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허하게 들리는 대통령 조선 대책 발언…알아서 생존하라는 미래 없는 정부정책

뭔가 명확해진 듯하다. 13일 박근혜 대통령의 20대 국회 개원 연설을 들으니 현 정부의 조선해양산업 구조조정 방향이 읽혔다. 정부 구조조정 대책과 박 대통령의 이날 언급을 종합하면 대형 3사를 중심으로 몸집과 부채를 줄이되 중형조선사는 각자도생하라는 게 핵심인 듯하다.

그래서 궁금하다. 정부는 지금껏 국내 조선해양산업 발전을 위해 뭘 했으며, 다소 부실했던 조선해양산업 정책 중 그나마 역량을 쏟았던 핵심 조선해양기자재 연구개발(R&D) 성과도 구조조정 칼날 아래 기자재 업체 줄도산으로 사라질 판이다. 박 대통령은 "실업과 협력업체, 지역경제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다. 정부는 구조조정 보완대책을 꼼꼼히 만들어 실직자·협력업체·지역경제 피해를 최소화할 것"이라고 했다.

창원·부산 기자재 업체들은 기업 회생 절차에 들어간 STX조선해양으로부터 납품대금을 못 받는 처지라서 6∼7월 연쇄 도산할 지경이다. 그런데 정부는 기자재 업체 대응책이 담긴 지역대책을 8월에 내겠다고 한다. 다 망하고 생색용으로 낼텐가? 박 대통령 말이 공허하게 들리는 이유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중소형조선사들은 망할 만큼 망했고 겨우 연명하는 국내 중형조선사라고는 현대중공업 계열사 이외는 STX조선·성동조선·대선조선·SPP조선·한진중공업뿐이다. 이 중 경남에 3개사(STX·성동조선·SPP)나 있다.

국내 조선해양산업은 지난해 그 어려운 때에도 한국무역협회 수출입 통계상 전체 수출 5267억 달러 중 401억 달러를 기록해 전체의 7.61%(선박해양구조물 및 부품)를 차지했다. 굳이 활황기가 아니어도 전체 수출의 10%를 곧잘 넘었다. 수출의 국내총생산 비중은 지난해 기준으로 38.23%(2015년 평균 원달러 환율 기준 1131.5원)였으며 조선해양산업 비중은 2.91%, 약 3%였다. 한 나라 정부가, 그것도 한때 국내총생산의 5%가량을 차지했던 산업을 구조조정하면서 고용과 협력업체(납품업체) 대책은 사후에 세운다니 이게 뭔가? 나라경제를 좌우할 산업의 구조조정을 하면서 최소한 관련 산업 생태계가 붕괴되지 않을 대책과 고용 대책 정도는 마련하는 게 상식적이지 않은가? 하기는 2013년 무렵까지 우리나라 산업정책을 총괄하는 산업통상자원부(옛 지식경제부)에서 겨우 직원 두 명이 이 거대한 조선해양산업을 맡았으니 정부 조선해양산업 정책 수준을 논한들 뭣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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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정부 합동회의 뒤 발표한 '산업·기업 구조조정 추진계획 및 국책은행 자본확충 등 보완 방안'을 보면 중소조선소 대책은 딱 이렇다. 생산설비 축소와 자구노력을 강력 추진하되 채권단 추가 신규 자금 지원은 없고, 수주 선박 최대한 빨리 건조해 인도해서 채권단 RG콜(선수금 환급 요구) 손실 최소화, 운영자금이 부족하면 자체 노력으로 해결하되 그게 어려우면 개별 회사 처리 방안을 원점에서 재검토한다고 했다. 그리고 자체 정상화가 어려우면 블록공장·대형사 하청공장화하는 방안도 검토하라고 했다. 알아서 살되 망할 것 같으면 블록공장·대형사 하청공장화도 고민하라는 것이다. 조선사 경영진 책임은 반드시 물어야겠지만 현 정부가 그리는 조선해양산업 미래는 뭔가? 정말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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