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푸드 직거래, 농업, 유통 대안 될까] (2) 로컬푸드 직매장 운영은

농민이 292.4원에 판매한 농산물을 소비자는 마트에서 1400원에 구입한다. 소비자가격 1400원을 자세히 들여다보자. 생산자(농가) 20.9%(292.4원)-수확·포장·운송을 담당하는 산지유통인 41.1%(575.5원)-도매시장 법인(경매) 4.7%(65.3원)-중도매인 16.4%(230원)-소매상 16.8%(236.7원)에 이르는 유통구조를 거친다. 이는 농민과 소비자의 주머니를 모두 얇게 할 뿐 아니라 중앙에 모여 재분류하는 방식으로 농산물의 신선도를 떨어뜨린다. 이렇게 국내 농산물 유통(청과물 기준)의 53%는 전국 48개 도매시장을 중심으로 움직인다.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농산물 직거래'다. 유통마진을 없애 농부들은 292원에 판매할 채소를 900원에 팔고 소비자는 일반 마트보다 400원 더 싼 가격인 1000원에 구입할 수 있다. 로컬푸드 운동은 앞서 진행되고 있었지만 정부의 직거래 지원과 결합해 최근 5년간 로컬푸드 직매장이 급증하고 있다. 현지에서 생산해 농민이 직접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이상향이 현실에서는 어떻게 운영되고 있을까?

진주텃밭 농산물에는 생산자 이름을 표기해 신뢰를 높이고 있다. 260여 개 농가 농산물이 진열된 진주 중부농협 로컬푸드 직매장 전경.

우선 로컬푸드 직매장은 직거래 성공모델로 정착돼가는 모습이다.

세부적인 건 직매장마다 차이가 있지만 얼굴 있는 먹거리로 신뢰가 바탕이 되고 있다. 진주우리먹거리 협동조합 '진주텃밭'은 농민이 가격을 결정할 권리, 내가 생산한 농산물이 어떻게 팔리는지 알 권리, 종자를 지키고 선택한 권리를 지키자는 취지에 따라 진주지역 여성 농민이 중심이 돼 자신의 이름을 걸고 친환경 농산물을 생산하고 판매하고 있다. 생산자 조합원이 농산물을 직접 포장하고 가격을 결정하고 판매 금액의 13%를 직매장 운영비로 내고 87%를 생산자 몫으로 가져간다.

하지만 '착한 소비를 하겠노라'며 참여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음에도 로컬푸드 직매장의 한계는 상품 구색에 있다. 로컬푸드 특성상 지역 내 생산·판매 원칙으로 지역별 농업 특성과 참여 농민에 따라 품목이 제한적이다. 양파는 있지만 양배추는 팔지 않는 로컬푸드 직매장은 소비자에게 다소 불편하다. 두 번 장을 봐야 하기 때문이다. 소비자는 대형마트 원스톱 쇼핑의 편의를 다시 쫓아갈 수밖에 없다. 로컬푸드 직매장은 이를 개선하려 참여 농가들이 작부체계를 변경해가며 소량 다품목 생산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농협에서 하나로마트 내 로컬푸드 직매장을 운영하는 사례가 다수다. 2015년 말 기준, 전국 103개 로컬푸드 직매장 중 농협 운영이 70개, 나머지는 민간법인 또는 지자체 직영점이다. 도내 15곳 로컬푸드 직매장 중 11곳을 농협이 운영하고 있다. 지역에서는 2014년 12월 오픈한 진주 중부농협 로컬푸드 직매장이 호평을 얻고 있다. 중부농협은 애초 용현·김포농협과 같이 로컬푸드 직매장만 운영하려 했지만 소비자 편의를 고려해 농산물만 로컬푸드를 판매하고 있다. 농가에서 가깝고 소비자 접근성도 좋아 로컬푸드 애초 매출 목표액은 일 200만 원이었지만 현재 두 배를 기록하고 있다.

안말순 중부농협 로컬푸드 직매장 점장은 "한 농가에서 하루 4~5번 출하할 정도로 제철 농산물 판매는 상당하다. 직매장에서 하루 80여 개 수박을 판매하는 한 농가는 지난해 3분의 2는 공판장에 내놓고 3분의 1만 직매장에서 판매했다. 공판장보다 직매장에서 150만 원이나 더 수익을 얻어 올해는 더 많은 수박을 진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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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주텃밭 이름 있는 농산물.

공판장 시세는 오르락내리락하지만 직매장 농가들은 꾸준한 가격을 제시해 소비자 만족도도 높다. 중부농협에 오려고 15분 차로 이동해왔다는 한 소비자는 "어디 가서 당일 수확한 1000원짜리 모둠 쌈을 사겠냐"며 일주일에 한 번 중부농협을 찾는다고 말했다.

농협은 로컬푸드 직매장 운영은 수익사업이 아닌 환원사업이라고 규정했다.

농협 관계자는 "평균 13% 직매장 수수료는 매장 운영 일반과 농가 포장실·포장용품 제공에 쓰인다. 로컬푸드 직매장 수익성만 따지면 제로거나 마이너스라고 할 수 있다. 로컬푸드에 대한 소비자 요구와 조합원 결속 강화를 위해 운영한다고 보면 맞다"고 설명했다.

일반 유통업체에서 신선농산물은 25~30% 판매수수료를 책정하는데, 여기에는 매입·진열에 따른 인건비, 신선도가 떨어진 재고 부담이 있다. 직매장은 농민이 포장, 진열하고 팔리지 않은 상품은 거둬들여가는 시스템이다. 로컬푸드 신선함이 촉매 역할을 하기 때문에 농협이 '안 해도 될 이유는 없다'는 견해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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