 해도/부드러운 햇살이 미량미량……/온몸을 감싸던 밀양간다"며 밀양에 대한 애정을 표하며, '쓸쓸한 문장' 등의 시에서 송전탑 문제로 한국전력 측과 싸움을 하는 할머니,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담았다.

〈그래도 맑음〉

노동자의 아픔, 고단함을 다룬 시도 눈에 띈다. 시 '단절의 시대'에서 "…밥과 공장은 밥과 논처럼/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며/죽어라 밥을 위해 일하고 또 일했는데/공장이 폐쇄된다니/싸워서라도 일을 해야 하는데/싸울 상대가 없으니/일하는 것조차도/싸워서 쟁취해야 하는 시대 앞에…"라고 적고 있다. 시 '잘 자라'에서도 "…잘 자라는 말은/잘 자라나라는/말//대학 졸업보다/공장에서 용접 일을 선택한/아들이/지친 몸으로 잠자리에 드는 시간/(중략)…잘 자라/아들!//"이라고 썼다.

여러 가지 현실의 어려움에도 시인은 '삶의 긍정'을 이야기한다. 시 '해피엔딩'의 마지막 부분에서 "시간은 언제나 과거에 머문 적이 없다는 것/일기장을 펼치면 오늘도 여전히 맑음"이라고 표현했다.

이응인 시인은 '아픔과 슬픔으로 햇살을 빚어내는 시'라는 시집 해설 글에서 "이번 시집에서 가장 자주 등장한 낱말은 '아픔'과 '햇살'일 게다. 최상해 시인은 시를 쓰면서 지난 세월의 아픔을 스스로 치유하고 있다"며 "아픔과 상처를 가만가만 등 두드려주는 시인, 벼랑 끝에서 손 내미는 시인, 가슴 한구석 꺼질 듯 여린 촛불 하나 켜든 시인, 아픔과 슬픔으로 햇살을 빚어내는 시인"이라고 평가했다.

최상해 시인

최 시인은 지난 2007년 <사람의문학>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고, 경남작가회의 회원이자 '객토문학'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최 시인은 "낮은 곳, 소외된 곳을 향해 서정의 글을 써 나갈 것"이라고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134쪽, 문학의전당, 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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