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이장님] 거창군 주상면 완수대마을 이종국 이장

"초보 이장으로서 마을을 위해 작은 것부터 하나씩 챙겨가고 있습니다."

경남 거창군 주상면 완수대마을 이장 이종국(60) 씨. 그의 경력은 튀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평범한 이력의 소유자는 아니다. 그에게는 흔하지 않은 수식어가 있다. 최연소 '주상면 새마을협의회장'과 '거창군 4H 회장' 직함, '거창군 새마을협의회 총무' 등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모 유통회사 이사를 거쳐 북부농협 조합장을 3번이나 역임하는 등 다양한 경력의 소유자다. 12년 동안 주상·웅양·고제면 농민을 대표하는 최고농협경영자인 그가 올해 1월 40여 가구 80여 명의 완수대마을 살림살이를 책임지는 이장이라는 직책을 맡았다.

한때 그는 유통분야 최고를 위한 꿈도 있었다. 그러나 고향의 흙내음을 잊을 수 없어 농업의 길로 유턴했다.

거창군 주상면 완수대마을 이종국 이장. 이 이장은 "여러 단체에서 활동해왔지만 이장이 가장 힘들다"면서도 마을 주변부터 하나씩 바꾸어 나가려 노력하고 있다. /이상재 기자

90년대 말 그는 인생의 최대 전환점을 맞이하게 된다. 바로 주상과 웅양· 고제면을 아우르는 북부농협 농협장 선거에 도전해 당선하면서 농민과 농협의 최고 경영자로서 입지를 다진 것이다. 농협장으로 재직하면서 전국에서도 제일가는 북부농협을 만드는 등 3개면 조합원으로부터 인정받는 농협장을 세 번이나 당선해 근무했다.

그런 이 이장은 또 다른 인생 전환점을 맞았다. 지난해 12월 최고 농협경영자 길을 접고 사과농사로 다양한 취미 생활을 보내려던 그 무렵, 임기가 남은 마을이장이 갑자기 이장직을 그만두게 돼 자신의 의사와 관계없이 만장일치 마을주민 결정에 따라 이장으로 선택됐다.

이렇게 그는 '북부농협의 경영자'에서 '완수대마을 이장'이라는 의미 있는 직함을 갖게 됐다. 한때 수천억 원의 자금과 수십 명의 인사권을 가졌던 그는 새로운 마을 봉사자로 발을 내 딛는 시점에 아내도 올해부터 주상면 적십자봉사회원으로 활동하게 되는 등 부부가 완수대마을과 면정 발전에 봉사하고 있다.

마을 발전을 위해 면사무소 직원들에게 묻고 배운 지 5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알아야 할 것도 많고 마을 발전을 위해 고민할 것도 많다는 이 이장. 그는 지금이 시작이라고 한다. 초보 이장답게 마을에 대한 욕심도 대단하다. 하지만 그는 서두르지 않는다. 주민들의 손으로 마을 주변부터 하나씩 바꾸어 나가는 데 노력하고 있다.

그래서 그가 맨 처음 시작한 것이 마을환경정화활동과 분리수거다. 완수대마을은 이 이장이 맡고 나서 정기적으로 전 주민이 참여하는 마을 대청소를 한다. 이러한 계기를 통해 마을 주민들의 참여와 주민 화합, 주민들에게 환경의 중요성을 심는 등 일석삼조 효과를 내고 있다고 말한다.

마을 주민들로부터 신임도 두텁다. 이장에 대한 마을 주민들의 인식도 많이 바뀌었다. 주민 의견을 최대한 많이 듣고 작은 이야기도 놓치지 않고 행정에 전달하면서 '마을 해결사'로 거듭나고 있다.

마을주민 단합은 물론 면민 화합에도 적극적으로 앞장서고 있다. 취미활동으로 배운 수준급의 색소폰을 주상면민 한마음체육대회 행사장에서 즉석에서 연주한다. 지난해 말 '주상면민 송년의 밤'에서도 연주 실력을 뽐내면서 면민 화합에 앞장서고 있다.

"지금까지 여러 단체에서 활동하고 농협장을 역임했지만 이장이 가장 힘들다"는 이종국 이장. 그는 사과 농사 등 자신의 농사일도 바쁘지만 지금까지 매주 수요일 이장등청일은 한 번도 빠지지 않는 모범적인 '완수대마을 이장'으로 거듭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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