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비춤]문화 관련 사업 논란 부르는 통영시

통영 추용호 소반장 공방 논란과 관련해 공방 위치와 역사성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이런 이유로 윤이상 생가터와 함께 이 공방 일대를 공원으로 조성하자는 주장 등이 대안으로 등장했다.

김동진 통영시장은 이런 주장 등에 대해 "공방의 문화재 가치를 따져 결론이 날 때까지 철거는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공방의 역사성과 공원 조성 주장에 대해서는 난감해 하고 있다.

공방 역사를 알 수 있는 건축 시기는 건물 마룻대 상량문에 있는 '戊辰年四月十八日(무진년 4월 18일)'이란 묵서(묵으로 쓴 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추 소반장 아버지 추웅동(1912년생) 소목장이 이 집에서 출생한 사실 등을 따져 공방은 1928년보다는 1868년 무진년에 지어졌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1868년이면 고종 5년인데, 흥선대원군의 아버지 묘가 독일인에 의해 도굴된 해다.

통영 추용호 소반장 공방과 옆 길이다. 공방 옆 윤이상 기념공원과 함께 이 일대를 문화공원으로 만들자는 제안이 있고, 공방 건물은 그냥 두고 사진 오른쪽 도로를 넓혀 1차로로 만들어 공방은 보존하자는 의견도 있다. /허동정 기자

공방 위치는 통영 12공방 흥망성쇠를 증명하고 있어 더 중요하다는 지적이 있다. 이 자리는 1895년 통제영 폐영과 함께 12공방 장인들이 통제영을 떠나 이곳에 정착했음을 실증하는 장소다. 폐영됐지만 무려 50~60여 곳의 공방이 이곳 등으로 몰려와 밀집하면서 통영의 저잣거리로 성장하며 공예의 꽃을 피웠다. 하지만 이후 쇠락하면서 다 사라지고 유일하게 추 소반장 공방만 남았다.

이런 이유로 통영 공예의 역사와 장인들 삶을 보여주는 문화 공원으로 만들자는 제안이 등장했다. 현실적으로 주차장 용도가 될 도로보다는 '역사의 장'이 더 명분이 있다는 것이다.

이 주장을 하는 사람은 통영 명예시민이기도 한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국회의원이다. 지난 11일 이곳에서 시민들을 만난 손 의원은 "서울 연남동 예처럼 길을 내지 않고 공원을 만들면 지역 분들이 제일 좋아하게 된다"며 설득했다.

통영시민단체 또한 "이곳을 문화벨트로 만들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문화공원 등에 동의하는 이들이 주목하는 것은 이 공방 일대의 특별한 역사와 특별한 이야기다. 공방 옆집이 윤이상 선생 생가터이고 통영 출신 독립운동가 허장완·허승완 선생 생가터란 점이 그렇다.

이와 함께 공방 철거와 관련한 지금의 논란마저 통영 동피랑 철거 방침 후 벽화마을이 되기까지 이야기처럼 이곳도 그런 스토리텔링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더해 공방 기와지붕 2~3평만 남기고 나머지는 뜯어내 도로를 내자는 주장도 있다. 그리고 도로 2차로 중 공방 옆을 우회해 1차로만 내고 공방을 보존하자는 쪽도 있다.

통영 시민 이모(50) 씨는 "도로 177m 중 공사가 마무리된 2차로는 양쪽 모두 주차장으로 이용되고 있다. 공방을 뜯고 2차로를 내도 주차장밖에 안 된다. 이럴 바에야 공방 앞 윤이상기념공원을 조금 파 들어가 폭을 확보하고 공방 건물을 중심으로 15~20m 정도만 1차로를 내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 직선 도로만 고집하지 않으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통영시는 이런 의견들에 대해 여전히 난감해 하고 있다. 현재 시인 초정 김상옥 생가나 김춘수 생가 등도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상황이고, 다양한 역사적 문화인물이 통영에 워낙 많아 소위 '공방까지 보존해야 하나'란 인식 때문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나전장·소목장·장석장 등 선배 무형문화재들과 형평성도 고려해야 하고, 보존을 하더라도 추 소반장만 따로 공방을 만드는 것 등이 부담스럽다는 분위기다.

문화공원 조성에 대해서는 모든 절차가 생략된 아이디어 단계라고 보고 있다. 공원이 되려면 도시계획 폐지와 시와 경남도 도시계획위원회 통과 문제, 추가 보상과 주민 동의, 각종 영향평가와 예산 확보 등으로 너무 시간이 걸린다는 주장이다.

김 시장은 "종합적으로 생각해야 한다"며 "침수지역을 해결해야 한다. 2009년부터 이 문제를 8년째 끌고 있다. 이해당사자인 추용호 소반장과 대화를 통해 대안을 마련하겠다. 최근 전현희 국회의원과 만나 이 문제는 본질적으로 추 소반장과 통영시 문제라고 말했고, 조금 더 넓은 공동작업장에 들어가게 하는 등의 의견을 제시했지만 추 소반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밝혔다.

김 시장은 이 문제와 관련해 15일 배윤주·전병일 시의원과 면담에서 "공방의 문화재적 가치 평가를 받아 보겠다"며 "문화재 가치를 따져 결론이 날 때까지 철거하지 않겠다"고 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견해에 따라 공방 건물이 문화재 가치가 있다고 말하는 분과 안타깝다고 생각하는 분들로 분류된다"며 "하지만 단순한 민가로 사용하지 않았고, 무진년 표시 등으로 보아 역사·문화적 가치는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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