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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사람]창원 마산가포고 정현주 행정실장

기본·끈기·신뢰 바탕으로 30년째 '바로선 행정'앞장…'학교 앞 공장'문제 제기서 시장 사과·해결책 찾기

남석형 기자 nam@idomin.com 2016년 06월 27일 월요일

민원 신청이나 행정 도움을 얻고자 공무원들을 접했을 때, 법·제도만 내세워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에 종종 실망했던 적도 있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여기 이 사람은 많이 비켜나 있다. 일 벌이는 것을 마다하지 않고, 갈등 사안에서 상생 방법을 찾고자 동분서주한다. 창원시 마산가포고등학교 정현주(53) 행정실장이다.

마산가포고등학교 담장 넘어 100m도 안 되는 거리에는 분진·소음이 우려되는 공장이 들어서 있다. 가포고 학생들 학습·건강권 침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공장을 탓할 일은 아니다. 애초 주변 시설을 배려하지 않고 허가를 내준 행정 책임이 크다. 이 문제를 가장 적극적으로 공론화하는 데 앞장선 이가 정 행정실장이다.

"올해 2월 시에서 관련 공문을 보내오면서 공장이 들어선다는 걸 알았습니다. 심상치 않다는 걸 깨닫고 자료를 수집했습니다. 그리고 비슷한 시설이 있는 부산 녹산공단에 직접 다녀왔습니다. 그간의 허가 과정을 알아보기 위해 창원시청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3년 치 공고·입찰·시보 관련 내용도 모두 찾아봤습니다. 우리 학교는 지형상 높은 곳에 있고 해풍이 강해 공장이 들어서면 날림먼지를 안을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행정에서는 '기준치를 초과하면 행정 조치를 하겠다'는 식의 답만 했습니다."

정현주 마산가포고 행정실장은 '학교 앞 공장' 문제를 적극적으로 제기하면서 이 문제를 공론화했다. /남석형 기자

이후에는 학부모들이 적극적으로 나서 제대로 된 행정 역할을 요구하고 있다. 안상수 창원시장은 22일 간부회의에서 인·허가 과정 문제점을 인정하고, 관련 공무원 문책을 지시했다.

"시장님 사과까지 4개월 걸렸습니다. 이제 50% 정도 왔고, 나머지 50%는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문제를 인정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가 나와야겠죠."

정 실장은 '같은 공무원인데 너무 하는 것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도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잘못된 행정을 바로잡는다는 신념을 바탕으로 시작한 일이기에 개의치 않는다고 했다.

경남 고성이 고향인 그는 친구와 함께 국가직 공무원 시험을 쳤다가 합격하며 공직에 발 들였다. 이번 '가포고 앞 공장'에 발벗고 나설 수 있었던 건 지난 경험이 쌓인 덕이다.

"고성에서 농림수산부(현 농림축산식품부) 소속으로 근무할 때였습니다. 국가에서는 농산물 수매가 산정에 앞서 지역별로 조사해 예상가격을 올리라고 합니다. 대부분 관례적으로 이전과 비슷한 수준으로 적어 보냅니다. 저는 조사한 결과 그대로 높은 가격으로 올려보냈습니다. 위에서는 수정하라고 했지만 못한다고 했죠. 나중에는 국회에서 현장 조사까지 직접 나왔습니다. 하지만 국회의원들도 제가 조사한 것이 틀리지 않았다는 결론을 내렸고, 전체 수매가가 조금은 올라가면서 농민들에게 도움이 됐죠. 공무원이 기본에 충실하면 많은 이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다는 걸 알게 됐죠."

현 교육청 업무는 1992년 이후부터 해오고 있다. 올해 정식 개교한 고성 소가야중학교에는 정 실장 땀이 묻어 있다. 고성 내 상리·하일·삼산중학교는 소학교 형태로 운영됐는데, 통폐합되면 이 아이들은 읍내 학교로 옮길 수밖에 없었다. 정 실장은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의 학교'라는 관점에서 이 학교들을 하나로 묶은 소가야중학교를 만드는 데 동분서주했다. 학부모 요구가 아닌 정 실장 의지에서 출발했다. 오히려 시큰둥하던 학부모들을 설득하기 위해 반년가량 한 명 한 명 직접 만나는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역시 공무원인 남편과 최근 소가야중학교에 함께 들렀는데, '당신 공직 생활 중 제일 잘한 일인 것 같다'는 극찬을 듣기도 했다.

정 실장은 대학에서 교육학을 전공했다. 직접 가르치는 일에 대한 뜻을 품고 있었지만, 30년 가까이 공무원으로 살아왔다. 지금은 학교에서 또다른 역할을 하고 있기에, 자리만 다를 뿐 큰틀에서 벗어나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있다.

정 실장이 생각하는 공무원, 그리고 행정은 이러하다.

"정약용 선생은 '목민관은 항상 따듯한 행정을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오늘날 행정이라고 하면 차갑게 느껴지는 게 사실이잖아요. 시민들이 다가올 수 있게 하는 게 공무원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기본을 지키려면 끈기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학교 앞 공장 문제도 4개월 전 행정에서 법적 문제가 없다는 말에 '알겠다'고만 했으면 지금까지 못 왔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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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부 기자입니다. 부동산·금융·건축 분야를 맡고 있습니다. 필요하시면 언제든지 연락 주십시오. 제보뿐만 아니라, 주변 따듯한 이야기도 늘 환영입니다. 휴대전화 010-3597-15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