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회 경남도민일보 독자와 기자 만남-진주지역 '경남 최초'를 찾아서

제4회 경남도민일보 독자와 기자 만남 행사, 이번에는 진주에서 진행됐다. 진주지역 '경남 최초'를 찾아서가 주제다. 진주에 사는 독자들도 처음 가보았다거나 처음 들어봤다고 이야기할 만큼 진주의 근·현대를 제법 훑어본 날이었다.

지난 18일 오전 9시 경남 창원 경남도민일보 본사 앞에서 창원 독자들을 태운 버스는 오전 10시 진주혁신도시 내 진주종합경기장 주차장에서 진주 독자들을 맞이했다. 창원 독자 10명, 진주 독자 15명, 경남도민일보 기자 6명, 이렇게 해서 모두 31명이 모였다. 갱상도문화공동체 해딴에 김훤주 단장이 이날 설명을 맡았다.

일행이 처음 찾은 곳은 진주시 문산읍에 있는 문산성당이다. 1923년 지어진 한옥 옛 성당과 1937년 지어진 고딕 양식 현재 성당이 같이 있는 보기가 드문 곳이다. 문산성당은 지난 시절 역참인 소촌역 자리이기도 하다. 김 단장은 천주교가 박해를 많이 받을 때 역참은 천주교도들의 피눈물이 어린 곳인데, 이 자리에 성당이 생긴 사실도 짚어볼 대목이라고 설명했다. 한옥성당은 지금 강당으로 쓰이고 있는데, 전통 서까래와 대들보 사이 서양식 천장등이 있고 그 아래 현대식 책상과 탁자들이 있어 이채로웠다. 고딕 성당 안은 스테인드글라스가 인상적이었는데, 독자들도 멋지다, 예쁘다는 반응이었다.

18일 제4회 경남도민일보 독자와 기자 만남 참가자들이 서부 경남 최초의 성당인 진주 문산성당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

이어 일행을 태운 버스는 진주시 옥봉동 진주향교를 향했다. 향교는 오늘날로 치면 공립 중고등학교라 할 수 있다. 진주향교는 고려가 건국된 직후인 987년 고려 성종 때 향학당으로 시작해 지금까지 이어져 오는 곳이다. 우리나라 전체로 보아도 가장 이른 시기에 지어진 향교다.

진주향교는 공부를 하는 명륜당과 기숙사 격인 동재, 서재, 그리고 명륜당 뒤편으로 공자를 중심으로 안자, 증자, 자사, 맹자 등 유교 성자들을 모셔두고 제사를 지내는 대성전이 있다. 일행은 우선 명륜당 앞에서 심동섭(72) 진주향교 전교(향교의 총책임자)에게서 직접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심 전교는 진주향교와 진주시 충효교육원에서 학생과 시민들에게 인성교육과 전통예절교육을 하고 있다. 그래서 그는 진주향교가 다른 곳처럼 단순히 성인들 제사만 지내는 곳이 아니라 다양한 활동을 하는 개방적인 곳이라고 강조했다. 이후 일행은 명륜당 뒤편 대성전으로 향했다. 김 단장이 미리 상승감이 상당하다고 일러두었는데, 과연 계단이 굉장히 가팔랐다. 성인들을 높은 곳에 모신다는 의미가 있다고 한다.

▲ 진주향교를 둘러보는 참가자들. /김구연 기자

진주향교에 이어 찾은 옥봉경로당(진주경로당)은 오래된 한옥이다. 1934년에 경로당으로 쓰기 시작했는데 지금도 경로당으로 쓰이고 있다. 그저 문화재를 보러 간다고 생각했다가 뜻밖에 동네 어르신들이 잔뜩 모여 식사를 하고 있어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어르신들은 자세하게 설명도 해주고, 더운 날 고생한다면 음료수까지 건네주셔서 몸 둘 바를 모를 시간이었다.

진주시 옥봉동 진주경로당을 둘러보는 참가자들.

일행은 다시 진주시 평안동 진주교회를 찾았다. 1909년 일반 신자들이 예배 볼 때 백정 신자들과 동석하지 않겠다고 거부하는 사건이 일어나 형평운동(백정 신분 해방 운동)을 촉발한 곳이자, 1919년 3월 18일 진주지역 3·1만세운동 시작을 알리는 종소리를 냈던 '진주기미독립만세의거기념종탑'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진주 중앙시장에서 점심을 먹은 후 일행은 옛 진주역 차량정비고로 향했다. 이곳은 경남 최초라는 주제에는 맞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김 단장은 진주에 최초와 최고가 많은 까닭을 물산이 풍부해 먹고살기 좋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며 일제강점기 만들어진 진주역 차량정비고가 이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했다. 그 의미가 아니라도 차량정비고는 그 자체만으로 매력적인 공간이다. 건물이 낡은 모양새며 한국전쟁 당시 총탄 자국과 그 자국에서 자라는 앙증맞은 풀 따위가 그렇다. 지금은 들어가지 못하게 막아 놓아 아쉬움이 컸다.

행사 참가자들이 옛 진주역 차량정비고를 둘러보고 있다.

일행을 태운 버스는 마지막으로 진주성으로 향했다. 김 단장은 사람들을 의기사 앞으로 데려갔다. 논개를 모신 사당이다. 한국 최초 아니, 어쩌면 세계 최초로 여성을 모신 사당일 것이라는 게 김 단장의 설명이다. 의기사에는 다산 정약용, 매천 황현, 진주 기생 산홍 등이 논개를 기린 글이 걸려 있는데, 그만큼 논개가 존경을 받았다는 뜻이다. 끝으로 일행은 촉석루 대청마루에 둘러 앉았다. 이곳에서는 별다른 것을 하지 않고 그저 시원한 강바람을 맞으며 쉬었다.

이날 진주성 근처 전통찻집에서 뒤풀이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는 독자들의 소감 발표가 이어졌다. 우선 진주를 다시 보았다는 이야기가 많았다.

창원에서 아들, 딸과 함께 온 독자 이미화 씨는 "처녀 시절 진주에서 지냈으면서도 전혀 모르던 사실을 오늘 많이 알았다"며 "아이들과 함께 많이 배우고 간다"고 했다.

진주 독자 빈선옥 씨도 "고등학교 때부터 진주에 살아 진주가 제2의 고향인데, 오늘 돌아보면서 진주에 대해 모르는 게 많아 부끄러웠다"며 "진주정신이란 말을 많이 하는데, 그게 무엇인지 느꼈고, 이런 기회를 준 경남도민일보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 진주교회 종탑을 둘러보는 참가자들. /김구연 기자

경남도민일보가 독자를 위해 애써줘서 고맙다는 말도 있었다. 딸 둘을 데려온 진주 독자 김경순 씨는 "신문이 독자를 위해서 이렇게도 할 수 있겠구나 싶고 전체적으로 만족한다"면서도 "앞으로 아이가 참여할 때는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것도 넣어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진주 독자 유재한 씨도 "경남에 신문사가 많은데 이런 행사를 하는 데가 없다"며 "다음에도 꼭 참석하겠다"고 했다.

진주 지역 기사도 많이 다뤄달라는 주문도 이어졌다. 독자 심인경 씨와 안영숙 씨는 "평소 경남도민일보에 진주 이야기가 없다고 비판을 많이 했었다"며 "앞으로 좀 더 다양한 경남 지역 이야기가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독자로 참여한 권영란 단디뉴스 대표는 "이번 행사로 경남도민일보가 진주를 향해 한 걸음 더 다가온 것 같아 기뻤다"고 말했다. 또 변기수 지면평가위원장도 "오늘을 계기로 진주 지역에도 경남도민일보 독자모임이 생기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날 이수경 편집국장은 "지난해 소박하게 시작한 독자와 기자 만남 행사가 어느덧 네 번째를 맞았다"며 "독자들이 지면에서만 이름을 봤던 기자들을 만나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했던 자리였기를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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