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 봅시다]진입로 막힌 공장

경남 창원 의창구 북면 무곡리에 지난 5월 준공한 공장이 있다. 앞에 개천(무곡천)을 낀 공장을 드나드는 방법은 두 가지다. 먼저 공장 왼쪽으로 난 길(폭 4m)로 일반도로에 진입할 수 있다. 다른 방법은 오른쪽에 있는 공장 마당을 지나 개천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이용해 일반도로에 진입하는 것이다. 문제는 이 두 가지 방법 모두 이용할 수 없다는 데 있다. 공장을 다 지어놓고 차가 드나들 수 없는 상황을 맞은 공장 건물주 이 모 씨가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특히 행정을 향한 섭섭함이 크다.

◇1989년 생긴 행정 착오 = 이 씨는 같은 땅을 1989년부터 이용하고 있다. 공장을 짓기 전에는 축사, 퇴비사 등이 있었다. 이 씨는 24년 동안 아무 문제 없이 왼쪽으로 난 농로를 통해 일반도로에 진입했다. 결과적으로 이 지점에서 착오가 있었다.

2013년까지 지적도에 표기됐던 도로는 실제로는 도로가 없는 개천이었다. 허가권자인 의창구는 개천과 나란히 있는 사유지 농로를 지적도상 도로로 인식하고 이 씨에게 허가를 냈다. 지적도대로 도로를 만들거나 아예 허가를 내지 않는 게 바른 행정 처리였다. 이 씨 역시 늘 이용하는 농로를 지적도에 표기된 그대로 도로라고 생각했다. 문제는 이 씨가 지난 2013년 공장을 신축하고자 새로 허가를 받는 과정에서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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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창구는 지적도에 표시된 도로가 개천이라는 사실을 인식했다. 2013년 6월 의창구는 도로를 구거(도랑)로 변경한다. 없는 도로가 지적도에 표기됐던 만큼 다른 문제를 일으키지 않도록 서둘러 정비한 것이다. 이 씨가 이용했던 농로가 사유지라는 것도 다시 확인된다. 결과적으로 도로가 사라지면서 이 씨는 공장 신축 허가를 받지 못할 상황이 된다.

다행히 일반도로에 진입하는 길이 하나 더 있었다. 바로 옆 공장 앞에 개천을 가로질러 일반도로와 연결되는 다리가 있었다. 이 다리를 함께 이용할 수 있다면 신축 허가를 받을 수 있었다. 이 씨는 "옆 공장 주인과 의논해 다리 건설 비용 1억 5000만 원 가운데 4700만 원 정도를 부담하고 다리를 함께 쓰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 씨는 1700만 원을 먼저 지급했고 2014년 허가를 받아 공장을 지을 수 있었다. 공장은 2015년 11월에 준공했다.

◇사유권 주장에 진입로 막혀 = 현재 이 씨가 지은 공장은 양쪽 길을 모두 이용할 수 없는 처지다. 농로는 일찌감치 포기했다. 지난해부터 사유지를 확인한 땅 주인이 이용을 막는 내용증명을 이 씨에게 보냈다. 농로를 사거나 이용 비용을 따로 지급하는 것은 공장 짓는 비용을 훨씬 웃돌았다. 다수인 땅 주인을 설득할 자신도 없었다. 남은 방법은 옆 공장 마당을 지나 다리를 이용하는 것뿐인데 이마저도 어렵다. 옆 공장주가 다리 이용을 막았기 때문이다. 큰 차가 드나들며 공장 마당을 넓게 이용하는 게 공장 운영에 걸림돌이 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 씨가 생각해낸 방법은 옆 공장처럼 일반도로에 바로 진입할 수 있는 다리를 놓는 것이었다. 이 씨는 지난 2월 의창구에 다리 설치 허가를 신청했다. 행정이 건설해야 마땅한 다리라고 민원을 넣었지만 방법이 없다면 비용을 부담할 테니 허가만 내달라고 했다. 지난 3월 의창구가 이 씨에게 보낸 답변은 '반려'다. 신청 구간 일부가 토지이용계획상 '완충녹지'로 결정돼 교량을 설치할 수 없다는 결정이었다. 

억울한 점이 있지만 양보를 거듭한 이 씨 요구는 간단하다. ‘내가 다리를 놓을 테니 허가만 내달라’이다.

“이 상황으로 오기까지 창원시 책임도 있는 만큼 토지이용계획을 약간만 조정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거듭 되물었다.

◇창원시 “허가 기준에 맞춰 해결할 문제” = 토지이용계획 조정은 매우 까다로운 행정이다. 창원시가 이 씨 사정을 공감하고 배려해서 당장 토지이용계획을 조정한다고 해도 제안·심의 과정에 최소 6개월 이상은 걸린다. 물론 창원시는 이 민원을 토지이용계획까지 조정할 사안으로 보지 않는다.

창원시 도시계획과 관계자는 “옆 공장 다리를 같이 이용하는 것을 전제로 허가를 냈다”며 “다리 공동 이용을 합의한 당사자가 풀어야 할 문제가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원인이 갈등을 피할 게 아니라 권리를 주장할 사항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 씨는 행정이 적극적으로 개입할 것을 주문한다. 합리적인 비용을 얼마든지 지급할 수 있으니 지금처럼 개인 판단으로 통행에 지장이 생기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일정한 조건을 근거로 허가를 내줬다면 다리를 공동 이용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하는 게 행정이 할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그럴 수 없다면 아예 갈등이 생기지 않도록 새 다리를 놓게끔 허가하는 게 맞다는 것이다.

이 씨는 “공장 진출입만 가능하다면 어떤 방법도 괜찮다”며 “사태 해결을 민원인에게 떠넘길 게 아니라 행정에서 책임을 지고 문제를 풀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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