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비춤]국립한국문학관 유치전 '시선집중'

국립 한국문학관 건립에 관심이 높다. '국립 한국문학관, ○○에 건립해야 문화·경제 효과 커', '○○, 국립 한국문학관 운영 최적의 장소', '국립 한국문학관 ○○ 유치 염원 현수막 물결' 등의 보도가 쏟아지고 있다. '한국문학관 유치 세미나', '한국문학관 유치 기원 걷기대회', '국립 한국문학관 ○○ 유치 좌담회' 등 한국문학관을 지역에 유치하기 위한 각종 행사도 잇따라 열리고 있다.

경남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 5월 말 문화체육관광부의 '한국문학관 터 공모'에 경남에서는 창원시, 통영시 2곳이 신청했다. 공모 마감 전 경남문인협회는 한국문학관을 창원에 유치해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한국문학관이 어떤 형태로 왜 생기는지, 통영과 창원의 유치 신청 내용, 지역 문인들 반응 등을 알아봤다.

◇'문학진흥법' 제정의 핵심, 국립 한국문학관 = 지난해 12월 31일 시인인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문학진흥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문학진흥법은 △문학진흥기본계획 수립 △문학진흥정책위원회 구성 △한국문학번역원 조항 이관 △국립한국문학관 설립 등을 담고 있다. 이 가운데 핵심이 국립 한국문학관 설립이다. 문학진흥법 제18조 제1항에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국가를 대표하는 문학관으로 국립 한국문학관을 설립한다'라고 규정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019년까지 국립 한국문학관 건립을 완료하고, 2020년 개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건립 규모는 터 1만 5000㎡ 이상, 연면적 1만 ㎡ 내외다. 전시·교육 시설, 열람 시설, 연구·보존 시설, 사무지원 시설 등이 포함된다. 여기에는 국비 480여억 원이 투입된다. 국립 한국문학관은 국가를 대표하는 문학관, 개방적 문화 공간, 지역문학관과 협업 체제, 국립중앙도서관·국립중앙박물관 등 유관 기관과 연계 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지난 4월 하동 평사리문학관에서 열린 달빛 낭송회 모습. /경남도민일보 DB

◇창원·통영시, 24 대 1 경쟁률 뚫을까 = 지난달 25일 마감된 국립 한국문학관 터 공모에는 전국 16개 시·도에서 총 24곳이 신청했다. 24곳 중 창원·통영시도 포함됐다. 관계자들은 국립한국문학관이 유치되면 한국 문학 진흥의 핵심 거점 역할을 하기에 지역 문학 발전은 물론 지역민에게 자부심을 주고 관광객 수 증대 등에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창원은 마산만을 메워 만든 인공섬인 마산해양신도시 내 2만 ㎡ 터를 구획화해 응모했다. 고전문학부터 천상병, 이일래 등 현대문학에 이르기까지 문인이 많이 배출됐고, 결핵 문학, 공단 문학 등 창원만의 특색이 있다는 것을 내세웠다. 지자체 중 지역문학관이 4곳(경남·김달진·이원수·창원시립마산문학관)으로 가장 많은 점도 들고 있다.

창원시립마산문학관에 전시된 자전거 서적.

통영은 용남면 RCE생태공원, 세자트라센터 터 주변에 국립 한국문학관을 세우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문학, 음악, 미술 분야 등 예술인이 많이 배출된 예술의 고장인 데다, 통영국제음악당을 비롯해 청마문학관, 박경리기념관 등 문화 예술 기반시설이 구축돼 있다는 것을 장점으로 꼽았다.

◇기대와 현실 = 경남지역 문인들은 국립 한국문학관 유치에 기대가 높지만,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는 의문을 표하는 이가 많았다.

경남문인협회는 지난달 20일 국립 한국문학관 창원 유치를 위한 지지 성명을 발표했다.

조현술 경남문인협회 회장은 "국립 한국문학관이 창원에 들어서면 한국 문학 자료가 집대성되기에 한국 문학을 연구하려는 학자, 문학도들이 경남을 찾게 될 것이다.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서 꼭 필요하다. 창원은 '가고파', '고향의 봄' 등의 문학 산지다. 문학 산지에 문학관을 설치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통영 박경리기념관.

하지만 일각에서는 서울·경기 등과 비교할 때 접근성 등의 면에서 경남은 유치 가능성이 작고, 기존 문학관 운영조차 제대로 되지 않는 현실을 꼬집는다.

한 문인은 "국립 한국문학관이 유치되면 당연히 지역 문인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전국 문인들끼리 교류도 더 활발해지고 각종 행사 참여 기회도 늘어나고 일자리도 생길 수 있다. 하지만 서울·경기 지역 등에 유치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그쪽에서 놓치지 않으려고 할 것이다. 기존 문학관이 예산·인력 등이 부족해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는 현실을 보면 안타깝다. 그런 상황에서 욕심만 앞서는 것 아닌가"라는 의견을 보였다.

◇우선 협상 대상 후보지 발표는 7월 = 문화체육관광부는 애초 6월 말까지 신청한 곳을 서류 심사하고 현장 실사까지 할 예정이었는데, 유치전이 과열 양상으로 치달으면서 일정이 지체되고 있다고 전했다. 내달 2곳 이상의 우선협상 대상 후보지가 선정되고, 10월께 최종 결정될 예정이다.

남해 유배문학관으로 소풍 간 학생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많은 곳에서 공모에 신청하면서 정리하는 과정이 지체되고 있다. 입지 등 전반적인 부분을 심사한다. 세부적인 내용은 알려줄 수 없다. 우선 협상 대상 후보지 결정은 7월 말께 할 예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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