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푸드 직거래, 농업·유통 대안 될까] (3) 로컬푸드 직매장 활성화하려면

100% 수입에 의존해야 하는 바나나. 이 바나나가 경남 진주 중부농협 로컬푸드 직매장 운영 총회 안건이 됐다. 최근 바나나 열풍으로 찾는 소비자가 늘자 농산물은 로컬푸드만 취급하던 중부농협의 고민거리가 됐다.

안말순 중부농협 로컬푸드 직매장 점장은 "소비자 성화에 바나나를 판매하다 매장 원칙을 지키고자 판매를 중단했더니 직매장 매출이 떨어졌다. 바나나 때문에 마트에 간 소비자는 바나나를 산 후 직매장으로 두 번 걸음 하지 않는다. 처음에 반대하던 농민들도 확실한 매출 차이를 경험하고 총회에서 승인했다. 1층 직매장이 아닌 2층 하나로마트에서 농산물로는 유일하게 바나나를 판매하고 있다"며 고충을 설명했다.

이는 중부농협뿐만 아니라 모든 로컬푸드 직매장의 고민이다. 농협 등 로컬푸드 매장 전체 품목의 20%는 사입할 수 있다는 운영 방침이 있지만 소비자를 끌고 오고자 바나나, 망고 등을 팔면 운영 취지와 달리 '슈퍼'화 되어간다는 지적이 뒤따르게 마련이다. 로컬푸드 직매장 중에는 지역 농산물만큼 전국에서 친환경 제품으로 만든 가공품이 한 벽면을 빼곡히 채우고 있다. 전국 단위 친환경 제품을 파는 '생협'과 차별점이 없다는 뒷말이 무성하다.

독립 매장이든 하나로마트 숍인숍(shop in shop) 형태든 로컬푸드 직매장을 가장 많이 운영하는 농협 내부에서도 로컬푸드 광역화를 논의 중이다.

농협 관계자는 "로컬푸드 직매장 운영이 지역활성화 사업이지만 당해 지역 농작물 품목이 한정돼 있어 지역의 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로컬푸드 직매장 간 제휴 방안을 중앙본부와 협의하고 있다. 하지만 광역화로 매대를 채울 것인가, 지역 내에서 대체 방법을 찾을 것인가에 대한 논의는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 많은 로컬푸드 직매장은 20% 범위 내 로컬 외 푸드를 판매 중이다. 로컬푸드 직매장 운영의 본질을 잃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는 커지고 있다.

엄경렬 경기 김포농협 본부장은 "우리나라가 직매장을 시작한 지 5년이 안 됐지만 성과는 빨리 나오고 있다. 로컬푸드 직매장은 겉으로 보이는 점포 수와 매출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농업인이 얼마나 준비돼 있는지, 농업인의 생각이 얼마나 변화되었는지가 더 중요하다. 매출에 욕심을 내 원칙을 어기기 시작하면 일반 유통과 다를 것이 없다. 마트사업이 잘 되기 위한 수단으로 직매장을 개점한다면 그것은 또 한 번 농민에게 불만을 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로컬푸드 직매장은 그 지역의 농업인과 소비자가 소통할 수 있는 곳이라고 정의했다. 김포농협 역시 로컬 외 푸드를 최소 물량만 하나로마트에서 가져와 따로 판매하고 있다.

제철 농산물의 한계상 출하 시기가 지나면 그 농산물을 구입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상품 다양성을 위해서는 기획 생산을 해야 하고 농산물 가공을 통해 제품의 다양성을 확보해야 한다. 농산물 가공은 개발을 위한 연구소와 각종 규제에 맞는 가공을 위한 가공센터가 필수적이다.

안 점장은 "원칙을 지키되 농산물 판매를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려고 한다. 올해부터는 원물 생산자가 조합원임이 확인되면 OEM(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 방식 가공품도 판매할 예정이다. 지역 내 가공센터가 없는 농민들이 농작물 판매를 위한 전략 중 하나라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전국적으로 로컬푸드 직매장 남발도 문제가 되고 있다. 전북에는 완주 11곳을 비롯해 총 23곳이 운영되고 있다. 한국은행 전북본부는 지역 농업의 특성, 소비자 접근성, 거주 인구, 경쟁 점포 등을 고려해 매장을 설립해야 하지만 로컬푸드 직매장이 앞다퉈 개장해 농산물 소매점들과 경쟁 구도를 형성하고 있어 이들과의 상생, 균형발전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도내에도 소비자 접근성이 떨어져 외면을 받는 곳이 있는가 하면 농가와 떨어져 있어 생산자 조합원 모집에 힘겨워하는 매장도 있다. 정부는 올해 전국적으로 매장 40여 개 추가 설립을 목표로 삼았지만 확산에 이어 재정비를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직거래를 포함한 신유통 비중은 해마다 늘어 2015년 기준 16.3%를 차지한다. 로컬푸드 직매장이 중소 영세농, 고령농을 위한 대안 농업, 먹거리 안전성을 위협받는 소비자에게 대안 유통으로서 주목받고 있지만 100% 답이 될 수는 없다.

엄 본부장은 "현재 우리나라 직매장의 시스템은 결코 운영 주체가 돈을 벌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로컬푸드 직매장은 일반 유통과 달리 시간이 흐르며 농업인의 생각이 변화하고 소비자에게 믿음과 신뢰를 줘야 하는 가치 산업이다. 경쟁 시장에 내몰린 상황에서 어디까지를 로컬푸드 직매장이라고 규정할 것인지, 무엇을 목적으로 하는지 정의부터 다시 명확하게 규정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을 밝혔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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