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나라를 이해하기 위해서 상징물 중 하나를 고르라면 돈을 들 수 있다. 그래서 돈을 보면 그 나라가 보인다고 하는 것이다. 각 나라의 돈에는 그 나라의 훌륭한 위인과 전통, 과학, 기술, 문화, 풍경 등이 들어 있다. 베트남의 화폐에는 호찌민이 있고, 북한 화폐에는 김일성이 있다. 그리고 캄보디아에는 앙코르와트가 있고, 태국에는 국왕이 생존한다.

중국의 구권 화폐 100위안에는 공산혁명의 주역이었던 마오쩌둥, 저우언라이, 류사오치, 주더 등 4명이 그려져 있었지만, 1999년 공산당 창건 50주년을 기념해 발매한 제 5차 신권화폐에는 중국 공산당의 대표적인 인물이었던 마우쩌둥 주석의 모습을 모든 화폐 앞면에 새겨 넣었다. 신권 뒷면에는 중국 56개 민족을 의미하는 56개의 큰 기둥이 지붕을 받치고 있는 인민대회당이 있다.

미국 화폐에는 자신들 역사 중 가장 존경하는 인물들이 새겨져 있는데, 미국의 독립과 번영을 시작한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 3대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 위대한 대통령 16대 에이브러햄 링컨, 독립 후 재무장관이된 알렉산더 해밀턴, 7대 대통령 앤드루 잭슨, 18대 대통령 율리시스 그랜트, 독립운동가이자 발명가이자 작가였던 벤저민 프랭클린 등이 새겨져 있다.

2002년 1월 유로화를 쓰기 시작한 영국의 5파운드와 10파운드에는 19세기 여성 사회개혁가인 엘리자베스 프라이와 진화론 창시자인 찰스 다윈의 얼굴이 새겨져 있지만 새로 도입하려는 플라스틱 화폐에는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수상과 소설 <오만과 편견>을 쓴 영국 문학의 거장 제인 오스틴이 각각 선정됐다.

프랑스 지폐에도 작곡가 드뷔시, 소설가 생텍쥐페리, 화가 폴 세잔, 건축가 구스타프 에펠, 500프랑에는 폴란드 출신 과학자 퀴리 부부의 인물 초상이 실려 있었다.

제국시대 인물들이 사라진 지금의 일본돈 1000엔에는 일본을 대표하는 세균학자 노구치 히데요가 있다. 구권에는 작가이자 평론가로 영문학자이기도 했던 나쓰메 소세키가 있었고, 계몽가이자 교육자인 후쿠자와 유키치, 24세에 요절한 메이지 유신 이후 최초 여류소설가 히구치 이치요배가 새겨져 있다.

그리고 우리나라! 오 만원이 나오기 전에는 지폐 인물의 공통점은 모두 남자고, 이(李)씨 성을 가진 조선시대 인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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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먼저 은행권에 나타난 초상은 초대 대통령인 이승만이었고, 1000원에는 퇴계 이황과 도산서원, 5000원에는 율곡 이이와 오죽헌, 1만 원에는 세종대왕과 경회루가 새겨져 있다. 화폐로 보는 우리나라의 정체성은 무엇일까?

돈이라는 것이 기능 외에도 그 나라의 문화와 역사를 대표하는 하나의 상징물이라면 혹시 우리는 여전히 조선시대에 머물러 있지는 않는가! /황무현(조각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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