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결정 지적하면서도 "수용"...신공항 갈망했던 도민들은 '허탈'

정부는 우롱했고 도지사는 이를 대변했다.

영남권 신공항 사전타당성 검토결과 발표 과정에서 정부는 2012년 대통령 선거 공약 이후 지금까지 일관되게 '신공항 건설' 쪽에 무게를 두었다. 당일 오전까지 마치 밀양이 선정된 것처럼 정보를 흘리는 등 연막을 피웠다. 그런데 결론은 김해공항 확장이었고, 정치적 결정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정치적 결정이라는 증거는 여럿 제시됐다. 지난해 6월 정부의 용역 명칭이 '영남권 신공항 사전타당성 검토 연구용역'이다. 용역기관인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의 올해 2월 중간보고회 때도, 지난달 전문가 자문회의 때도 '김해공항 확장' 안은 보고되지 않았다. 용역 과업지시서 세부내용 속에 '영남권 기존 공항 시설 및 운영 현황, 장래 개발계획'이 포함됐지만 이는 대안으로 공개되지 않았다.

밀양 하남읍과 부산 가덕도 두 후보지 주변 지역민들은 두 차례 반복된 정부 처사에 우롱당한 심정을 거둘 수 없다. 밀양시 상남면 오산마을 안재응 이장은 "찜찜하다. 노인들이 많아 공항이 들어왔으면 하는 바람이 많았는데 허탈하다"고 했다. 애초에 불씨를 살리지 말던지, 2011년 3월 이명박 정부가 백지화했던 신공항 건을 현 대통령이 공약으로 되살려 여기까지 끌고왔으니 허탈할 수밖에 없다.

막판에 용역 결과가 바뀌었다는 의혹은 그래서 지울 수 없다. 홍준표 경남지사도 21일 기자회견에서 비슷한 발언을 했다. "전문가 결정으로 보지 않는다. 공항 문제는 이미 전문가 영역을 벗어나 정치적 문제로 비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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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일 경남도지사실에서 영남권 신공항 백지화와 관련해 입장을 밝힌 홍준표 지사./김구연 기자

그러나 그의 결론은 의외였다. "정부로서도 어쩔 수 없었을 것이다. 정치적 결정이지만 수용할 수밖에 없지 않겠나." 이해 수준을 넘어 정부 입장을 대변했다. 지역소외, 정치적 결정을 내세워 정부 결정을 반박한 대구·경북 단체장과 공동 대응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그쪽에 물어보라"는 식의 답까지 했다.

신공항 유치를 갈망한 밀양시민들, 밀양 신공항을 지지한 도민들 입장에서 도지사의 결정을 납득할 수 있을까. 정부 결정 수용보다 도민 입장 대변이 먼저가 아닐까.

지난 한 달 사이 2차례 기자회견에서 "정치적 결정은 안 된다"며 "이를 조장하는 일부 지역과 정치권의 선동에 정부가 엄중 대처하라"고 촉구하던 모습은 찾을 수 없다.

2015년 1월 영남권 5개 시도지사 합의에 따라 그간 지역 차원 유치운동을 자제해온 경남도 정책은 지지를 받았다. 올 들어 이 합의를 깨고 부산시와 지역 정치권·언론·시민단체가 노골적인 가덕도 유치운동을 벌여온 점과 비교가 되면서 더 그랬다.

그런데 부산지역의 비정상적 유치운동이라는 '억지'가 김해공항 유지라는 성과로 반영되면서 지금 와서는 경남도의 자중이 오히려 '전략 부재'로 몰리는 상황이 됐다.

이채건 도 도시교통국장은 22일까지 "할 말이 없다. 유구무언"이라는 말을 반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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