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요바다 천지가 꿀이고 삶이제" 굴 아낌없이 내어준 남해

굴 양식을 많이 한다는 경남 남해군 설천면 봉우마을에는 바닷가 오른쪽으로 툭 튀어나간 긴 등성이가 있다. 나름 묘한 분위기가 있어 등성이 끝자락까지 가 보았다. 그리고 돌아 나오는 길. 이번에는 등성이 왼쪽 뭉툭한 곳으로 난 길을 따라 걸어본다. 하지만, 곧 길이 끊어지고 만다. 길의 끝에는 밭이 있었는데, 콩이며 옥수수며 파 같은 것을 키우고 있었다. 그 밭에서 열심히 김매는 어머니를 한 분 만났다.

"오데서 왔는고."

"마산서예. 어무이 여 봉우마을 사십니꺼? 이 동네 굴을 많이 한다던데요."

"아이고, 여 젊은 사람들 전부 사장 아이가 사장!"

꿀사장 이야기를 들려주신 남해 봉우마을 어머니.

"시방은 꿀 다 따삐고 없거든, 저 저 바다하고, 요 요바다 천지가 꿀 양식이고, 저짝 너메 바다도 전부 꿀 한다고 부자(양식장에서 쓰는 하얀 부표 같은 것)를 달아놓으면 바다가 다 허여이 해갖고…."

"지금은 철이 아니지예?"

"하모, 인자 6월달에 조개 껍디 거 끼논 거 아나."

"아아, 가리비 쭉 연결해 놓은 거예?"

"하모, 인자 그따가 종패를 넣어가꼬, 8월달 되면 저짜 갖다 단다 아이가. 그래가꼬 11월달 되면 그때부터 차차 꿀을 따제. 여그 젊은 사람들 전부 꿀사장이라. 돈 마이 버는 사람들은 많이 벌어."

"꿀이라 카네요, 굴을."

"그라모 우리는 꿀이라 카제."

"돈 많이 버니 꿀 맞네요, 하하하. 그라믄 바닷가 갯벌에 줄로 만들어 놓은 건 뭐라예 파래, 김 양식하는덴가예?"

▲ 설천 바닷가에서 흔히 보는 조가비 더미. 굴 종패를 위한 것이다.

"거 그따가 꿀을 달아 좀 키아갖고 짚은 바다로 가제."

"아아, 꿀 종패를 그따가 키우는기네. 어무이 말씀 고맙심미더이."

"아아 잘 가게."

말을 끝낸 어머니는 손에 홉바(땅을 가는 농기구)를 들고 설렁설렁 언덕 아래로 사라지셨다. 오후 햇살에 그림자가 길게 드리우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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