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성 있는 이야기 감동…사유 깊이 없는 작품도 많아

올해 15회째 맞은 청소년문학상은 우리 경남 청소년들의 감성지표를 드러내 주는 귀한 역할을 해 왔다. 올해에도 486편이나 되는 많은 작품이 응모됐다. 산문에서는 소설이 꽤 많이 들어왔는데, 판타지와 일본의 사소설 사이를 넘나드는 단상들의 나열이 주를 이뤘고, 사유의 깊이는 찾아볼 수 없었다. 개연성과 이야기의 완결성은 포기하더라도 삶의 치열성과 진정성이 살아있는 작품을 열심히 찾았으나 보이지 않아 아쉬웠다.

시와 수필에서 역시 진솔한 삶의 이야기보다는 단발적이고 키치적인 말놀이나, 체험은 있으나 문학성이 없고, 서정성은 있으나 사유는 빠져버린 글, 교과서에서 봄직한 관념적인 문장들이 나열된 글이 많아서 문학 부재 교육의 현실을 절감해야 했다.

소설, 수필, 논설문, 독후감을 망라해 응모한 230여 편의 산문 중에서 고등부 조도영의 '태백산맥, 이념의 사이에서 민족을 외치다'를 으뜸작으로 뽑았다. 이 작품은 독후감도 얼마든지 창의적인 글이 될 수 있다는 표본을 보여준다. 이념과 민족의 갈등관계에 참여해 치열하게 고민하며, 민족에 대한 개념을 정립시켜가는 자세가 탄탄한 필력을 통해 깊이 있게 드러난 수작이었다.

중등부 산문은 가장 많이 응모한 분야이다. 문학적 성취도는 다소 미흡하더라도 중학생다운 삶의 고민과 갈등, 체험이 생생하게 살아있는 글들을 선정 대상으로 삼았다. 김하늘의 '갑자기 찾아온 손님'은 가족 간 갈등과 성장통을 앓으며 겪은 삶의 이야기가 진솔하고 감동적으로 잘 드러났으며, 문장력도 탄탄해 장래가 기대되는 글이었다.

산문보다 시는 수작들이 많아 중등부, 고등부 모두 시 부문에서 대상이 나왔다. 공부와 시험이라는 학교 테두리 속에 갇혀 지내며 정서적으로 삭막한 삶 속에서도 사회문제에 대한 인식도 높고 시대의 아픔을 녹여내는 성숙함을 보이는 작품이 많았다. 고등부 운문 대상작 이현진의 '달리는 흰수염'은 존경하는 스승을 바라보는 제자의 마음을 탄탄하고 감동적인 필치로 엮어내는 가운데, 한 사람을 통해 시대를 아우르는 세계관까지 연결하는 완결성 높은 수작이다. 으뜸상을 받은 이영진의 '열의' 역시 사유가 깊고 문학적 감수성이 빼어날 뿐만 아니라 리듬감도 뛰어났다. 중등부 서호정의 '화분을 보며'는 기성작가를 능가하는 사유와 문학적 성취도 높을 뿐만 아니라 리듬감과 잔잔한 감동을 동반한 빼어난 수작이어서 대상으로 올리는 데 만장일치를 보았다. 으뜸 작품 안지연의 '눈물바다' 역시 전 국민의 트라우마였던 세월호를 잔잔하고 감동적인 필치로 잘 녹여내었을 뿐만 아니라 시대적 아픔을 외면하지 않는 중학생다운 마음씀이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심사위원 = 김연희, 박덕선, 손남숙, 송엽만, 이규석, 하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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