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부, 경쟁 과열 의식한 듯…지역 문인 "결국 책임 회피"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가 국립 한국문학관 추진을 잠정 '무기한 중단한다'고 밝히자 지자체와 지역 문인들은 '당혹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문체부는 내달 한국문학관 우선 협상대상 후보지 선정을 앞두고 지방자치단체 간 소모적인 유치 경쟁으로 심각한 후유증이 우려된다고 했다. 지난달 공모한 국립 한국문학관 터 공모에 전국 16개 시·도에서 총 24곳이 신청한 바 있다. 경남에서는 창원시와 통영시가 공모에 참여했다.

문체부는 지난 24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자체 간 배수진을 친 유치 경쟁이 과열되면서 불필요한 갈등과 혼란이 심화하는 상황에서는 후보지가 선정되더라도 반발과 불복 등 심각한 후유증이 우려된다"며 "현 상황에서 건립 후보지 선정 등을 서두르는 것이 최선이 아니라는 판단 하에 애초 계획을 변경, 조정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국립 한국문학관 후보지 공모 등 추진과 관련한 제반 사항을 중단하고, 범국민적 합의와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문체부는 후보지 공모를 마감한 후 한국문학관을 둘러싸고 지방자치단체 간 경쟁이 과열되자 이달부터 내부적으로 추진 중단을 검토해왔다고 전했다. 터 선정을 위한 전문가 추천위원회는 구성조차 못 한 상태였다.

문체부 관계자는 "국립 한국문학관 유치에 보여준 지역의 관심이 뜨거웠던 만큼 이번 결정으로 문학계와 지역 주민의 실망감도 클 것이기에 더욱 안타깝고 죄송스럽게 생각한다. 이번 결정은 문학진흥법에 한국문학관 설립을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안 하겠다는 취지는 아니다. 법에 시기, 규모는 따로 규정한 부분이 없다. 당분간 추진 일정을 중단하고 문학계와 충분한 논의, 자문, 연구를 통해 대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전했다.

문체부는 올 하반기 수립할 '한국문학 진흥 중장기 종합대책'에 △국립한국문학관의 합리적인 추진 방안 △한국문학 세계화와 대중화 지원 △지역문학관 활성화 지원 △문학진흥 정책 전담기구 검토 등을 담겠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결정에 대해 국립 한국문학관 터 공모에 참여한 창원시·통영시와 기대를 했던 지역 문인들은 당혹스러워했다.

창원시 측은 "당혹스럽다. 2월 법이 공포될 때부터 관심을 두고 유치를 위해 꾸준히 준비해 왔다. 유치할 터도 여러 곳 중 최적 장소로 선정해서 결정했었다. 한국문학관 건립이 중단은 됐지만, 법적으로는 짓게 돼 있기에 준비하는 시간을 벌었다고 보고 체계적으로 유치하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통영시 관계자는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다시 진행할지 알 수 없다. 기다리는 수밖에 없지 않겠나"라고 반응했다.

한 지역 문인은 "우리 지역에 한국문학관이 올지 안 올지 알 수 없지만, 부풀었던 꿈이 무너지는 것 같다. 황당하고 서운한 느낌이다"고 전했다.

또 다른 문인도 "지자체 공모까지 거친 건립 일정을 중단한 것은 무책임하다. 애초 더 신중하게 진행했어야 했다. 하지만 나중에 추진해도 과열은 마찬가지가 아니겠나. 결국 부담스러우니까 신공항처럼 정치적 부담을 덜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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