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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옷날 보양탕 모시조개, 너는 우해를 떠나고

[신우해이어보] 19편

최헌섭 두류문화연구원 원장 webmaster@idomin.com 2016년 06월 14일 화요일

이번 <우해이어보> 현장 탐방은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전면 시락리 속개(소포) 일원의 갯마을에서 이뤄졌다. 마침 지난 9일이 절기상 단오여서 <우해이어보>에 실린 모시조개를 이용한 와각탕을 소개할까 해서다. 요즘 비단조개와 모시조개가 제철이다. 이 조개들은 오래전부터 우리가 즐겨 먹던 단백질원이다. 우리 삶터에서 가까운 섬과 바닷가 곳곳에 남아 있는 조개 더미가 조개를 잡아먹은 증거다. 명주조개와 모시조개도 당연히 포식 대상이었다. 조개 더미에서 출토된 것을 보면 명주조개는 그 양이 많지 않지만, 모시조개는 굴, 백합, 개조개, 바지락 등과 더불어 많은 개체가 출토되고 있어 예전부터 즐겨 먹었던 종임을 알 수 있다.

서울 샌님 담정 김려의 눈에 비친 조개는 그야말로 그 종류를 알 수 없을 정도였다. <우해이어보>에서는 특별히 명주조개와 모시조개, 전복 등을 구체적으로 살피고 있다.

경남 창원시 진해구 용원시장에서 본 모시조개. 요즘 제철을 맞았다.

"합(蛤)은 조개다. 조개의 종류는 매우 많다. 신(蜃·무명조개), 방(蚌·씹조개, 펄조개), 정(맛조개), 현(바지락, 가막조개)이라 부르는 것과 사투리로 해월(海月·키조개), 방제(方諸), 마도(馬刀·말씹조개), 담치(淡菜·섭조개), 전복·백합·홍합이라고 부르는 것이 모두 조개다. 양쪽 모두 껍데기가 있는 것도 있고, 한쪽만 껍데기가 있는 것도 있다. 우리나라 사투리로 이들을 통틀어 조개(雕介)라고 부르는데, 이 조개들은 모두 곳곳에 살고 있어 이루 다 기록할 수 없을 정도다."

양쪽 모두 껍데기가 있는 것은 이매패강(연체동물문의 한 강)으로, 전복이나 굴처럼 한쪽에만 껍데기가 있는 것은 배를 발처럼 쓴다 하여 복족강으로 분류한다. 민망한 말이긴 하나 유독 조개의 이름 가운데 암컷의 생식기에 빗댄 이름이 많다. 대표적인 것이 방이라든가 마도를 비롯해 담치를 이르는 속명 섭조개나 홍합의 다른 이름 열합도 그걸 그렇게 점잖게 적었을 뿐, 모두 암컷의 생식기에서 비롯한 이름이다. 그것은 이런 조개들의 생김새가 그렇기 때문이다. 방이란 조개는 우리가 잘 아는 어부지리(漁父之利) 고사에 나오는 바로 그놈이다.

부산 명지에서 본 명주조개. 우해(진동 앞바다)에서는 이제 보기 어렵다.

우해 바닷가에서 잡을 수 있는 조개 중에는 백합(白蛤)이 가장 많다고 했다. 하지만 지금은 백합이나 오늘 살필 명주조개, 모시조개, 전복 등은 이곳에서는 잘 나지 않는다. 이런 조개를 찾으려고 진동 현지 시장과 마산어시장을 뒤지고 다녔으나 명주조개와 모시조개는 아예 찾을 수 없었다. 또 전복과 백합은 외지에서 가져와서 파는 것이라 한다. 그만큼 우해 일원의 조간대 환경이 예전 같지 못하기 때문이다.

담정은 비단조개(일명 명주조개)를 두고 다음과 같이 적었다.

"조개 가운데 명주조개(사합·絲蛤)가 있다. 모시(紵)와 명주(絲)는 그 뜻이 가깝지만, 모시조개는 껍데기가 매우 작고 가벼우면서도 예뻐서 좋아할 만하다. 그러나 명주조개는 모시조개에 비하여 매우 크다. 큰 것은 거의 주먹만 하다."

모시조개로 끓인 와각탕

그러나 실제 모시조개와 명주조개는 크기와 형태가 분명하게 다르다. 두 조개 모두 일찍부터 잡아먹었던 것이지만, 명주조개는 생태환경이 악화한 탓인지 이제 구하기가 어려워졌다. 반갑게도 가까운 부산 강서구 명지에 이 조개로 다양한 요리를 내놓는 음식점이 많다. 이곳에서 내는 조개는 근처의 다대포나 가덕도 연안에서 잡아오는 것이라 한다. 어찌 된 영문인지 마산 어시장에는 서해 제부도에서 내려받는다고 하며, 이 또한 올해는 구하기가 어려워서 아직 생물이 내려오지 않았다고 한다. 결국, 근처에서 이 조개를 구할 만한 곳을 찾다가 부산 강서구 명지까지 발길이 닿은 것이다. 사진에 담긴 명주조개는 그곳 명지시장의 한 조개전문점 수족관에서 찍은 것이다. 한때 이곳에서 나는 명주조개가 하도 유명하여 경북 쪽의 바닷가에서는 명지조개라 불렀다고 하지만, 지금은 그런 이름은 기억이 없고 갈미조개로만 불리고 있다. 껍데기 속에 품은 발이 갈미 즉 갈매기를 닮았기 때문이다. 껍데기 색깔 때문에 노랑조개라고도 한다. 모랫바닥에 서식하기 때문에 해감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먹기 어렵다. 그래서 시장에서의 거래는 알만 솎아내서 팔고 있다.

이어 담정은 고향 서울에서의 풍속을 떠올렸음인지 모시조개로 끓인 단오절식을 소개하고 있다.

"일찍이 서울의 풍속을 보면 단옷날에 새 모시조개를 사서 껍데기째 끓여서 탕을 만드는데, 이를 와각탕(瓦殼湯)이라고 한다. 와각이라는 것은 방언으로 조개인데, 소리가 와각와각하므로 그렇게 이름 붙인 것이다. 여자 아이들이 오색 비단 조각에 그 껍데기를 붙여 채색된 실 끈으로 꿰매어 5개나 3개를 한 줄에 차고 다니는데 이를 조개부전(雕介附鈿)이라고 한다. 지금 포구의 여자들도 색색 비단에 조개껍데기를 붙여서 차고 다닌다. 그러나 조개가 크고 비단이 거칠어서 무조건 따라하는 효빈과 같으니 우스운 일이다."

이 글에서 갯마을 아이들의 서울 여자아이 따라 하기를 '효빈'이라 빗댄 것은 '서시효빈(西施效嚬)'이란 고사에서 비롯한 것이다. 서시는 얼굴을 찡그려도 예뻤을 정도의 미인이었는데, 당시 여성들이 무조건 서시를 따라 한 것을 풍자한 것이다.

모시조개는 내만의 개펄에 살며 바지락과 서식 환경이 비슷하다. 가무락조개나 가막조개라고도 하는데 조개껍데기가 검기 때문이다. 조리 방식은 <우해이어보>에서처럼 주로 탕을 끓여 먹는데, 물만 넣고 우려내어도 그 국물이 시원하고 깔끔하다.

지금 우해 일원에서는 명주조개나 모시조개가 나지 않는다. 그 까닭은 속개마을에서 만난 어른들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20~30년 이상의 잠수 경력을 가진 분들이 전하는 말씀에 의하면, 30여 년 전까지 만해도 명주조개와 모시조개가 났다고 한다. 백합, 개조개, 벚굴(벙굴, 강굴), 가리비 등도 잡혔단다. 하지만 주변 해역에 양식장이 들어서기 시작하면서부터 이런 것들이 사라졌다고 마을 어른들은 믿고 있다. 그 이후로 곳곳에 자리한 크고 작은 개펄이 매립되면서 바다는 서서히 정화 능력을 잃어갔고, 해안도로의 개설은 이를 부추겼다. 지금도 해안 곳곳에 펜션·모텔 등 각종 상업시설과 전원주택이 들어서면서 생태계는 개선될 여지가 없어 보인다. 지금 우해에서 우리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종은 바지락, 굴, 홍합, 가리비 정도다. /글·사진 최헌섭 두류문화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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