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vocabulary] (6) choice - hatred - J.Y.N

한 달에 영어 단어 세 개 정도 익히자고 정치 이야기를 너저분하게 늘어놓는 '정치 vocabulary' 여섯 번째 시간입니다. 팟캐스트 <우리가 남이가>에서는 '보카치오'라는 제목으로 방송합니다. 거듭 강조합니다만 영어가 메인(main)이고 정치는 양념이니 '교육방송'을 표방합니다. 지난 17일 녹음했습니다.

choice(초이스) 선택, 결정

-우리 모두 갈림길에… 자, 제 선택은요

홍준표 경남도지사 주민소환 청구 절차가 진행 중입니다. 35만 4651명이 참여한 서명 가운데 유효표가 경남 유권자의 10%(26만 7416명)를 넘기면 효력이 발생합니다. 방송에서는 두 가지 '선택'을 이야기했습니다. 주민소환투표가 진행된다면 과연 유권자 3분의 1(약 90만 명)이 투표에 참여할 것인가를 예상했습니다. 경남 유권자 3분의 1 이상이 참여하지 않으면 아예 개표조차 되지 않습니다. 과연 유권자는 어떤 '선택'을 할까요? 다른 한 가지는 홍 지사 '선택'입니다. 지역 정가에서는 주민소환투표와 성완종 리스트 수사가 겹친 홍 지사가 도지사 사퇴 카드를 꺼낼 수 있다는 말이 흘러나옵니다.

먼저 경남지역 유권자 3분의 1 이상이 주민소환투표에 참여할까요? 어려울 것이라는 근거를 짚겠습니다.

일단 홍 지사가 2개월 남짓 기간 가만히 있을 리 없습니다. 자기 공을 내세우든 상대 의도를 흔들든 경남도정을 매개로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겠습니까? 홍 지사에 맞서는 쪽에서 투표에 들어갈 때까지 긴장을 유지한다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게다가 7~8월이 휴가 기간이라는 점도 고려해야 합니다. 여권 지지자가 보기에 보궐선거보다 의미 없는 투표에 애써 참여할 이유도 없습니다. 90만 명 자체가 물리적으로 만만한 규모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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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준표 경남도지사. / 경남도민일보 DB

3분의 1을 넘길 수 있을 것으로 보는 근거는 뭘까요? 홍 지사에 대한 반감이 큰 지역, 즉 주민소환 청구 서명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지역이 창원·김해·양산·진주·거제 등 경남에서 인구가 많은 지역입니다. 또 지난 4·13총선 이전과 지역 정치 지형이 상당히 달라졌습니다. 한 명뿐이던 야권 국회의원 수가 지금은 4명입니다. 야권 당선자를 낼 수 있는 조직이 그만큼 강해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지분이 적지 않은 진주지역 국회의원과 홍 지사 사이가 매끄럽지 않다는 점도 변수입니다. 관계로 따지면 안상수 창원시장과 홍 지사 관계도 편하지는 않습니다. 즉 창원·진주지역 여권 조직이 홍 지사 방어에 적극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 변수가 있습니다.

두 번째 홍 지사 선택은 어느 쪽일까요? '더러운 꼴' 보기 전에 도지사에서 물러나 대권 도전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는 예상에 '흙장난'과 '청보리'가 붙었습니다. 모든 고비를 이겨내고 야권 협박에도 굴하지 않는 여권 내 유일한 강력한 지도자 캐릭터를 얻으려면 물러나지 않을 수 있다는 게 제 예상입니다. 홍 지사 선택이 궁금합니다.

hatred(헤이트리드) 혐오, 증오

-혐오 아닙니다 약자 폭력입니다

서울 강남역 화장실 살인 사건으로 불거진 '혐오'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흙장난'은 "비합리적인 사회적 구조에 짓눌린 사람들이 약자에 대한 공격성을 드러내는 경우를 접하게 된다"며 "우리 사회의 안타까운 부분이 드러나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청보리'는 이번 사례를 들어 단순히 대상을 여성으로 한정할 게 아니라 약자를 향한 폭력성 문제로 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오히려 '여성 혐오'로 문제를 몰고 가면서 '남녀 대결'로 가지 않았나 되물었습니다. 결과적으로 개선 없이 적대만 남은 게 아닌가 아쉬워했습니다.

혐오는 어디에서 비롯할까요? 진행자들이 함께 생각나는 대로 짚어봤습니다. 어떤 대상에 대한 편견이 있을 때 혐오가 생길 수 있습니다. 무지할 때, 차이를 인정하지 못할 때, 밑도 끝도 없는 우월감이 있을 때도 편견이 생길 수 있을 겁니다.

종종 불거지는 약자를 향한 폭력 사건·사고가 우리 사회에 보내는 신호는 무엇일까요? 단순히 '나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나만 당하지 않으면 된다'는 인식을 향한 경고 아닐까요? 나와 관계없는 사람이 당하는 부당한 폭력도 적극적으로 막아야겠다는 사회적 합의와 노력이 절실하다는 압박 아닐까요? 이 신호를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으면 우리 사회는 더 큰 희생을 치러야 하는 것 아닐까요?

끝으로 사건 배경이었던 남녀 공용 화장실에 대해 지역에서도 실태 조사와 대책이 필요하다는 점을 언급했습니다. 이는 역시 정치와 행정이 할 일입니다.

J.Y.N(ㅈ.ㅇ.ㄴ) 가수 이니셜

-숨은 미술 제작자들, 그들을 향한 시선

애청자(?) 추천 단어입니다. 조영남 씨 대작(代作) 논란인데 마침 '흙장난'이 미술 분야에 상당한 전문성을 갖춰 기대가 컸습니다.

흙장난 설명을 빌리면 미술계 대작(정확하게는 '협업'에 가깝다고 봅니다만…)은 오히려 일반적이라고 합니다. 중세부터 현대 미술에 이르기까지 대작, 협업, 기업형 등으로 정리할 수 있는 제작 형태는 다양했습니다. 특히 데미안 허스트(Damien Steven Hirst) 작품과 제작 과정, 거래 가격 등은 미술에 애착이 없는 '청보리'와 저를 상당히 당황하게 했습니다. 한 번 들었는데도 잘 이해되지 않는 그 내용은 방송을 참고 바랍니다.

'조영남 대작' 논란에 대해서는 두 가지를 짚었습니다. 먼저 논란이 발생했을 때 그저 '관행'이라고 했던 답이 제작 과정에 대한 이해가 없는 대중에게 불성실하고 무례한 답 아니었느냐는 점입니다. 성실하게 설명했으면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일로 반감을 일으켰다는 것이지요.

다른 예술 분야와 달리 미술계가 협업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것 같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요즘은 노래 한 곡에도 작사·작곡은 물론 제작, 노래, 연주, 효과 등 아주 세부적인 분야까지 작품 참가자를 표기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영화도 마찬가지입니다. 엔딩 크레디트에 나오는 이름을 보면 영화 한 편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참여하는지 체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미술은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세부 작업에 대한 용어조차 따로 없는 듯합니다. 그런 만큼 드러나지 않는 제작자는 정당한 대우도 받지 못하는 듯하고요. 흙장난도 '타당한 지적'이라고 했으니 이 점은 미술계도 고민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 주제 역시 '정치 vocabulary'인 만큼 정치를 뺄 수는 없네요. 조영남 씨와 송기창 씨 관계가 국회의원과 보좌관 관계와 비슷할까요?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비슷한 면도 있지만 대우받는 면에서는 좀 차이가 있어 보입니다.

◇<경남도민일보>-<우리가 남이가> 공동기획방송 '보카치오'를 들으려면

- 웹 주소 http://www.idomin.com/, www.podbbang.com/ch/8406

- 포털 검색창에 '우리가 남이가 시즌2 보카치오'

- 팟캐스트 포털 '팟빵'에서 '우리가 남이가'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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